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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현재 상황을 좀 쉽게 정리해 볼까요?
게시물ID : economy_3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야죠
추천 : 6
조회수 : 132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8/06 19:35:27

유로존의 현재 상황 좀 쉽게 정리해 볼까요? 좀 내용이 길더라도, 현재 유럽 상황을 다소 피상적으로만 아시는

분들은 모쪼록 약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글 줄이기 위해 반말체입니다.

--


ECB (유럽중앙은행) 총재 드라기 '슈퍼' 마리오의 발언에 금요일장 미국이 다시 급등 마감했다. 뭔가 세상이

바뀐걸까? 도대체 유럽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배경에서 드라기 총재가 갑자기 구세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걸까? 현재 필자가 알고 있는 식견에서 최대한 풀어 보기로 한다.

 

숫자부터 좀 보자.

스페인의 경우 국가부채가 2012년 말 9천억 유로로 추정된다. GDP 대비 80%로서, 100% 넘는 그리스 이태리보다

양호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2007년 말 GDP 대비 36%였던 것에 비하면 급속한 빚 증가세가 문제다. 원인은 역시

매년 세입 대비 세출 (씀씀이)이 많은 재정적자다. 올해 GDP 대비 5.3% 재정적자가 "목표"일 지경이다.

해마다 새로운 국가 부채가 6~700억 유로씩 늘어나고 있다.

 

이태리도 숫자만 다를 뿐 스페인과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태리는 재정적자가 다소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국가 부채가 2조 유로에 육박하는 상태라 나라 꼴이 절대로 스페인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이 재정적자가를 메우는 방법이 주로 '국채 발행'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스페인은 이미 국가부채가 만땅이니

몇(십)년 전 발행했던 국채들의 만기가 끝없이 돌아오고 있고, 이 빚들을 돌려 막기 위해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지금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7%를 넘네 마네 하면서 용감한 매수자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국채의

가치과 금리의 오르내림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채 가치가 낮아지면 금리는 높아진다는 의미로 기억하시길.

쉽게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된다. 아파트 (국채)를 팔려고 하는데, 사는 사람이 많도록 자동차 (금리)를 덤으로

얹어 주는 경우, 아파트 살 사람이 줄어들어 아파트 가치가 하락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덤으로 주던 차를

아반떼에서 그랜저로 높여 판촉한다는 (금리가 치솟는다는) 의미가 된다. 국채 금리가 폭등했다는건, 그만큼

국채의 인기가 없어 가치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지금 유로존의 위험 국가들 국채가 그런 신세다. 반면, 안전

자산인 독일의 단기 국채의 경우, 아파트를 사 가려면 가지고 있던 자동차를 뺐는다고 해도 독일 아파트는 잘도

팔린다. (독일 국채의 금리가 마이너스란다. 극심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지금까지 ECB에서 위험 국가들 신규 국채를 좀 사주었다가 한동안 중단했었는데, ECB도 자금의 한계를 가진

은행에 불과한지라 무한정 불량 국채 매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명목상 국채 매입 중단 이유는

'각 국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재정 문제를 중앙은행이 다 떠맡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드라기가 내놓은 묘책이 1조 유로에 달하는 1,2차 LTRO였다. 이건 곧, 아무도 위험 국가들의

국채를 사 주는 이가 없다 보니, 각 국가 시중 은행들더러 자기네 나라 국채를 임시로나마 좀 사 주라는 또 다른

빚 돌려 막기일 뿐이었다. 위험 국가의 은행들은 급하게나마 그러한 용도로 돈을 썼긴 하지만, 이 돈을 저금리로

빌린 우량 국가의 시중 은행들은 이 돈을 받자마자 다시 ECB로 재안치해서 ECB에서 이자 타먹는 행태를 보였고,

일부 자금은 증시와 원유 등 상품시장의 투기용으로 쓰였다 (코스피도). 서민과 제조업 대출해주라고 QE1,2 했던

버냉키의 '명목상 의도'와는 전혀 별개로, 미국의 경우도 실제로는 대부분의 돈들이 Fed에 재안치돼서 은행들이

이자를 받아 먹거나 했던 사례와 완전히 동일한 경우다. 즉, QE3로 경기 회복된다는건 허구일 뿐, 은행들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한 바람잡이에만 열중인 셈이다. 다우 13,000에 버냉키가 QE3를 하겠는가? 벤츠 몰면서 유지비가

힘들다고 정부 보조금 달라는 망나니에게 누가 돈을 주겠는가? 이 부분도 현실을 직시하시길. (참고로 ECB는

시중 은행들에게 주는 예치금 금리를 0% 혹은 마이너스로 둬서 은행들이 얌체짓 못하게 하려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사실, 유럽 위험국가들의 재정 위기의 핵심에는 은행의 부실이 들어 앉아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 긴축 재정과

