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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8일
게시물ID : bestofbest_32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군계일학
추천 : 194
조회수 : 18596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1/10 17:44: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1/10 00:34:09

기말고사 준비로 한창 바쁜시간에 할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쓰러졌으니까 빨리 연세병원으로 오라고 

원래 심장이 안좋아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는동안 너무 불안했다 아침에 화내고 나왔는데,

뇌출혈이었다 가서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니까 긴급수술마치고 엄마가 침대에 눕혀져서 
안으로 들어갔다 곧 의사가 불렀다 

소생가능성 3% 
회복되더라도 절대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수 없다고 했다 
돌아버릴것같았다 뇌출혈,뇌경색,뇌졸증 정확히 차이는 모르겠지만 이게 무서운이유가 
바로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거다

암인걸 모르고 죽는경우가 얼마나될까?
죽고보니 암이었다 죽고보니 백혈병이었더라    
있을까 과연 

말기 암도 소중한 시간은 주어진다 
준비할시간 

60일동안 혼수상태였다 하루두번 20분의 면회시간 
옆환자도 엄마랑 비슷한 나이인것 같았다 내또래 아들딸와서 맨날 울었다 
뇌종양 말기, 한달정도후에 사망했다 

나도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그땐 정말로 하루하루가 정말로 죽는건 아닌가 
말한마디 못해보고 그렇게 떠나보내야 되는건가 생각했다 

목에 숨구멍을 내고 머리에 관을 연결해서 피를 뽑는다 

중환자실에선 모든 환자들이 최대한 밝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담당 의사가 오면 모두들 숙연해진다 신이니까 그사람말곤 믿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상황은 암담했지만 다행히 괜찮은 보험을 들어놨고 보험회사도 군말없이 돈 척척주더라 
향후 1~2년은 걱정없이 병원비로 쓸수있을것 같았다 

운명은 존재할까? 
세상엔 단 한가지의 사건만이 일어난다 동시에 두가지의 사건이 일어날순 없는법 
운명처럼 엄마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주 조금씩 깨어났다 

편차를 그리며 조금씩 호흡기도 떼고 눈도 깜박이고 손에 힘도주고 
입원후 2개월 뒤엔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주중엔 학교에 가고 간병사가 없는 주말엔 병원에서 지냈다 
석션으로 목에난 구멍으로 가래빼고 오줌팩갈고 기저귀갈고 
액체로된 밥 콧줄로 넣어주고 3시간에 한번씩 자리바꿔주고 

힘든줄은 몰랐지만 짜증났다 가족이 그러는데 해줄건 현상유지다 
네이버 만화중에 혼수상태 소녀나오는데 옆에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한 6시간만 그대로 두면 죽을수도 있다 항상 옆에 있어야한다 

가을들어서니까 목줄도 빼고 정말 엄청좋아졌다 
가족들이 정성들인 만큼 정말로 눈에띄게 좋아졌다 
의사가 기적이라고 했지만 기적이 어딨는가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믿는다 

일반병동에서 3개월 밖에 못있는다고 해서 재활병동으로 다시 옮겼다 
모두다 사정이 있었다 

자살시도했는데 죽지못하고 뇌성마비 비슷한거 걸려서 누워만있는 젊은여자도 있었다 
남자친구라는 남자가 와서 맨날울고 열성적인 기독교신자인 아버지는 밤마다 기도문 외운단다 
엄마가 맨날 그거들을때마다 무섭다고했다 

어떤 고1정도되는 소녀는 무슨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다리가 없다 
관리안해주면 피가 썪어들어가서 팔다리를 잘라야한다고 했다 

사고때문에 우뇌의 반이 날아간 어린아이도 있었다 
그때부터 엄마는 혼자서 어느정도 걸을수도 있고 예전 기억도 점점 돌아오는듯했다 

2009년이 되자 난 입대준비를 했다 그때쯤에 일산병으로 다시옮겼다 
연세병원에서는 뇌병변장애 2급을 줬는데 
보험사에서 그럴리없다며 확인해야겠다면서 자기들이 오더니 1급을 주고 
보험금 전부를 다주고 보험 말기되었다.. 뭐지 

어쨌든 해가바뀌면서 빠르게 좋아지던 엄마는 천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고서 곧 난 입대했다 

처음 엄마가 쓰러지고 나서 의사가 혹시 수혈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헌혈증이 있으면 
좀 할인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 몇명한테만 이 얘기를 했더니 몇일후에 
30장정도를 갖다주었다 반도 못썼고 08년 한해는 정말 너무 바빠서 다시 돌려줄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와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갑자기 감정적이 되서 그냥 써본글이다 
지금은 90%회복이라는데 반년에 한번씩 봐도 그냥 똑같은것 같다 
어쨌든 이젠 아픈얘기 안하고 사는얘기 해서 좋다 



겪어봐야 아는거겠지만 
엄마가 해준밥이 진짜로 제일 맛있고 
있을때 잘하라는 말은 삶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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