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 역시 어제 박주영의 경기력이나 폼에 실망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향후 경기에서 그를 투입할 것인지는 홍명보감독님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박주영 선수는 유독 집중공격을 당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오늘 베스트에 박주영은 병역면탈자이며, 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기본 사실관계와 개념부터 잡으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 글을 보고 '악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의 전제, 법령적용, 판례적시, 글쓴이야말로 기본 사실관계와 개념부터 잡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박주영의 행동이 국민적으로서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사실관계와 허위내용으로 비방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1. 박주영이 국외여행연장허가를 받은 이유
해당 글의 글쓴이가 밝힌 바와 같이,
박주영이 이번 사건에서 국외여행연장허가를 받게 된 근거조문은 병역법 시행령 149조입니다.
(병역법 146조는 국외여행연장허가에 대한 일반규정입니다). 동법 동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병역법시행령 제149조
①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병역의무자가 25세가 되기 전에 본인이나 그 부모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7세까지를 허가기간으로 하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1. 본인이나 그 부모가 국외에서 영주권(조건부 영주권은 제외한다)을 얻거나 영주권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 체류자격을 얻어 국외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경우
박주영은 무기한 체류자격을 취득하였고, 따라서 동 조항에 따르면, 1) 박주영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고, 2) 무기한 체류자격을 얻었기 때문에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취급되게 됩니다
2. 박주영의 행동은 위법행위인가?
여기서, 병역면탈을 주장하는 글쓴이는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 국외에 나가 있다고 다 37세까지 연기되는게 아니란 점.
국외에 나가있는 경우에도 오직 국외이주사유와 범죄인 인도의 경우만 37세까지 연기
국외취업,유학,국외연수등 다른 모든경우는 27~28세까지 연기가 한계
라고 하는데 이는 법령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 것입니다
글쓴이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근거는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 규정(이는 법령도 아니고 훈령-행정규칙입니다)'인데
그 제19조는, ① 국외여행기간연장허가는 별표2, 별표 3의 허가기준에 따라 허가하되 그 이외의 경우는
별표 1의 허가 기준을 준용하여 허가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외이주사유와 범죄인 인도의 경우만'이라고 하는 것은 별표1의 허가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위 조문에서 알 수 있듯이 별표 1이 적용되는 경우는, 별표2와 별표3의 허가기준이 적용되는 외의 경우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의 케이스는 별표1이 아니라, 별표3이 적용되는 경우(영주권 등 취득)입니다.
즉, 정리하자면, 국외여행연장허가(37세)까지를 받을 수 있는 사유에는 1)영주권 등 취득(위 별표3적용), 2) 국외이주/범죄인인도(위 별표1적용)
등이 있는데 해당 글 글쓴이는 박주영의 케이스에 적용될 내용이 아닌 다른 내용을 적용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해당 글의 글쓴이는, 자연스럽게 국외이주라는 제목에서 이민할 자만이 대상자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당해 조문은 이민의 의도(심지어, 이민은 국적을 상실하는 것도 아니며, 국외이주의 개념에서 장기체류가 반드시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가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영주권(또는 무기한 체류자격) + 1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국외여행기간연장허가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에는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전제사실로서, 요건사실이라는 것이 있는데
위에서 국외여행기간연장허가 발급의 요건사실은 1)영주권 등의 취득과 2)1년 이상 거주일 뿐,
이민을 하려고 한다는 의도는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당 글 글쓴이는, 위 업무처리규정에서 별표3이 적용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민'을 생각한 것입니다.
별표3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해외이주신고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니까요
위와 같은 내용은 병무청의 보도자료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http://www.mma.go.kr/kor/n_news/press/press02/1256304_4113.html
병무청 역시 위 1)무기한 체류자격 취득과 2)해당 국가에서의 1년 간의 거주 만을 사유로 들고 있을 뿐
해외이주신고확인서가 제출되었다는 내용 등은 전혀 없습니다.
이민하려고 신청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병무청의 공식의견은 그냥 사유가 '국외이주사유 국외여행허가' 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병무청도 그렇고 기사에서도 국외이주사유라고 해서 혼동이 생깁니다.해당 글쓴이도 이에 현혹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국외이주사유라고 함은, 법령상 영주권 등 취득의 경우도 통틀어서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 규정 제26조가 영주권 등 취득의 국외여행연장허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목이 '국외이주사유 국외여행허가'입니다. 즉, 제목은 하나로 되어 있지만 저 중에는 영주권+1년 거주만으로도 연장이 되는 경우가 있고
말 그대로 국외이주(이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연장되는 경우도 있는데, 박주영은 전자 쪽이라는 것입니다.
해당 글 글쓴이가 든 대법원 2000도3859 판결 등 역시 모두 말 그대로 이민을 목적으로 한 경우로서 해외이주신고가
문제되고 있으므로(즉 별표1이 적용되는 경우)
(심지어, 위 판례의 사실관계는, 이민간다 해놓고 한국에서 계속 영업을 하는 등 전혀 신고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경우였고
병역기피 관련 판례에서 대법원은 허위사실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기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박주영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무청은 박주영의 연기신청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내린 바 있으며,
이 사건으로 병역법 개정이 논의가 되면서도, 이민할 의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고
단지 영주권 + 1년이 너무 짧아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 3년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글 글쓴이의, '국외이주라는 신고사항과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것은 결국 모순관계에 있어,
박주영은 허위신고를 한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박주영은 영주권 + 1년이라는 사유로 국외여행연장허가를 받은 것이므로, 그것과 향후 성실한 병역의 이행은 전혀 모순되지 않습니다.
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알라던 글쓴이야말로 제대로 알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이민간다고 한 놈이 어떻게 국가대표냐'라는 지적 역시 이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박주영 측 역시 이민이 아니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국외이주사유라는 법령상 제목과 어떤 병무청 관계자의 '이민 개념으로 보면 된다'라는 표현을 들어
당연히 이민 목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법적으로 이민 목적이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박주영으로서도 그러한 사유를 주장할 필요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3. 박주영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이 문제는 별개입니다. 박주영은 위법한 행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나라 세법은 삼성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성이 세법을 워낙 교묘하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빠져나가서
그걸 방지하려고 추가, 추가 하다보니 두꺼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행위는 모두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주영의 행동 역시, 위법은 아닐지언정,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병역이행을 약속한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병역비리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에 정해진 요건을 충족시켜 어떤 혜택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모나코에서의 자격취득과정, 체류과정에서 아직 드러난 문제가 없는 이상
편법적인 부분이 있고,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현재의 비판에도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은 좋지만, 가끔 비판을 위한 비판이 보일 때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개인적으로 축구 경기 하나 끝날 때마다 누굴 하나 잡아서 공격하는 게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못한다고 하지도 못하냐'라고 하는데, 그 질문의 답은 당연히 '할 수 있다'입니다.
하지만 그게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적당히 할 필요도 있지 않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큐 나오는 선수들이 악플땜에 마음고생한 얘기를 항상 하고,
예전 염기훈 선수때나 이동국 선수때도 악플로 도배되었던 걸 생각하면 조금 더 적당히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나친 장문의 글이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