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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웠던 군 생활.
게시물ID : military_4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콩.콩자반
추천 : 20
조회수 : 23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8/07 11:36:03

여기 글을 적고 계신 분들은 거의 만기제대 하신 분들이 '주'겠지요?

 

저는 06~08년도까지 강원도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이하는 그냥 편하게 적을께요.

군 생활을 쉽게 보낸 사람들은 없을꺼야. 뭐 남자들끼리 군대얘기 하면 누가 더 힘들었느니 얘기하는데, 내 생각엔 진짜 모두 다 힘들었어.

당시에는 그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건 본인 이잖아? 다들 얘기하면 이야기를 듣고 정황으로만 판단하는 거니까 당시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모를꺼잖아. 아무튼 이건 내 생각이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친구들이 군대얘기하면 그냥 듣기만 하는 편이야. 서로 힘든 얘기하면서 위로 받고 싶은데 그 역할을 잘해줄 수 있는게 나거든. ㅋㅋ 아무튼 나도 사람인지라 어디다가 푸념은 하고 싶고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서 그냥 한 번 적어보는거야. 재미없을 수도 있고 글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마음에 안들면 다른 글을 읽어주세요 ^^ 그냥 간추려서 한 사건만 적어볼께.

 

당시 내 상황에 대해서 일단 설명을 좀 해야해. 힘들어도 잘 이해해줘 ㅠ 별로 어렵진않아 ^^.

 

나는 X사단 정비대대소속 취사병이었는데. 취사병으로 발탁된 것도 참 진짜 모를일이야. 것도 뜬금없이 정비대대 취사병이라니;;

 

암튼 소속은 정비대대이지만, 또 정비대대에서 중대가 몇 개 나뉘어져 있잖아. 내가 있었던 중대는 대대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고, 수색대대와 한

 

울타리 안에서 있었는데 그래서 또 여러가지 연유로 수색대대 아저씨들과 우리 중대원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지. 아무튼 수색대대는 인원이 겁내 많고

 

우리 중대는 인원이 전체 40명도 안되는 인원. 아무튼 그런 중대의 취사병이 나였어. 근데 생각해 봐. 40명도 안되는 중대의 취사장이 따로 있겠어?

 

수색대대랑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데? 취사장은 수색대대의 취사장이자 수색대대 취사병들 틈에서 정비중대의 취사병인 내가 같이 취사를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지. 뭐 나 말고도 이런 경우로 있었던 분들 여럿 있을꺼야/

 

내가 이등별님일때 수색대 취사병은 총 4명이었고, 나 1명 포함해서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어.

 

한가지 참고로 얘기하면 내가 처음 취사병으로 발탁되서 왔을때는 당시 우리 중대의 취사병 To가 1명이잖아, 그럼 내 사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들어온

 

걸꺼고, 뭐 아무튼 초반엔 그런거 잘 모르지만 처음에 그렇게 중대의 취사병보직을 받고 들어온 사람이 나라고 중대에서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처음에

 

뭐만하면 그렇게 다 조심조심, 걱정도 많이해주고 했는데 알고보니 내 사수가 취사병 하다가 중대장한테 자살 어쩌고 하면서 전출을 갔다고 하더라고, 한

 

7~8개월 하다가. 그리고 그 사수위에도 전출보내달라고 했다고 하고...아무튼 그런 상황의 취사병 보직이었어.

 

내가 처음 갔을때는 수색대 취사병들이 정비중대 취사병이 없는데 부식은 자기들이 다 받고 다른 사람들 밥을 왜 자기들이 해줘야 되냐 이런

 

불만이 나오니까 우리 중대에서 취사보조란 식으로 해서 한 명 고정해서 올리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 떄 마침 내가 들어온거구.

 

처음에 수색대 취사병들이랑은 아저씨처럼 말하고 지냈었나봐 근데 내가 취사병 보직으로 받고 왔기 때문에 당시 우리 행보관이 서로 인사시켜 줄때

 

수색대 행보관이랑 이야기 끝났다면서 서로 중대는 비록 다르지만 선 후임처럼 지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들은 선 후임 관계가 되었지 ㅋㅋㅋ

 

아무튼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했지만 내 나름의 친화력으로 금새 친해지고 잘 지내게 되었어. 근데 차차 그렇게 지내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게 되었고

 

그러면서 굉장히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 취사병 병과상 대충 그렇자나 병사들 쉴때 일하고 일할때 나는 쉬고. 그런 식이기도하고 

 

우리 중대원들이랑 함께 할 시간이 너무 없었어. 내 대부분의 시간은 수색대 취사병들과 함께 였지. 내가 우리 중대원들이랑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취사장 다 마무리하고 내려오면 한 저녁 7시? 7시에서 저녁 청소하기 전까지 한 시간 반동안 후임들 선임들과 놀고 뭐 아무튼 그 정도. 그러다보니

 

그나마 우리 분대원들이랑은 어느정도 괜찮지만 다른 분대원들이랑은 gap이 좀 큰 그런? 그럼에도 우리 중대원들과도 잘 지내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냥 말로만 최선이 아니고 정말로. 진짜 항상 밝게 돌아다니니까 누구도 내가 그렇게 불안하게 살았는지 모를꺼야.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노래도 좀 하고 말도 좀 잘하고 해서. 중대뭐 행사 같은거 하면 사회는 내가 보고, 분위기 띄워주고, 대대에서 하는 행사도 나가서 수상도 하는 그런.... 아무튼 그럼에도 좀처럼 Gap은 줄여지지 않는 것 같았어. 그렇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뭔가 수색대 취사병들이랑 더 친해지려 하는거야.

