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멜로영화는 거의 안보는 편인데
레옹은 우연히도 킬러에 대한 이야기라 봤다가
엉엉 울고나서 제일 좋아했던 작품인데요
로리타적 요소가 있다고 평해지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소녀'이기 때문에 성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이 소녀였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영화 로리타와는 조금 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틸다는
성인 남성인 레옹을 남자로써 꼬시는 어떤 못된 소녀라기보다는..
눈앞에서 자신을 매일 구박했던 가족이 총살당하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어린 남동생도 잃은 후 어디 정붙일 데 하나 없어 레옹에게 파고드는
길에 버려진 아기고양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레옹은 평범한 성인 남자라기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후 생전 연고없는 지역으로 와서 킬러생활을 하면서
마틸다를 만나기 전 잠 한번 편히 누워 자본적이 없고
자기가 그 일을 통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도 모르는,
역시 어느 구석은 텅 비어버린 남자죠.
감독판을 보면 작품 내에 둘의 성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도 나옵니다만
영화 오아시스의 두 주인공이 타자에게 오해받듯이,
세상이 보기에는 흔한 오지콘과 로리콘으로 보이는 관계지만
서로가 '아저씨'혹은 '소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외롭고 정붙일 데 하나 없이 살아가다가
우연히 날 조금이라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저씨고 소녀여서 그 마음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관계라고 봅니다.
작품을 보면 정말 외로움이 짙고 짙어 전 볼 때마다 숨이 막힙니다.
제가 하필 그 영화를 봤을 때 삶이 너무 힘든 시기였고
레옹과 마틸다 양쪽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시점에서 접하게 되어서 더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아이유양이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똑단발' '못된 걸음' '까만 선글라스'같은 표현을 보니, '아저씨를 꼬시는 소녀'라는 컨셉만 차용하고
마틸다가 왜 레옹에게 그렇게 파고들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작품을 가져온 것 같아서
사실 굉장히 실망하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사태에서 사람들이 많이 실망하고 슬퍼하는 부분도
제가 레옹에서 실망했던 점과 비슷하다고 봐요.
자기가 너무 애착을 가지고, 일부로 여기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작가에 대한 존중이 없이
누군가가 재해석을 내놓는다면 사실 누구나 다 기분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이 (이번 일에선 특히, 상처받는 유년시절의 기억들) 함부로 다뤄졌다고 느껴지니까요.
어떤 해석을 하고 그걸 내놓을지도, 사과를 하고 말고도 아이유양의 자유이며 존중받아야 하지만,
사람들이 아이유양의 제제를 들으면서 상처받고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점도
아이유양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과는 논외로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봤는데 아이유양은 타인의 작품을 굉장히 많이 재해석하는 편이더군요.
예전 포크송을 리메이크한 앨범도 낸 적이 있구요.
앨리스, 레옹, 분홍신, 이번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등의 많은 작품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는데
작가의 입장에서 그게 과연 당당할 수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그런식의 작업이 새로운 작업에 있어서 더 쉽고 편안한 방법인 건 맞지만,
자신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걸 반기지 않는 작가의 경우 그런 시도들이 굉장히 불쾌할 수 있거든요.
또 아이유양 본인의 입장에서도, 자신만의 컬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역량이 부족하기에
이미 어느정도 성공이 보장되어있는 컨셉을 가져오는거라고 보고,
꾸준히 그런식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를 좋은 예술가라고 말하기는 전 힘들다고 봅니다.
제가 지켜본 아이유양은 꽤 단단한 편이어서 이런 일로 쉽게 마음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고,
진심으로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작업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자신이 예술을 하고싶다고 생각한다면 특히 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