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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전수주 포풍까임에 대해 한말씀 올립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28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못살겠네꺅꺅
추천 : 59/8
조회수 : 3604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1/31 20:07:5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1/31 16:54:51
저는 MB빠 아니고요 MB까도 아닙니다.

아무 상관도 없어요. 그냥 알아두시면 좋을 것같아서 댓글 단거 여기도 올립니다.

비록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닐지라도 왜 이렇게 되었나는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글이 좀 길지만 꾹 참고 읽어주세요 ^,^


플랜트 EPC를 공부한 기계공학도로 한 말씀 올리자면..

플랜트라 함은 공장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끝마치고 공장 열쇠를 넘겨준다고 해서 Turn Key(턴키) 프로젝트라고도 하고요.

이 경우에는 운전까지 우리가 맡아서 해주는 계약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런 플랜트 업계에서 아직 후발주자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종합 EPC 사의 짱으로 알려진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에는

2005년 정도만 하더라도 삼성계열사 중 못난이 3형제에 들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지금은 효자그룹이 되었죠.

물론 이 원전에 삼성엔지니어링이 들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업종이 화공플랜트(BTX 정유 공장) 위주이기 때문이고요.

아마도 에너지 플랜트(발전소)를 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정도가 들어가겠네요.

현대엔지니어링이 아닌 이유는 현엔은 거의 설계를 하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하기 때문인데

이번 UAE 원전은 설계를 KEPCO E&C (구 KOPEC)라는 한국전력기술이 하고

현대와 삼성은 시공사로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라고 말씀드린 것 처럼, 우리나라가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는

기술력이 제로베이스다보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의 하청으로 삼성,현대가 들어갔었고

뭐 지금은 한국전력기술이 원청이고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가 하청으로 들어가서

청출어람이 되었다. 뭐 이런 말들을 뉴스에서 종종 내보내곤 했습니다. 격지감이라면서..


그런데 문제는 이 한국중심의 컨소시엄(기업연합)이 만들어진 이유부터 아셔야해요.

우선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이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플랜트 업계가 돈을 잘 벌고 있다고 말하고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신입사원을 500명을 뽑는다고 뉴스에 빵빵 내보내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리는 기본설계(Basic Design)을 유럽이나 미국 선진국 회사들에게 돈을 주고 사와서

라이센스를 얻구요. 우리는 그 베이직 디자인을 바탕으로 상세설계를 하고 시공을 하는

그런 수준일 뿐입니다.

그냥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이번 원전 설계의 핵심은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입니다.

이번에 원전 설계를 KEPCO가 담당하더라도 핵심부품은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의 것이 될겁니다.

배관설계나 기타 시공은 삼성 현대가 다 하겠지요. 두산도 참여하는 것으로 합니다.


근데 한국중심의 컨소시엄이 만들어진 이유는 중동국가들은 반미정서가 상당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들어갈 경우 프랑스와 같은 원자력 강대국에게

밀리는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죠. 어차피 이제 한국도 시공능력은 갖추었고,

KEPCO E&C 한국전력기술도 고리 원전 운전 경력이 수십년에다가 하자보수, 설계능력도 좀 갖추었으니

한국이 중동에 플랜트 장사하던 것 처럼, 라이센서 업체들은 라이센스만 팔아먹는 조건이라도

원전 장사를 하겠다는 속내가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라이센서에게 돈을 바쳐야하는데 그래도 우리 시공업체나 운전을 담당할 KEPCO도 돈을

많이 만질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느냐 하면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자체설계한 원전을 팔아먹고 싶어도 사주는 곳이 없습니다.

원전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경험도 없는 애들한테 원전을 살리는 만무하지요.

이렇게 위험하고 비싼 물건은 차라리 경험이 풍부하고 실제 수출 경력도 있는 업체,

100년이 넘는 설계 시공 운전 경력을 갖고 있는 업체들에게 사오는 것이 속편하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마냥 원전 수출한다고 아이고 성실하게 여기까지 국무총리가 와주시고

대통령이 와주시고 감동했습니다. 우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요 하면서 사줄 것 같나요?

절대 안사줍니다.

그러니까 이런 원전 플랜트 시장에서는 한국이 끼어들 자리가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까 판매할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로였던 것이지요.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 팔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험을 쌓아야 하니까요. 이게 포트폴리오가 되고 다른 원전을 수출하는데에도 참고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이번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건데

일본의 발사체(위성을 우주로 날려주는 나로호 같은 것)를 구입하여

일본의 발사장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사실 일본은 발사체를 국제시장에 팔아본 경험이 없어요.

일본이 저렴한 가격에 해준다고 하니까 일본 자국 위성을 올린 여러 경험들로 미루어 보아

싼맛에 그냥 하기로 한 겁니다. 국내에서 왜 일본 것을 사주느냐하는 반감도 꽤 있었지요.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컨소시엄이 들어오면 중동에 반미감정도 상당할 것이고요.

우리나라가 사실 헐값에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UAE도 싼맛에 사는 겁니다.

우리는 경험과 실적을 얻게 되어 다음에 원전 팔아먹을 때도 좋구요.


사실 무려 1년 전에 플랜트 EPC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사실 손해보고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신문에서는 대박 낸 것 처럼 떠들어 댄다.
하지만 금전적으로는 그리 큰 이득이 아닐지 몰라도 시장에 진입했다는데 의의를 두어야한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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