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가 오늘오전 '신 붉은악마 선언문'이란 공지를 통해 이제껏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 왔던 부분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 붉은악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붉은악마가 공지한 내용을 보면 대의원 회의에서 의결한 아래 4가지와 그외 팬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이 쓰여져 있습니다.
1. 기업체를 비롯한 그 어떤 집단의 금전적 후원을 받지 않기로.
2.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축구쉼터 폐쇄.
3. 머플러판매등 수익 사업도 하지 않을것.
4. 운영비 4억원과 축구쉼터 보증금등 모든 금전적 재산을 기부할 예정.
<붉은악마 홈페이지 http://www.reddevil.or.kr/ >
붉은악마는 그동안 축구팬들과 국민들에게 후원업체에 맺은 계약금의 사용 출처에 대해서 많은 의혹과 비판에 시달려 왔었습니다.
비록 장문 이긴 하지만 아래 공지를 읽어 보시고 우리모두가 붉은악마임을 잊지 마시고 다시한번 하나가 되는 대한 국인이 되어 독일 월드컵에서의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은 붉은악마가 오늘 오전에 붉은악마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전문입니다. 장문이긴 하지만 한번 읽어 봐 주세요.
안녕하세요. 붉은악마 대의원회입니다.
붉은악마는 앞으로 기업체를 비롯한 그 어떤 집단의 금전적 후원을 받지 않기로 대의원회의를 통해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붉은악마는 현재 진행 중인 후원 계약들이 종료된 이후 영구적으로 특정 집단과 후원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붉은악마 소속 자치 및 가맹단체 역시 마찬가지이며, 금전적 후원계약을 맺는 단체는 더이상 붉은악마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현재 운영 중인 홈페이지는 비용 지출이 최소화되는 구조로 개편됩니다. 회원 로그인 기능, 각종 게시판 기능이 모두 사라지며, 붉은악마 소개, 역사 그리고 자치 및 가맹단체를 소개하는 링크 페이지 정도로 축소됩니다.
서울 대학로의 축구쉼터도 폐쇄합니다. 대부분의 회의는 온라인에서 진행될 것이며 필요할 경우 개최되는 오프라인 대의원회의는 참가 모임 스스로 부담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홈페이지 축소 개편 및 쉼터 폐쇄 등은 붉은악마를 저비용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응원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보관, 운송 등의 비용이 발생하는 대형 태극기 응원 등은 어려워 질 수 있으며, 카드섹션 등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슬로건 지정 및 확산 등도 서포터가 아닌 협회 등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머플러 판매 등 수익사업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붉은악마 회원들이 응원이나 기념으로 머플러 등을 제작해 회원들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사업자 등록증이 필요없고 세금 관련 업무가 필요하지 않은 규모 내에서 실시합니다.
붉은악마는 향후 4년간 운영비인 4억원을 통장에 적립하고 초과 수익금 6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운영비용 축소 계획에 따라 더 이상 붉은악마에게 필요하지 않게 된 4억원과 쉼터 보증금 등 모든 금전적 재산은 기부할 예정입니다. 기부 대상은 선정하지 않았으나, 본 공지를 통해 현 보유 금액을 모두 기부한다는 것을 공언하고 월드컵 이후 대의원 회의를 통해 기부처를 결정할 것입니다.
붉은악마 회원 여러분.
붉은악마는 그동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버거운 상태였습니다. 이제 그 옷을 벗고 자유로워지고자 합니다. 온 국민의 단합을 책임지고, 매 경기마다 깜짝 응원을 펼치는 것은 붉은악마의 몫이 아닙니다.
시간이 갈수록 응원과 상관없는 일들에 엮이면서 그동안 많이 괴롭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우리 회원 중 그 누구도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모두 운영을 위해 사용했으며 초과 금액을 기부하는 행위가 상업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붉은악마는 상업화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하나의 찜찜함 마저도 털어버리고자 합니다.
붉은악마는 정치화 됐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연고를 이전해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 기업과 무책임한 연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마케팅 전쟁에 동원됐다는 오해 속에 사라졌습니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는 프로리그에 1~2천명의 관중이 들어서는 축구 후진국 상황에서 우리는 대표팀 경기 몇 경기에서 일반 팬의 기쁨을 위해 붉은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일반 팬 및 국민 여러분.
붉은악마는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로서 동아리입니다. 그간 후원 등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받아 운영했으며, 후원은 국민 여러분의 사랑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온국민의 붉은악마'라는 거죽 속에서 동아리 이상의 역할을 부여받아 허덕였습니다.