높은 실업율에 따른 실물 경기 하강 등으로 은행의 자산들이 급속히 부실화되어, 각 나라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은행들 살리기에 여념이 없고, 그러느라 더욱 파탄난 나라 재정으로 국채의 인기가 떨어지고 금리가 치솟으니,

그 국채 돌려막기에 다시 각 나라의 부실한 은행들이 백기사로 나서고. 이게 지금 유럽 코미디의 구조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대부분의 은행들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를 믿는 이는 별로 없음)

 

그러다가 지난 6월, 스페인이 사기성 구제금융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라 살림은 멀쩡한데, 단지 은행들이

약간 부실해서 이 놈들에게 돈 좀 지원해 줘야 한다. 그런데, 이건 국가 단위의 구제 금융은 아니고, 따라서

추가 긴축은 용납할 수 없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1,000억 유로를 빌리기로 하면서도 스페인 정부는 큰 소리를

쳤고, 마치 전쟁에서 이긴 양 으스대기에 바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 할 밖에.

나라 살림이 멀쩡한데 어찌 정부가 자기 나라의 민간 은행들 구제할 돈도 없단 말인가. 참으로 비상식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를 호재라고 여겨 단기 랠리를 펼치기에 바빴다. 하지만 사기는 사기일 뿐 그 결과는 어떤가?

 

그 이후 7%대로 치솟았던 스페인 국채 금리도 다시 6%대로 하향 (??) 안정화 되는가 싶더니, 7월들어 최근 다시

스페인 국채들이 7.5%마저 돌파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게 없기 때문이다. 1천억 유로를

스페인 은행들에게 ESM이든 EFSF든 투입하기로 하고, 출처가 ESM일 경우 우선변제권도 '특별히' 면제해 주기로 해서

스페인에 돈 빌려준 기존 채권자들의 불이익도 차단하고, ESM으로 국채 매입도 '이러저러한 전제 하에' 허용하기로

하고 등등 마치 시장은 메르켈에게 항복을 받은 듯 기뻐 날뛰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보니 북유럽의 ESM 국채매입

반대 의사는 여전하고, 스페인 국채 만기는 끝 없이 돌아 오고, 그걸 사 줄 사람은 여전히 없고, 은행들은 여전히

자금줄이 말라 있고.. ESM의 국채 매입을 위한 은행 감독 기구 등 '이러저러한 전제'들은 언제 합의될지 기다리다

굶어 죽을 판이고, 달라진게 아무 것도 없는 현실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자! 다들 아시다시피 보다 못한 드라기 총재가 며칠 전에 폭탄 발언을 했던거다. 나를 믿으라 어쩌구 저쩌구..

이 덕에 코스피 46 포인트 올랐고, 금요일 미국 증시 장 중에 터진 프랑스 르몽드의 추가 보도로 다우존스는 187

추가 상승했다. '드라기가 추가 금리 인하 및 3차 LTRO도 고려하고 있고, EFSF와 ESM이 국채 발행시장에서 국채를

사 들이면, ECB는 위험국가들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걸 재개하겠다, ESM에 은행 면허 부여도 논의하겠다

등등'의 내용 덕분이다. 이런 내용들을 위주로 드라기가 8/2일 ECB 통화정책회의 (우리나라 금통위, 미국 FOMC

같은 회의) 이전에 독일 재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과 협의를 하겠단다. 이게 실행된다면 단기로는 매우 큰 호재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실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실행되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전혀 아니다.

 

이쯤에서, 쉽고도 명료한 이 글의 핵심 한 단락을 써야 하겠다.

위험 국가들이 현재의 재정적자를 감축하고 결국은 재정흑자로 전환해서 국가부채를 갚아 나가는 국면에 이르기

전까지는 유로존 재정 위기의 실질적 해결책은 없다. 빚은 갚거나, 채권자가 안 받겠다고 해야만 해결되는 이슈이다.

다른 해결책은 없다. 있다면 말해 보라. 단기로 빚을 어디서 새로 더 빌려 준다는 '호재'들은 말 그대로 신용카드

하나 더 만들었다는 신용불량자의 경우일 뿐 절대로 진정한 '해결책'은 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국가 부채를

설령 모두 탕감해 준다 하더라도, 재정적자를 감축하지 못하면 결국 국가 부채는 다시 늘어날 것이므로 그리스건

스페인이건 향후 이 나라들 국채를 사줄 주체는 여전히 부재하게 된다.

