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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2년차가 보는 병영 부조리와 가혹행위..
게시물ID : military_36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hathell
추천 : 6
조회수 : 685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08/03 17:56:35

제목 그대로 전역한지 2년 된 예비군입니다ㅋ

제 위로 더 많은 선배님들이 계실것이고, 밑으로는 현재 복무중인 동생들, 미필자 동생들이 있겠습니다.

음..요새 밀게에서 병영 부조리와 가혹행위,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대해 얘기가 많길래..

나름 국방의 의무를 마친 한 국민으로써의 견해를 써보겠습다. (본인은 강원도에서 현역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해야, 깊은 빡침이 우러나올것 같고.. 현역 동생들도 뭔가 느끼는 점이 있길 바랍니다.

 

병영 부조리와 가혹행위..폭언, 욕설이라..아무래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가기전에 겪었던 걱정거리가 아닐까 싶다.

이건 우리 아버지 세대에도 있었고, 그 훨씬 전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 아버지 세대의 얘기를 들어보면, '선임병 전투화 닦기', '선임병 식판 닦기',

'선임병 총기수입해주기' 같은 어찌보면 사역을 많이 시키는 것도 있었고, 점호시간 전에 모아놓고 단체로 폭력을 가하는 등의 폭력도 있었어.

근데 그게 세대가 지난다고 없어지지는 않더라. 뭐 언론에서는 "누구나 가고싶어 하는 군대"라고 떠들어대지만 사실상 누가 가고싶어 하겠어?

 나도 군대가기전에 그런게 무서웠어. 친구들이 써준 편지에는 "병영부조리가 허벌나게 많고, 맞기도 한다." 라고 써져있고, 전화받는 친구도 "전화통화하는것도 눈치보인다."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군대에 입대해서 훈련소 퇴소를 하고나서 자대배치를 받으니까 그게 현실로 다가오더라고. 처음에 이병 시절에, 소대 고참이 우리 이병들을

생활관에 몰아놓고 얘길 하더라고. 주제는 '짬먹고서 할 수 있는 일' 이였지만 그게 사실상 병영부조리지 뭐야.

"처음 전입온 이등병은 사제 물품 절대 쓸 수 없고, 이병 몇개월때에는 뭘 할 수 있고..일병 몇호봉때는 뭘 할수 있고..상병 몇호봉때는 뭐뭐를 할 수 있다." 라고 엄청 떠들어대더라고. 마치 법정에서 재판관이 법전을 낭독하는것 같았어. 그런것을 일일히 외우고 있다는것도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안되는거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에 몸서리가 쳐지더라고.

 

그와중에 선임들이 하는 얘기는 이거야. "너네는 편한거다. 너넨 잘못해서 1대 맞을거, 나 후임때에는 2대 맞았다." 라는식의

"난 너네보다 더 고생했다." 라는 일종의 자기과장과 포장이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일이지. 누구든지 후임병때는 힘들었고, 고생했다는거 뻔히

다 아는데 그걸 후임병들과 비교하면서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척 얘기를 하는거 보면 웃긴일이야.

 

물론 병영생활이 많이 좋아진 측면도 있는데 그걸 아니꼽게 생각하고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 내가 고생한 것을, 후임들은 너무 편하게 하니까. 좋게 생각하면 "내가 고생했으니, 후임들은 고생시키지 말아야지." 라고 스스로 깨우치고 고쳐나가는 선임도 있는 반면에

"난 이런 고생이 당연한 것인줄 알았다. 나도 겪었던 일이니까 후임들도 겪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선임들도 있어.

문제는 이 후자의 선임이야. 말도안되는 부조리를 겪으면서도, "이게 군대다."라는 군의 특수성에 자기 자신이 세뇌당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지. 예전에 전경인가 의경 하나가 자살했었어. 자살 원인이 병영부조리와 폭행이였어. 그런데 그 가해자였던 선임들이 하는 증언이 뭔지 알아?

