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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유의점 - 종교 전도활동에 대하여
게시물ID : bestofbest_32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괄약근마스터
추천 : 147
조회수 : 17559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1/04 15:34: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1/03 22:19:19
안녕하십니까, 오유 고등학생여러분. 수능보고 원서 쓰느라 많이 고생 하셨습니다. 원서 꼭 3승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골라 가기를 바라면서, 여러분들이 대학 생활을 처음 막 시작 하셨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한 가지만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알아두셔야 할 것은, 여러분들은 '어떤 집단'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사냥감이라는 점입니다. 집에서 통학하는 경우를 제외한 많은 경우,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외딴 곳에서 생활하면서 고등학교와는 사뭇 다른 대학 생활에 홀로 적응하느라 고생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럴 텐데요 이런 것들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어수룩한' 분위기를 띄게 만듭니다. 얼굴이 웬만큼 삭거나 하지 않은 이상 딱 보면 신입생이라는 게 한눈에 들어오죠.

입학 날부터 시작하여 최소 한 학기 동안 대학 내 혹은 대학교 앞을 '혼자'서 걸어갈 일이 여러 번 생길 텐데, 그러다보면 갑자기 ^_^ 이런 접객용 미소를 지으면서 여러분들에게 친절하게 접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대부분 '여자 둘'이서 콤비로 다니고요, 남자 여자 각각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자 둘이서 콤비를 이룬 경우는 아직 못 봤는데,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접근하는 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덜 경계 하게 만들거든요.

생판 모르는 남이 친절하게 말을 거니까 경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뭘까?'싶은 호기심도 생기실겁니다. 보통 저런 부류에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요, 손에 A5정도 만 한(A4용지 반절) 종이 다발을 들고서 설문지 작성 좀 부탁드린다고 한다면 바로 첫 번째 케이스입니다. 대학 내 개신기독교 동아리죠. 설문지에는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쓰는 란과 함께 대여섯개 정도의 문항이 있을 텐데, 내용은 진짜 별거 없습니다. 주로 신이 있다고 믿느냐, 종교는 있느냐, 성경은 읽어봤느냐 뭐 이런 것이죠. 그 문항들을 열심히 체크해서 넘겨주면 걔네들이 그것을 가지고 통계를 내어 학술적으로 사용하느냐!!면 절대로 아닙니다. 저 설문지에서 핵심은 '이름'과 '전화번호'입니다. 문항들은 눈속임이죠. 실제로 마케팅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아무튼 이름은 적으셔도 별 상관이 없는데, 절대로!! 전화번호는 적으시면 안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적으셨다가는 1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도 전화에 고생하게 되실 겁니다.

이들을 뿌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놓고 '무시'하는 것입니다. 재학생들은 내성이 생겨서 저게 자연스럽게 되는데, 신입생 분들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너무 매몰찬 거 같아서 잘 못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신 분들은 갈길 가면서 한쪽 귀로 흘리며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짧게 짧게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가던 길을 멈추지 마세요! 수업 듣고 나온 건물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정문까지의 약 200미터 거리를 찰싹 붙어서 따라오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그러면 '거머리 같다', 혹은 '지구 끝까지 따라올 기세' 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정말로 귀찮게 구는데다가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게 대학교 내 개신기독교 전도이지만, 적어도 밝은 곳에서 행해지는 것이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경우에 따라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위험한 것이 두 번째 케이스입니다. 특히 여자 분들은 정말 조심하세요.

두 번째 케이스는 우선 접근 패턴이 매우 다양합니다. 저는 주로 '기(氣)가 허(虛)하다' 혹은 '기(氣)가 쇄약하다'는 말을 던지면서 접근하는 경우를 많이 당해봤고요, 인터넷에서 읽어본 바로는 '눈이 많이 슬퍼 보인다'라는 식으로 눈과 관련시켜서도 접근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 뿐만 아니라 과 후배는, 여자애인데 고등학교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 집에 가보니까 웬 아저씨가 같이 있고 이상한 얘기를 해서 무서워서 부랴부랴 도망치듯 나왔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논문 작성 때문에 필요해서 그런데 설문지 작성 좀 해달라고 하여 써줬더니 붙잡고 딴 얘기만 줄 창 늘어놨다는 케이스도 있고요.

패턴의 다양성과 교묘함에 있어서는 정말 혀가 내둘러질 정도인데, 저 같은 경우는 여자 둘이 오더니 자신들이 천연비누 쇼핑몰 창업을 준비 중인데 설문조사를 도와줄 수 없겠냐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설문지 사이에 교묘하게 쇼핑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항 들 (예 :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느냐, 주로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냐 등등)을 집어넣고는 자연스레 화제를 '각박하고 메마른 현대 사회'로 넘기면서 공감을 유도 한 뒤 본론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세상이 기(氣)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라는 것은 어쩌고 저쩌고.'. 이 전까지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가 저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빠져 나왔습니다만, 기분이 나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그 치밀함에 혀가 내둘러졌습니다.

저의 경험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최근 들어서는 접근 방법이 굉장히 교묘하여 '천연비누'와 '쇼핑몰'과 같은 요새의 트렌드를 떡밥으로 들고 나와,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저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 가버릴 정도입니다. 어찌 되었든 구분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포착해야 할 단어는 '기(氣)'입니다. 천지 만물이 기로 이루어졌다거나 이런 소리를 지껄인다면 100%입니다.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화내는 사람 곁에 가면 나도 왠지 화가 나고, 웃고 있는 사람 곁에 가면 나도 왠지 즐겁다. 이것은 그 사람들의 기(氣)가 나에게로 옮겨졌기 때문이다.'입니다. 언제는 궁금해서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되물어 본적이 있는데, 딱히 무엇을 한다는 정식 명칭은 없고 자기들끼리는 '도(道)를 한다'라고 말한다 하더군요. 그 유명한 '도(道)를 아십니까'의 정체입니다. 자세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순진리교', 혹은 '증산도'가 정식 명칭이라는 것 같습니다.

'기(氣)'라는 핵심어 외에 또 다른 특징은, '이렇게 서서 얘기하지 말고 차라도 한잔 사 줄테니 카페 같은 데라도 가서 얘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면서 얘기를 길게 끌고 가려 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말로는 쉬운데 직접 당해보면 떨쳐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거에요. 그래도 확실하게 거절을 하셔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가끔씩 끌려가본 적이 있으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차하면 이야기가 협박수준으로 까지 흘러가 빠져나오기가 무척 힘들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종교는 아니고 저도 직접 당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는 적지 못하겠지만, '다단계'도 조심하세요. 접근 패턴 등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 점만 명심하시면 돼요,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직업)따위는 없다.'. 대학교 들어가시면 알바를 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일의 강도와 시급은 정확하게 비례합니다. 알바 구하실 때 참조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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