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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스포] 반지 - 사쿠라 쿄코
게시물ID : animation_329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1
조회수 : 3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14 00:05:23

 그 날은 미묘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학교의 여자아이들 이야기는 어째선지 반지 이야기로 가득했다. 듣자하니, 남자친구가 있던 여자애가 커플링을 함께 사서 왔다던가. 반지 모양이 예쁘다, 가격은 얼마였다, 학생들에게 적당한 가격의 가게가 어딘가에 있다, 나는 엔티크한게 좋더라, 그런건 골동품 점에서 찾을 수 있을거야. 무수했고, 그런 사춘기엔 있을 법한 이야기였으며, 있을 법한 이야기였기에 떠들썩했다. 나는 그 떠들썩함에서 조금 거리를 둔다. 비웃음일까, 거부일까. 고작 중학생인데, 영원을 노릴 것도 아니면서, 사랑의 맹세도 아니면서. 나는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랬기에 커플링이란 나에겐 별로 감흥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 하교길이었다.

반지가 왜 반지인지 알아?”

 그건 이상한 질문이었다. 반지가 왜 반지냐고 묻는 질문은 언어도, 실체도 아니었다. 반지가 왜 반지일까. 언어의 만듦새를 내가 알 턱도 없거니와, 유래를 안다고 한들 저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인진 찾을 수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난 달리, 답하지 않았다.

몰라.”

 한 마디 뒤엔 수많은 묵음이 남겨졌다.

“그래?”

 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흔들거리며 조금 앞서간다. 앞서간 너의 등뒤로 깎지를 낀 손이 보인다. 반지 하나 있었다. 생긴 건 내것과 비슷한, 그 소울젬 반지. 어떻게 보면 커플링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너의 반지였다. 소울젬 반지는 언제나 ‘우정반지’로 설명했고, 설명을 받았다. 편의상, 골치아픈 일을 넘기기 위한 방식이었다. 너와 나는 그렇게 보이고 있을까, 우정.

“있지. 안경 쓴 얼굴을 가격하면 법정까지 갈 정도로 처벌이 심한 거, 알고 있어?”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흥미롭긴 했으나, 대화를 이끌 주제는 아닌 것 같아 적당히 대답한다.

“그래?”

“안경이 깨지면 엄청 위험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구.”

너는 뿌듯하다는 얼굴로 돌아보며 말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거든!”

눈이 반짝일 기세였다. 어디가 그렇게 재밌다는, 재밌는 걸까.

“뭘?”

“그럼 반지를 끼고 때려도 꽤나 아플 것 같잖아? 그러니까 반지는 원래 무기로 쓰던 거였는데, ‘나는 당신을 공격하지 않겠어요’ 따위의 메시지를 담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거지!”

 뭔가 대단한 발견인 양, 너는 당당하게 말한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확실히 신선한 해석이긴 했다. 사랑을 반지에 맹세하는 이유가 당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니. 먹고 살기 위해선 상대를 죽여야만 했던 고대의 인간에겐, 적대의 반댓말이 사랑이었던 걸까. 신기한 일이었고, 그래서 너의 그 주장은 언뜻 재밌는 것이었다.

“뭐야, 이 똑똑한 사야카 님의 아이디어에 놀라버린거야?”

그러고선 너는 코밑을 슥슥 문지르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나도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네 손의 반지를 본다.

“오늘 학교에서 한 이야기 아냐?”

“흥, 그래도 아이디어를 낸 건 나라구?”

“그거 말고 다른 것도 있지 않았어?”

“음...그렇게 진지하게 했던 이야기는 아니라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사오토메 선생님이 재미로만 알아두라고 점심시간에 이야기 해주시긴 했지. 그 뭐라고 했더라. 반지의 반이 원래 반쪽을 뜻했고...한쌍이 온전한 묶음이라고. 그래서 보편적인 맹세의 의미가 되었다...뭐, 이런 걸 어원이라고 하던가? 그런 이야기였지.”

 어원, 어원이라. 신이 만들 때 그렇게 빚어준 걸까. 한 쌍이 하나이기에 반쪽은 반지라고 부른다. 특이한 단어인 듯 했다. 온전하지 못한 반쪽에도, 반쪽이기에, 반지라는 이름을 받은 그것의 의미란 무엇일까. 한쌍인 그것의 언어는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쪽이 더 맞는 거 같은데”

“칫.”

 입을 삐죽거리며 너는 장난스럽게 나를 흘겨본다. 진심이 아니었기에 귀여웠고, 이게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장난과, 장난의, 장난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관계. 나는 조금 더, 장난을 쳐본다.

“남자친구 생기고 반지 만들면 그런 이야기 해주라구.”

진심을 노려본다. 너는 나를 빤히 본다. 그러고선 코앞까지 다가온다.

“쉿.”

 너는 손가락을 세워서, 조용히 하라는 듯이 그렇게 말한다. 나는 조금 당황하여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왜 다가온 걸까.

“비밀이야.”

 내 반지는 영원토록 반지일 것 같아서 허탈히 웃었다.






사실 쿄사야에서, 사야카가 바라봐주지 않는 관점을 꽤나 씁니다.
반역에서 손잡는 것도, 우정만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늘 좋아요 이런 새로운 분위기는 - 물론 장면으로 끝나기에 이어나갈 필요성은 느낍니다.
사실 글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게 주목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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