"내가 후임때 겪어왔던것이라 당연한것이라 생각했고, 이게 잘못된건지 모른다." 라는거야.

 

여기서 병영부조리, 가혹행위,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대한 생각을 써볼께

 

1. 병영부조리: 정말 간단하게는 선임병은 청소를 안하거나 편한곳을 하는 것 ~ 후임의 사물을 마음대로 쓰는것까지 있을 수 있어.

정말로..후임의 물건을 마음대로 빼앗아가고, 월급 빼앗아가는 것은 쓰레기 같은 짓이야. 계급이 높다고 해서 남의 물건을 막 써도 된다는 권리가 주어지는게 아니야. 하지만 청소를 병장, 이병이 똑같이 한다? 이건 잘못되었다고 봐.  "병사는 모두 동등하다." 라는 얘기가 있어. 하지만 이 얘길

병사들끼리 얘기하진 않아. 다 간부들이 내세우는 주장이지. 왜냐? 자기들 보다 밑이기 때문에 동등한거야.

반대로 군단장, 사단장들이 "부사관은 모두 동등하다." 라고 해서 하사랑 상사랑 같을까? 엄연히 차이나는 계급에 의해 해야하는 일이 다른거고

책임과 의무도 다른거야. 이병들도 처음 하는 생각이 "왜 우리만 고생해야하나..."or"지금 열심히 하면 나중에 쉴 수 있겠지." 이 둘 중 하나일거야.

전자의 경우, 병장들도 똑같은 구역을 청소하기를 희망할거야. 근데 이게 굳이 군대라서 후임만 죽어나는게 아니다? 회사에 가서도 신입사원이 커피를 타고 복사를 하잖아. 이게 직급이 딸려서 "하기싫어도 해야하는 배알꼴리는 짓'일까? 명절때 시골 내려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밑은 다 동등하니까 나대신에 친척형이 마당을 쓸어야 하는 걸까?

또, "선임이 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을 후임이 해준다?" 이것도 잘못되었다고 봐. 말이 좋아서 '선임 대접받고 권위 세우는 것'이지

지 팬티 한 장 안개려고 후임 주는게 잘하는 일일까? 병장이 속옷접고 있는 모습이 우습게 보이고 가오떨어지는 짓일까?

내가 보기엔 지가 해야할일도 안하고 후임한테 시키는게 더 가오떨어지는 일인거 같아.

그렇다고 이병들은, 자신의 계급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것은 용서할 수 없어. 어쩌다가 선임이 시키는 것이면 한두번 해줄수도 있는거잖아.

그걸 꼬투리물고 병영부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정말 말도 안되는 부조리라고 생각하면 그걸 고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어!

내가 당했으니까 똑같이 하겠다는 생각 하면, 후임때 욕하던 선임새끼들이랑 똑같은놈들이 되는거야.

"본인이 부조리를 겪고서 이게 부조리라는것을 진심으로 깨우쳐야 밑사람들에게 그걸 반복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기억해.

 

2. 가혹행위: 물 안먹이기, 군가/병기본/직속상관 관등성명 암기 강요하기, 방독면 씌우고 재우기 등 이런 가혹행위는 수도 없이 많아.

근데, 이건 '인간적으로, 인륜적으로, 기본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하는거야. "이렇게 비인간적인 방법을 쓰는 국가가 있을까? 그들의 부모가 생각해도 수긍 할 수 있는 것일까?" 를 생각해봐.나도 이병때 군가, 병기본, 직속상관 관등성명을 강제적으로 외웠어.

처음에는 굉장히 하기 싫었는데, 이건 정말 필요한것이야. 나 하고싶은걸 하고싶은데, 하기싫은거 억지로 외우게 한다고 가혹행위라 생각하지마.

