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민주화 열사들이 독재자들한테서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니까
시민들이 그 독재자의 딸을 뽑은 게 어이없으실 겁니다.
물론,
박근혜가 유신 시절 세컨드 레이디를 할 시절에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을 했는데
시민들이 박근혜를 뽑은 게 어이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노무현과 함께 권위주의의 해체, 구시대 청소, 정의로운 사회를 바랐던 국민들이
노무현의 가치를 버리고 박근혜를 선택한 게 이해 안 가실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과격한 지역 탓, 언론 탓, 노인들을 탓하시는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와 환경에도 불구하고 왜 졌을까는 생각해보시지 않았나요?
문재인은 제1야당의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새내기인 안철수에게 계속 여론조사에서 끌려다녔으며 토론회에서는 이정희에게 끌려다녔습니다.
프레임 싸움에서 이명박 정권의 심판이 아닌 박정희와의 싸움으로 패배했습니다.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싸움에서 그 가치를 민주당, 문재인만의 가치로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어떤 유명한 진보적 교수는 박근혜의 정책이 더 낫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왜 다시 노무현의 가치가 필요한지 시민들에게 정확히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과정은 불협화음으로 진동했고 아름다운 단일화, 극적인 단일화 과정을 이루지 못해 시너지 효과 창출에 실패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민주당 선대위에 있었습니다. 제가 약 50일간 선거캠프를 보면서 느낀 점을 적었는데 다 동의는 하시지 않더라도 최소 일부는 공감하실 거라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는 플라톤, 스탈린, 히틀러, 마르크스를 격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스탈린,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이용해 유물론적 변증법 - 즉 역사의 법칙에 따라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하고 공산사회가 건설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탈린,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동의하지 않는 이념들은 모두 숙청했습니다.
히틀러는 제3제국을 독일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독일인만의 제3제국 발현에 방해되는 인종과 민족, 이데올로기는 모두 악으로 규정하고 숙청했습니다.
플라톤은 세상을 이데아와 현실세계로 구분하고 현실세계는 악, 이데아는 선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역사주의 철학을 주창했습니다. 칼 포퍼가 봤을 때 플라톤이 주장하는 세계는 닫힌 사회입니다. 이데아로의 진보가 아닌 다른 길은 모두 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오늘의 유머는 닫힌 커뮤니티 같습니다. 만약 칼 포퍼가 오늘의 유머를 본다면 "최악의 사이트"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노인들을 부정하고, 문재인을 뽑지 않은 노인들, 국민들을 우민으로 삼는 선민사상까지 보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우리들만이 옳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故노무현 대통령도 아마 오늘의 유머를 보면 상당히 실망하실 겁니다. 본인은 지역주의 타파를 정치적 사명으로 여기고 종로구 국회의원을 버리고 부산시장에 출마해 두번이나 낙방했습니다. 오늘의 유머인들처럼 경상도를 배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포용하려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남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졌는지 반성해봐야 할 때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오늘의 유머는 건전해질 수 없고, 민주당과 한국 정치를 이끌 우리 젊은이들도 건전해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