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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연구자가 되고 싶은 오유인들께.
게시물ID : science_33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icagoTree
추천 : 4
조회수 : 12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19 11:03:39
 
안녕하세요? 늘 즐거운 마음으로 과게를 즐겨 찾는 30대 대학 교수입니다. 오유를 처음 접한게 10여년전 군복무 후니까, 대충 그 때인 것 같네요. 저 역시 독립된 연구자가 되어 보겠다고 결심한 것이 말이죠. 1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 강단에 서서, 혹은 제 연구실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게 참 정리된 형태로 전달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러다가 지난번에 출장으로 기차타고 있는 동안 이런거나 한번 써볼까? 하다가 써놓은 글인데 오유 과게에도 젊은 학생들이 많이 보여서 한번 전해드리려구요. 거 어쭙잖게 인생선배랍시고 교훈을 주려는게 아니라, 그냥 제가 직접 경험하고 혹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간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독립된 연구자가 되기 위한 길에 대한 조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 독립된 연구자란 무엇인가? 실체부터 알자.
 
말 그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를 말합니다. 아주 좁게는 아마츄어 과학자, 좀 더 확장하면 대학교수, 그리고 좀 더 확장하자면 정부출연 연구소에 근무하고 계시는 연구자가 되겠지요. 회사에 계신 연구원은 독립된 연구자라고 보기 힘듭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연구해야 하니까요. 정말 자신의 생업에 무관하게 연구하는 아마츄어 과학자가 진정한 독립적 연구자이겠지만, 이 경우는 패스하기로 하지요. 청년 실업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대학교수, 특히 최근에 임용되는 교수들이 독립된 연구자라고 할 수 있느냐? 이것은 케바케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과제 수주 욕심이 많아서 과제를 많이 하면 독립된 연구자라 할 수 없습니다. 과제에 매여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못하니까요. 가장 독립된 연구자에 가까운 분은, 1) 정말 국가적인 과학자가 되어서 "수행하는 과제=자신의 워너비 연구"가 되는 경우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몇몇 유명한 교수님들이 되겠지요. 좀 더 현실적으로는 2) 연구실을 운영할 정도의 과제를 수주하면서 그 외 여력의 시간과 연구력을 동원하여 과제와 무관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지요. 얼핏 듣기에는 쉽지만, 사실 어느 정도 연구환경이 뒷받침되는 상위권 학교가 아니면 힘든 얘기입니다.
 
정부출연연구소 (이하 정출연)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어떤 팀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즉 무지막지한 팀에 끼게 되면 웬종일 과제에 휘둘리기만 하기도 하고 혹은 운 좋게도 과제와 자신의 워너비 연구가 일치하는 팀에 들게 되어 독립된 연구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구요. 즉, 어떤 팀에 들어가게 되느냐에 크게 의존된다는 측면에서는 교수보다는 독립된 연구자가 될 확률이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구환경이 웬만한 대학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그래, 이 과제를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해보자' 라고 하면 독립된 연구자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무려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구요.
 
하지만 여기에 유념하셔야 할 것이, 예전 20여년전의 대학교수님들에 비해 현재 대학교수의 처우는 크게 좋지 않습니다. 단지 주위 부모님 일가친척에 면 세워주는 정도에 그치는, 그다지 회사원보다 나을 것이 없는 경제 상태를 누리게 된다는 점은 유념하셔야 합니다. 꼭 맞벌이를 추천드립니다! 아 물론 정년은 길죠.
 