이건 공부랑 똑같은거 같아. 수능공부하면 컴퓨터 게임도 하고싶고, 드라마도 보고싶고, 일찍 자고싶을거야. 그래도 그걸 참고서 극복하는 사람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잖아. 군대도 마친가지다? 나가서 축구하고싶고, 티비 보고싶고, PX가고싶어도 그런걸 외워놔야 나중에 선임 대접을 받아.

공부야 안해도 나중에 돈많이 벌어서 성공할 수 있고, 안하면 안하는대로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면 되.

근데 군대는 아니야. 사람이 아무리 착하고 좋아도 '무능력'한 선임은 인정받지못해. 이등병도 아는 군가를 선임병이 모른다? 이건 병신이야.

그냥 쓰레기 소리 듣다가 전역하면 되는거야. 2년밖에 안되는시간이 짧다고 생각되고 병신소리 참을수 있으면 안해도 되. 그렇지만 후임들에게 대접받을 생각 하면 안되. 군가/병기본/직속상관관등성명 잘아는 인격 쓰레기같은 선임이 있다한들, 최소한 '군인의 자세'에서는 까이는 일이 없어. '인간적' 

으로 쓰레기 취급 당할 뿐이야. 사회라면 몰라도 군대에서는 '군인의자세' 지니는게 맞다고 봐.

그렇다고 쓰잘데기없는 전역일 암기나 개인신상정보 암기강요, 그걸 암기강요 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폭력이나 인격모독이 있어서는 안되.

"후임병에게 필요성을 가르쳐야 하지, 괴롭히면서 무조건적으로 외우라고 하는 것"은 효과가 없어. 공부도 철든놈이 열심히 한다고.

그리고 물 안먹이고, 방독면씌우고 재우고, 침상에 머리박기 시킨다고 선임의 권위가 높아지지 않아. 전투력이 상승하고, 군기강이 바로 잡힌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그건 그냥 '고문'일 뿐이야. 이런거 잘한다고 군인이 되는게 아니야. 당장은 일시적으로 정신차리는 것 같아도

깨우쳐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어.

 

3. 언어적/신체적 폭력: 박지성도 자서전에서 이 얘길 했어. "숙소에서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유없이 맞곤 했다." 라고.

근데 그 뒤에 이런 내용이 있어. "폭력을 행사한다고 선배의 권위가 세워지진 않는다. 나는 후배를 폭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선배라면 그에 맞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레 권위가 높아질 것이다." 라고.

절대 애들 때리지마. '군 특수성'이라고 안때리면 안하고, 때려야 잘한다는것은 애들을 짐승으로 조련하는거야. 잘못했으면 합법적으로 '얼차려'를 부여해야된다고 봐. 막나가는 후임이라한들, 지도 사람인 이상 힘들고 좆같은거 알텐데 '얼차려'로 계속 굴려주면 더러워서라도 안하는척 할거라 생각해.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 '내무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오남용 되는것은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없어. 흔히 전역자들 얘기 들어보면 "나 군생활 빡세게 했어." 라고 자랑하듯이 말하는 경우가 있어. 난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물어봐. "그 빡세다는게 내무생활이 빡센겁니까, 아니면 교육훈련이 빡센겁니까?" 라고.

교육 및 훈련이 빡센 부대 출신(해병대, 육군 수색, 해군 고속정 등)들에게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무생활이 빡셌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심함이 느껴져.

"훈련이 힘든 부대는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서로 피곤해서or배려를 해서 병영생활이 비교적 프리한 편"이며 "병영생활이 프리한 부대가 오히려 전투력이 더 잘 나온다."라는 얘기가 전역자들 사이에서 나오는것도 사실이야.

("우리부대는 안그런데?", "누가 그딴 얘기를?", "내가알기론 아닌데?" 라는 식의 대응은 사절함)

 

너무 주절주절 적은것 같은데 이건 확실히 깨달았으면 좋겠어.

선임병들은 "후임병들을 동생같이 대하고, 인간미+능력으로 후임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인드를,

후임병들은 "선임병들을 형같이 대하고,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선임을 대해서 나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어.

서로 좋은게 좋은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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