세월이 갉아먹은 벽에
허접한 벽화를 그린다고 해서
추한 꼴을 감출 수 있을 것 같니
나는
초록색 방수 페인트를 바른
녹슨 문을 두드려봤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문을 열자
파리와 날벌레들이
폭풍으로 휘몰아쳤다
썩은 내가 진동한다
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치매 예방법
자주 걸을 것, 머리를 많이 쓸 것, 짜게 먹지 않을 것
당뇨병
잘 먹기, 잘 운동하기, 잘 웃기
노인의 얼굴은
구더기들이 살고 있었다
나는 벽화에 기대어
더럽게 읊조렸다
빌어먹을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