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하고 배그를 참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옆에서 둘이 그만 좀 싸우라고 하는데, 남자들 노는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얼마전에 아들하고 듀오하다가 영화같은 배그를 한 적이 있어서 몇자 찌끄려 봅니다.
상황은 어찌저찌 파밍해서 어찌저찌 싸우다가 아빠는 먼저 죽고 아들만 남은 상태입니다.
보통의 게임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칩니다.. 나는 샷빨이 안좋고, 아들은 총든애들 쫓아가서 주먹으로도
죽일정도의 대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명.. "쏘지 마라 아들!"
9명.."어퍼져 어퍼져 어퍼져..."
8명.. "쏘지 마라 아들!"
7명.."왼쪽에 한명, 오른쪽에 두명"
6명.."전방에서 싸운다"
5명.."아들 쏘지 말라니까.."
4명.
3명.
3명 남으니까 이 두명이 서로 싸울지? 아니면 같은 편이라서 각 벌리면서 잡으러 올지 고민이 되는데,
건물에서 한명이 뛰어 내립디다...
"아빠! 쏴? 쏴? 쏴? 말어? 쏴?"
나도 모르겝디다.
아들은 자신이 위치가 좋다고 판단했는지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죽지 않을만큼 쏘고 마추고 했는데, 왼쪽에서 우리 아들을 또 쏘더이다.
원래 싸우고있던 놈은 교전할 생각이 없는지 뛰어 다니고 있고..
왼쪽을 돌아보니 길리 입은 병사가 우리 아들의 딸피 캐릭터를 보내버릴려고
열심히 쏘고 있었는데, 아들.. 순간 연사로 바꾸더니 길리를 녹였습니다.
이정도 했으면 치킨각이죠?
재장전을 하면서 원래 싸우던 애를 찾았는데, 열나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진짜 맨몸으로 무섭게 뛰어오더군요.. 손에 후라이팬 들고.
재장전이 끝나는 순간 맑고 고운 소리.. "댕!!!!!"
그렇습니다. 후라이판으로 딸피인 우리 아들 머리통 맞고 한방에 죽었습니다.
아들은 망연자실해서 멍하게 있는데, 앞뒤를 마춰보니
그노마가 총알이 없어서 후라이판 들고 뛰어온것 같았습니다.
뭐, 둘다 잡고 일등 했으면 그냥 잘해서 치킨먹은 판으로 기억없어졌을 게임인데,
후라이판으로 머리 맞고 죽어서 2등이라니....
게임은 졌지만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맛에 배그하는거지요..
혹시 그 후라이팬 용사 연락이 닿는다면 후라이판 들고 현피 한판 붙읍시다.
오늘 저녘엔 달걀 후라이 몇개 먹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