2. 독립된 연구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1. 논문
 
학생 신분에서 자신의 스펙을 채우는 길은 사실 논문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논문을 써야 하느냐? 아주 쉽습니다. 인용이 많이 될 논문을 쓰면 됩니다. 많은 경우, 특히 한국에서 학위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 교수님의 의도든 본인의 의도든, 그냥 주요 빅가이 그룹에서 발표된 논문의 아류작 정도가 될 정도의 논문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졸업할 때 논문은 많아지겠지요. 하지만 그런 정도의 많은 논문들 가지고는, 제가 위에서 언급한 독립된 연구가 가능할 정도의 환경이 보장된 대학 혹은 정출연에 가기가 어렵습니다. 갈수록 그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먼저 '큰 문제'를 찾으세요. 해당 연구 분야의 연구동향을 주요 저널, 각종 학회, 세미나등을 통해 넓게 파악하시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를 찾으셔야 합니다. '작은 문제'를 아무리 훌륭하게 해결해봐야 일단 인용수가 많아질 수가 없습니다.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시다 보면, 비록 원하는 대로 해결방향이 찾아지지는 않더라고 거기에서 파생된 각종 발견에 대해서만 잘 정리하셔도 충분히 인용수가 많이질 수 있는 논문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2-2. 실험 정리
 
논문과 연관되는 이슈이지만, 실험 정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간혹 보면, 참 성실한데 불필요한 실험을 반복하고 있는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경우는 대개 실험정리가 잘 안되어서, 내가 어느정도의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몰라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논문을 쓸 때 그림이 몇개나 들어갈까요? 뭐 예를 들어 10개 들어간다고 칩시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커브를 얻던, 어떤 사진을 얻던, 그 데이터의 수는 아마 모르긴 해도 수백개 이상일 겁니다. 겨우 그 중에서 10개가 실제로 쓰인다면 나머지 수백개의 데이터는 사실 필요 없는 것이지요. 물론, 그 필요없는 데이터의 교훈을 통해 최종 데이터가 도출된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대부분의 경우 실험을 하면서 동시에 내가 논문을 쓴다고 생각하고, 데이터간의 연관성을 계속 생각하면서 정리하다 보면, 불필요한 실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난 성실한데 데이터가 없다? 라고 느껴지신다면 늘 논문 쓰는 마음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시간을 크게 단축하여, 더 많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의 빅가이들의 경우 실험시간과 데이터 정리 및 논문서치 시간의 비율을 3:7 정도로 할 것을 권합니다. 그만큼 실험을 무식하게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2-3. 대인 관계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이게 또 많이 중요합니다. 학연 지연을 얘기함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것도 무시 못하지만 여기서는 패스~) 독립된 연구자가 되고자 하면 일단 '레퍼런스 체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기관에서 여러분을 채용대상으로 고려한다고 가정합시다. 논문도 좋고, 다 좋아요. 그러면 여러분의 뒷조사를 살짝 인터넷을 통해 한 다음, 여러분과 오버랩이 되었던 불특정 다수에게 여러분의 평판을 물어봅니다. 이게 또 재미있는게, 여기서 많이 뒤틀려요. 내가 무난하게 살았다면 크게 문제가 안되는데, 왜, 친구도 많은데 적도 많은 사람 있죠? 이런 경우 여기서 크게 손해봅니다. 특히 아무래도 같은 필드에 종사하는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보게 되죠.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평소 많이 틱틱 대는 성격이었다 하는 분은 선배님께 커피한잔 사드리면서 별 시덥잖은 질문이라도 하고 그러세요. 나중에 크게 후회합니다!
 
3. 맺음말
 
현 시점에서 독립된 연구자라고 불리우는 대학교수나 정출연 연구원은 경제적 보상으로 볼 때 그렇게 좋은 직장은 아닙니다. 특히 박사와 박사후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대다수의 이공계열에서는 그 긴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는 턱없이 적은 경제적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직장이지요. 다만 진정으로 독립된 연구자가 되어 연구를 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그 긴 시간에 대한 보상일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즉 '돈 못벌면 어때, 하고 싶은 연구나 하다 죽을래' 라면, 지금부터 정말 열심히 하셔서 쟁취하실 것을 권합니다만, 막연히 교수직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면 꼭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한번 자신을 되돌아 보시고 늘 주변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시기를 권합니다. 건승하세요 오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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