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입니다. 2009년 12월 31일, 길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아침 7시, 채 날도 밝지 않은 시간에 예결위원장은 회의장을 변경했고, 곧바로 야당 의원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고는 한나라당 의원들만 모여 예결위를 열어 2010년 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8시에 본회의장 문이 열렸습니다. 의장석으로 가 국회의장에게 항의했으나 경위들에게 끌려 내려왔습니다. 의장석 아래 발언대에 섰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청와대와 여당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도록 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이런 상황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을까 자책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국회의원, 그저 법안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이 사회와 세상의 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서서, 누군가 하겠지 미루어두었던 시간들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밥을 먹기도, 물을 마시기도, 어디 앉기도 어려울 만큼 죄스러웠습니다. 시작할 때는 예산안 일방 처리에 대한 항의였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이렇게라도 속죄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어 실망하실 분들과 죽어갈 생명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되뇌었습니다. 서 있으면서 보이지 않게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회초리를 내려치는 심정으로 아침 8시부터 서 있기 시작한 것이 저녁 8시까지, 꼬박 12시간이 되었습니다. 오후가 되니 보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마음이 힘들다며 앉아서 쉬라고 여러 번 설득하러 옵니다. 평소 따뜻하게 대해 주신 몇 분이 억지로 끌고 가 앉히는 통에 잠시 앉은 것 외에는, 물도 마시지 않고 서서 12시간을 버텼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그렇게 속죄로 보냈습니다. 그리했다고 마음이 가벼워질 수는 없습니다만, 12시간 동안 무척이나 가혹하게, 제 몸과 마음에 새겨놓았습니다. 2010년에 감당해야 할 책임과,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2009년의 마지막 날은 4대강 예산 강행통과로 저물고, 2010년의 첫 날은 노동조합법 강행통과로 시작되었습니다. 권영길 의원님이 반대토론에 나서 민주노조 만들어보겠다고 몸에 불을 사르며 죽어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토론 내내 야유와 조롱을 퍼붓고, 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3년전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드디어 합법성을 얻어낸 민주노조 운동의 지도자의 눈앞에 벌어진 노동조합법 개악, 어떻게든 민주노조운동을 죽이려는 이명박정부의 집요함과 야당의 균열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가결의 망치소리를 뒤로 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데, 권영길 의원님이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곳 복도에서 소리 내어 통곡하고 계셨습니다. 몰랐습니다. 이렇게 통곡하실 줄은, 그렇게 큰 고통일 줄은.
한 해를 시작하며, 아직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단단해졌습니다. 늘 생각해왔습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 그렇다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어디까지인가,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고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려면 내가 가진 것 가운데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
나 자신의 안위와 명예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내놓자고, 그 무엇도 아끼지 말자고 했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나, 언제나 고민했습니다만, 경험이 짧아 정말 잘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2010년 새해에는, 가장 좋은 것을 내놓겠습니다. 짜낼 수 있는 지혜를 다 짜내고 모을 수 있는 힘을 다 모으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더는 지지 않겠습니다. 탄식과 절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올해가 끝날 때는 많은 분들이 의심 없이 희망을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결심은 끝났습니다.
이정희의원 "하루쉬려고 버는돈의 2배를 내야 합니까?"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7-MqJeILnDQ$ 출처 : 민주노동당
http://blog.daum.net/2007kdlp/6045423?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2007kdlp%2F604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