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참 축구에 엄격한 것 같습니다.
올림픽 기간이 되니까 더 확실하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오유는 비교적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제도가 있고,
올림픽 게시판만 보아도 격려하는 글이 대다수여서, 그래도 무난한 일반적인 한국인의 의견에 근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축구는 보통 결과가 좀만 좋지 않아도 비난글이 많이 올라오죠.
경기력에 대한 문제제기, 선수 개개인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저만 유난히 축구에 엄격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1. 우리나라의 객관적인 실력이 그렇게 월등한가요?
대체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예상하는 종목들은 세계랭킹도 높은 종목들이죠.
펜싱에서처럼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랭킹 1,2위를 꺾으며 금메달을 따는 일은 흔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설령 우리가 세계랭킹이 매우 좋은 종목(10위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대체적인 오유의 반응 및 사람들의 반응은 '수고했다'이지, 뭐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데 우리나라 축구의 경쟁력은 어떤가요?
애초에 예상되던 메달후보도 아닐 뿐더러, FIFA랭킹, 올림픽성적,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아시아에서는 몰라도, 세계적으로는 강팀이 아니잖아요. FIFA랭킹도 일본보다 거의 항상 밑이었고
올림픽 성적도 8강이 최고, 월드컵도 4강이 한 번 있지만 아직까진 16강진출에도 사력을 다해야 하는 정도잖아요.
하지만 이긴 경기 외에는 모두 선전한 편이고, 8강까지 진출했음에도 게시판, 댓글은 대체로 비난 일색이죠.
2. 객관적 실력에 비해 너무 평가는 엄격한 것 아닐까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거지만, 한명 한명이 모여서 객관적인 수준을 만드는 것이고,
대체로 강팀은 구성원도 모두 기량이 뛰어난 반면, 약팀은 모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떨어지는 게 보통이죠.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도 세계적으로 아주 경쟁력이 좋다고 할 순 없죠.
그런데 축구에서는, 수비실책 하나, 제대로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공격 하나 마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죠.
근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실책없이 완벽한 수비를 할 수 있는 레벨의 선수가 없고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공격자원이 현재로서 없잖아요.
메시나 호날두까진 아니어도, 그냥 세계 레벨에서 항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는
그나마 기성용, 구자철, 김창수 정도일까요?(현재까지 본 느낌으로는)
근데 그렇다고 나머지 선수들은 그럼 일단 다 잘못한 걸까요?
아니잖아요. 그냥 실력이 부족한 걸 어쩌겠어요.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시스템이 그렇게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심지어 일본보다도 매우 매우 열악하기만 하죠),
신체 조건이 아주 월등한 것도 아니고, 양궁이나, 태권도 같이 전통적으로 우리가 강한 분야도 아니잖아요.
심지어 K리그는 항상 1/4관중도 채울까 말까인 정도인데요?
대체 어떤 이유에서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기량이 지금보다 더 나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의 개개인의 능력은 수비실책도 나오고, 공격도 완벽하게 마무리 못할 정도인거에요 그냥.
공격진도 항상 욕을 먹는데, 기회마다 모두 골로 만들면 세계적인 레벨이겠죠.
그 정도 공격수가 거의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이동국이 있었으면 모든 게 바뀌었을까요?
아닐 거에요. 또 엄청 욕먹었겠죠.
축구선수는 골로 말한다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건, 강팀과의 경기에서건 항상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는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아요. 우루과이의 공격진은 세계 레벨임에도 거의 득점도 못했는 걸요.
3. 그들도 엄청 열심히 뜁니다. 격려와 바람직한 방향 찾기가 필요한 거 아닐까요..
지금 선수들이 대충 뛸까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에요.
근데 잘 안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육상에서 전력을 다해 뛰었음에도 예선조차 통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세계랭킹 1위라고 다 양궁에선 10점, 유도에선 한판승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나라 축구가 보기 답답하고, 부족해 보인다면, 그건 선수들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우리나라의 축구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이고, 그리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거에요.
2002월드컵 반짝 빼고는, 우리나라 축구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나요?
좀만 못해도 축구장을 뭐로 바꾸자, 개개인에 대한 악플..
일본의 유소년 축구시스템 한번 검색해 보시면, 미쳤구나 하실거에요.
그리고 그 결과 일본은 최근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어요. 우리는 따라오지도 못하던 걔네들이요.
그게 다 선수들 잘못인가요?
악플이 달려야 할 곳, 욕을 먹고 반성해야 할 것들은 축구인재시스템, 매번 잘못된 행정을 하는 축구협회
이런 곳들 아닌가요? 그것들에 대해서 이만큼이나 열성적으로 고민하고 비판하거나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 의견이 나온 게 얼마나 될까요?
지금 8강도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줄거라고 믿습니다.
개개인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답답한 부분도 엄청 많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직은 우리나라 축구실력이 우리나라 국민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을.
무언가를 죽도록 노력해봐도, 가끔 안될때가 있습니다.
선수 모두가 죽도록 뛰는데도, 실수가 나고, 골이 안들어가고, 상대방이 더 탄력적이고 빠른 것을
어찌 모두 다 선수들 잘못이라 하겠습니까... 안 그럴까요?
조금 더 격려의 눈으로, 조금 더 응원의 목소리로, 그렇게 지켜보면 안 될까요?
그냥 아쉬운 마음에 얘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