이제 붉은악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사양하겠습니다. 붉은악마에 대한 과도한 요구와 근거없는 비난도 사양하겠습니다. 현재 제기 중인 많은 의혹이나 비판은 근거가 있다면 모두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속에 숨어서 이야기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붉은악마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계자료를 공개해서 검증을 받아도 "내가 못 봤으니 문제있다"는 식의 비판에 대해서는 이제 붉은악마의 명예를 위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또한 축구에 대한 투자없이 축구를 통해 마케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축구팬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을 것이며, 2002년 이후 경기장에서 만난 적도 없는 응원단들에게 국내 리그에서 만나자고 요구할 것입니다. 대표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댄스판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거리응원이나 경기장 응원 때 붉은악마 티셔츠 입지 않는다고 응원이 안되는 것 아닙니다. 아무 옷이나 입으면 됩니다. 붉은악마 옷만이 응원복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4년 전에 붉은악마 스스로 던진 '공식 응원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붉은악마는 여러 응원단 중 하나이며 응원단과 경쟁 속에서 붉은악마의 저력을 증명받을 것입니다.
붉은악마는 서포터입니다. 서포터의 특징을 이 자리에서 모두 설명드리기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서포터는 자신이 지지하는 팀에 목숨을 거는 매니아 집단이며, 이런 이유로 전쟁이 터진 나라나 유혈사태가 벌어진 나라로 응원을 떠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수만명의 상대 서포터가 몰려와 폭력을 행사해도 붉은악마 원정단은 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표팀을 따라 지구 끝까지 갈 것을 결의했으며, 대표팀 전력의 근간이 되는 국내 축구리그에 대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식으로 일반 국민들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팀 경기에서 부담없이 어울릴 수 있는 존재이나,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많은 오해들이 이런 인식차이에서 비롯됐고 이 점에 붉은악마 운영에 어려움이 됐으나, 이제 붉은악마는 온국민의 응원을 담당하는 조직보다는 축구 서포터로서의 길을 갈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
붉은악마는 이제 가진 것을 모두 털어버리기로 확정했기 때문에 자유롭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모임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세계 정상에 서는 그날까지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치어리더들이 판을 치고 팔짱을 끼고 관전을 하는 수동적 관전 문화를 선수들과 함께 뛰는 문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2년 열풍은 이런 우리의 꿈을 가져다주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이후에도 변한 것은 없었으며, 붉은악마는 어설픈 대표 응원단이 되었습니다. 거리응원에는 다시 치어리더가 등장하고 축구응원인지 춤판인지 모르는 응원문화로 반전하고 있습니다. 각종 응원 행사는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합니다. 이는 붉은악마가 원한 것은 아니며, 붉은악마가 나서서 바꿀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붉은악마는 서포터로서 우리의 길을 가는 것으로 족합니다.
이번 대의원회 결의로 붉은악마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붉은악마는 화려한 응원도구가 아닌 대표팀 서포터로서 탐탐이 몇 개와 박수,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응원을 할 것이며 이것이 우리 본연의 모습입니다. 돈을 내고 만드는 현수막이 아니라 한푼 두푼 모아 밤새 투박하게 페인트로 그린 걸개와 게이트기를 들고 열차 입석을 타고 승리를 노래하며 경기장을 찾는 게 서포터의 본연의 모습니다.
끝으로 붉은악마 초창기 시절을 되새겨 봅시다. 우리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하기 전부터 땅에서 20센티미터 이상 뛰며 응원을 했으며, 90내내 단 한순간도 박수치는 손을 내리지 않았으며, 박수치는 손은 눈높이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를 냈으며 경기 후에는 모두 쉰 목소리로 함께 웃었습니다. 경기 중에는 잡담이나 군것질도 금지했습니다. 모임에 따라서는 응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과도한 노출이나 하이힐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오직 강력한 서포팅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이제 월드컵이 다가옵니다. 붉은악마는 이런 초심을 되새기며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다소 약해져가는 응원의 강도를 다잡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대표팀과 함께 신화를 창조하여 한국 축구 발전에 긍정적 요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4년마다 깜짝 인기 후 식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포기는 할 수 없습니다. 붉은악마가 생길 때는 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의결권을 가진 18명의 대의원이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왔으며, 후원 거부, 홈페이지 축소, 쉼터 폐쇄, 잉여금 전액 기부 등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처리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처리방안 등은 독일월드컵 이후 논의할 예정이며, 결정사항을 대중에 공인받기 위해 공지합니다.
우리는 어디서나 자신있게 “나는 붉은악마다”라도 말할 수 있는 명예로운 조직이 될 것입니다. 이번 2006년 6월 4일 '쉼터선언'은 가진 것을 털어버렸다는 의미에서 붉은악마 탄생에 버금가는 의미를 가진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6월4일은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첫 승을 거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