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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남자가 고무신 돌린 여자에게 쓴 글
게시물ID : lovestory_32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쓰킴★
추천 : 13
조회수 : 209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1/14 12:59:42

만약 우리 둘 입장이 바뀌어 
네가 군인이 되고 내가 고무신이 된다면 
넌 절대 내게 기다려달란 부탁을 
할 수 없을꺼라고 했었어.. 


날 믿지 못하느냐고 격분했을 때 너의 한마디 
"이렇게 힘든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부탁을 하겠니........" 


목이 메이는게 뭔지 절실히 느낀 날이었다. 

 

나는 늘 웃고 있는 이모티콘이 가득한 편지를 받고 
쾌활한 음성만 들어가며 통화를 하고 
즐거운 소풍처럼 면회를 오는 너를 만나며 살았는데


너는 늘 고생했을 훈련 얘기만 가득한 편지를 받고 
무뚝뚝한 데다가 군기까지 잡혀있는 재미없는 통화를 하고 
먼길을 왜 고생하며 왔냐는 내 핀잔에 서운해하며 지냈겠지. 

 

하지만
힘든 훈련 일정을 받아놓고 나면 
늘 니 목소리가 그리워서 이병 주제에 객기 부려가며 
행정반 앞 전화기에 줄을 섰었고
면회를 오겠다는 네 전화를 받고 나면 
여자친구에게 잘 보여야 한다면서 선임들이 다려주는 A급 전투복에 
각이 제대로 서지 않을까봐 그 날 오전은 늘 서서 지냈지. 


택시에서 내리는 너를 보기라도 하면
군기고 나발이고 손을 높이 흔들어보이고 싶었는데
고작 멀리서 웃기만 했었다. 

 

제대까지 기다리는 여자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선임들이 훈계조로 애인을 믿지 말라고 말할때마다 


보물같은 너는 다를거라 믿으면서도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일에도 미쳐보고
내가 아니다 싶으면 되도록 빨리 말하라고 대못을 박았다. 


그땐 그게 남자다운 말이라고 믿었다. 

 

휴가때마다 부대앞까지 마중을 오는 너를 보면서 
한번도 고맙단 인사를 해주지 못했지만 
예쁜 너를 앞세우고 버스를 탈때면 
내일모레 전역하는 병장들도 부럽지가 않았어. 


복귀때면 눈물 그렁그렁한 채로 건강하란 인사를 
훈련소 입소하는 애인을 보내듯 간절하게 말하던 너. 
포상 휴가라도 따서 곧 나오겠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늘 그렇게 네 눈물 밟아가며 뒤돌아서곤 했지. 

 

내가 상병을 달던 날. 
정작 기뻐해야할 나보다 더 행복해하던 너. 


훈장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들떠있던 너를 보면서 
침묵을 지키던 나였지만
뿌듯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상병 약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리고 
제대를 2개월 남짓 남겨놓았을 때 넌 헤어지잔 말을 했었지. 


너무 힘들다고. 
너도 힘들다는 말을 할줄아는 사람이라는걸 나는 왜 모르고 지낸걸까. 

 

그리고 지금. 
우린 연락조차 닿지 않는 남남이 되었지만.. 
나...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젠 겜방 전전하며 널 속상하게 하던 내가 아니라고. 
막노동한 돈으로 등록금 내고 이번 학기엔 장학금도 탔는데
아직도 넌 날 치기어린 옛사랑쯤으로 기억하고 있겠지. 
아니, 이젠 잊고 다시 일어날 시간일지도 모르겠구나. 


한번쯤은 네 소식을 들을까 싶어서 귀를 바짝 세우고 다니는데 
누구나 나 때문에 눈물을 달고 살던 너를 기억할 뿐.. 

 

행복했던 기억이 한 조각쯤 남아서 네가 나를 그리워 해준다면 
그마저도 행복할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내가 울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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