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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사람 없는 발
게시물ID : readers_328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틴K
추천 : 2
조회수 : 25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25 17: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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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지대의 한 골목길에서 썩은 내가 진동했다. 항상 쥐 오줌 냄새가 나는 곳이었지만 최근 냄새가 더 심해져 주변 주민이 신고를 했다.

"제기랄. 이런 업무는 환경 공무원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기 사람들은 시청 공무원보다 경찰이 더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전근 가고 싶군."

"이 지역은 개미 소굴이야. 주민이든 경찰이든 한 번 빠지면 못 나가."

조와 마틴은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통을 뒤적였다.

"어쩌면 주민들이 똑똑한 걸지도 모르겠어." 조가 중얼거렸다.

"뭔 소리야?"

"이것 봐."

쓰레기통에서는 발이 발견되었다. 사람의 발이.

*

"시체라면 치아 조직을 검사하거나 지문을 검사할 텐데 말이야. 발 지문을 데이터베이스화 한 조직은 아무 데도 없다고. 관공서에서 신발이나 양발을 벗게 할 수는 없잖아? 범인이 상당히 똑똑한데."

검시관은 대단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범인이야?" 클로버는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검시관은 문을 닫고 자리를 피했다.

"이건 뭐 해결은커녕 실마리도 안 잡히는데." 조가 클로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클로버는 한 번 화가 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저번에는 국장의 차 백미러를 박살 냈다.

"그래. 이건 미제 사건으로 처리하자. 주변 사람들만 수사하는 척하면서 조용히 묻자고." 클로버는 한숨을 쉬었다.

*

"그래서 주변에 비명소리나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까?"

"여기는 매일 밤 총소리랑 비명소리가 들린 다우."

"알겠습니다."

조는 혀를 차며 말했다.

"무슨 질문을 해도 비상식적인 일이 일상화된 동네라서 뭘 잡을 수가 없구먼."

"이만 들어가지. 자네 부인도 기다릴 텐데. 오늘 크리스마스 아닌가. 가서 가족이랑 즐기라고."

"그럴까? 매일 이런 짓거리를 하다 보니 크리스마스도 까먹는군.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날인데 말이야. 돌아가는 길에 케이크나 사야겠어. 내일 보세, 클로버."

클로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클로버는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스위치를 켰다. 화분에는 트리 장식을 매단 발 없는 시체가 있었다.

클로버는 나지막이 시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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