 

이게 바로 본질이며, 어쨌거나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씀씀이가 헤픈 지금의

게으른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 재정에서 줄줄 새는 틈을 틀어 막고, 국민들이 정신을 좀 차리고 열심히 일을 해서

주변국들에 부채를 갚아 나가길 (시간이 걸리겠지만) 바라고 있는거다. 이 길 외엔 도리가 없고, 그러한 와중에

생기는 문제들은 구제금융의 형태로 지원하겠다는게 단순하고 명료한 북유럽 국가들의 원칙이다. 시장은, 남유럽

국가들은 끊임 없이 추가적인 빚으로 빚 돌려 막기를, 손 쉬운 돈 찍기를 바라고 있지만서도.

 

ECB의 기준 금리가 0.75%인 상황에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얼마나 되겠는가. 0%로 내린다 한들, 빚이 줄어드는가.

추가 LTRO로 시중에 대출을 일시적으로 늘린다 한들, 이걸로 모든 국채를 살 수 있겠는가. 그리고, 냉정한 현실

하나 더. 지금 EFSF의 가용자금은 2,000억 유로에 불과하고, ESM의 가용자금도 5,000억 유로라고는 하나, 이태리

스페인 등 위험 국가들에게서 갹출할 돈이 실질적으로 없을 것이므로 (구제금융 받을 국가들이 무슨 돈이 있어

이런 돈을 내겠는가) 이런 점을 감안하면 ESM의 가용자금은 3,000억 유로에 불과하다. 거기에 이미 스페인 은행에

최근 1,0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으니 남은 돈은 EFSF + ESM 해봐야 4,000억 유로다. 스페인 국가 부채가

9,000억 유로에 이태리가 2조 유로라고 앞에서 밝혔다. 4,000억 유로로 스페인과 이태리 국채를 사준다고 허용해

봐야, 몇년치나 제대로 사줄 수 있겠는가? 절대로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가 없는거다. 임시방편에 중독되는

시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ESM의 은행 면허 부여.. 이 부분이 참 걸작이다. 5천억 유로든, 3천억 유로든 ESM 돈을 담보로 ECB에서 돈 빌려

레버리지를 일으켜 국채를 무한히 사게 하겠다는거다. 우리나라 기업은행의 부채비율이 1300%다. 자기자본 대비

레버리지 13배 수준이다. 그러니 ESM도 한 10배만 레버리지 일으키면 3조 유로 되니 스페인, 이태리 국가부채

모두 사주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얼핏 보면 해결책인 듯하다. 그런데 이건 부채의 장부 이동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페인, 이태리 국가 부채를 ECB로 이동시키는 짓 밖엔 안된다. 눈가리고 아웅일 뿐, 빚이

없어지는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ECB의 레버리지는 LTRO 두차례 하느라 이미 38배다. 예전 글에서 밝혔듯.

 

몇 시간 전 뉴스가 떴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왈 EFSF와 ESM의 국채 매입은 사실 무근이란다. 8/2일 드라기가

어떤 선물을 내 놓을지는 모르겠으나, 시장에 눈높이를 한껏 높여 놓아서 잘해야 증시는 뉴스에 팔게 되거나, 별 다른

정책이 없으면 후폭풍이 우려된다. 그전에 단기 랠리가 있다면 운 좋은 짧은 서핑은 재주껏 즐기시길. 놓치기 쉬운

부분 하나,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드라기가 왜 갑자기 시장에 개입하며 전면에 나섰을까? 지금이 그만큼 급박한

시점이라는 상황 인식이 있었거나, 뭔가 다급한 내막이 있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시장은 끊임 없는 탐욕으로 공짜 돈을 향한 갈망을 펼치면서 마치 단기 해결책으로 게임이 끝난 듯 반응하고,

하향하던 경기마저 좋아질 마냥 선진국(?) 증시는 쳐오르고 있지만, 지난 금요일 발표된 스페인 2분기 실업률은

24.6%로 신고점을 새롭게 경신했고 글로벌 경기는 단기 해결책의 실행 여부와 관계 없이 하강을 이제 막 시작했다.

이게 현실이다.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현실의 무게가 언젠가는 결국 탐욕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

어두운 곳에 불을 켜면 빛과 함께 어둠이 사라지듯, 증시의 두가지 영원한 감정, 탐욕과 공포 또한 빛과 어둠의

관계와 같다. 공포가 켜지면 탐욕은 자연스레 그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지금은 이 두가지 감정 중에서 시장이

아직도 현실보다는 정책 기대감에 빌붙어 탐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글은 길지만, 핵심은 한 줄이다. 빚은 갚거나 탕감 받아야만 해결된다. 그 외엔 모두 사기성 호재이다.

그리고 희망과 전망을 혼동하면 피곤해지는 것이 주식판이다.

[출처] 팍스넷 뭐하자는거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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