 

그런데 사건 터지고 할때마다 나한테 불리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더라고. 결국에는 그런 상황에는 자기들은 수색대원이니까 이런식이고. 아무튼 이런 얘기도 많지만

 

이제 본격적인 사건을 말해볼께.

 

어느날 우리 취사장에 취사반장이 한 명 들어와. 수색대 중사 한명이 들어오는데 소문이 굉장히 안좋았어. '또라이,미친X' 뭐 이런식의 별명은 다 달고 있더

 

라. 게다가 중사 짬밥도 꽤 되는데 취사반장으로 오는 것도. 내가 듣기로는  일처리를 더럽게 못한다고 했었나? 상사진급에 여러차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아무튼 그런 놈이 와. 당시 나는 상병3~4호 정도 때였고. 내 아래로는 후임 3명이 있었지.

 

이 취사반장 X새끼는 처음부터 내가 맘에 안들었던 것 같아. 나는 예전부터 취사반장 바뀌고 할때마다 결국에는 다 수색대 간부잖아. 괜히 차별두고 이런 일

 

생길까 걱정아닌 걱정을 많이 해서 괜히 눈에 벗어나는일 없게 할려고 열심히 했고 관계도 항상 좋게 만들어 놓았거든. 근데 이 섀끼 역시 내가 진짜 잘 하고,

 

비위 잘 맞춰주고 하는데도, 모든 일을 나한테 거의 맡겨버리더라고. 진짜 맹세하건데, 나는 정말 노력했어. 내가 뭐가 부족한게 있어서 이 놈이 마음에 안드나

 

보다. 그러면 내가 더 잘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서 반항 한번안코, 열심히 그 섀끼의 말을 따랐다고. 근데 진짜 해도 해도 안되는게 있나보더라.

 

이 놈이 그랬거든. 진짜 이등병, 일병 때 하는 걸 나한테 다 시켰어. 부식창고 정리, 냉장고 얼음깨기, 다들 쉬는시간에 내려가서 운동하는데 나혼자 취사장

 

지키게 하는등.  내가 진짜 참다가 한 번은 취사장 남아있을 때 그 중사한테 얘기했어. 내가 생각할 때 중사님은 나만 차별하는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 대체 왜 나한테 항상 이런식으로 하냐. 섭섭하단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절대 자기는 그렇지 않는다. 니가 오해를 했다. 그러고 좀 괜찮아 질만 하면 다시

 

또 반복의 반복. 나는 말하면 또 아니란 식으로 얘기하고. 나중에는 진짜 내가 포기하게 되더라 ㅋㅋㅋㅋ 이 섀끼 빨리 꺼져주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포기의 단계. 당시 또 정말 웃긴게 우리 중대 간부들도 다 이 취사반장 혓바닥에 놀아나는거야. 당시 우리중대 행보관도 바뀌었었는데 짬밥이 취사반장이랑

 

엇 비슷 했거든. 내가 분대장한테 건의 너서 우리 행보관이 취사반장한테 어느정도 얘기하면 결국에는 오히려 자기가 설득당해서 나보고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 말만 되풀이 되고. 그 때 정말 힘들었었거든. 우리 중대원들이랑도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취사장에서도 취사반장은 지내애들만 챙겨주고

 

물론 취사병들이랑 사이가 좋긴 했지만 결국에 취사반장이 나한테 일거리 다 넘겨버리면 취사병들도 누구하나 도와주겠다는 것도 없고 그냥 뭐 지들은 쉬고

 

이런식? 물론 나는 지정해주는 막내들이랑  돌아가면서 일했지.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일이 터져.

 

한 번은 훈련 상황이었는데 우리 중대, 수색대는 출동은 하지 않고 그냥 각 초소 가서 지키기만 하고, 다른 연대에서 우리 취사장으로 와서 밥먹는

 

그런 상황. 그러니까 기존에 먹던 인원 그대로에서 인원이 3~400인분 정도가 늘었었어. 그리고 훈련상황 되면 알지? 취사장에서도 소총이랑 어깨에

 

매고 밥하는데 여간 불편한게 아니야. 아무튼 거기다가 그 3~400인분의 부식이 우리 취사장으로 오는데 그것도 우리가 다 해야되고.

 

또 그런중에 웃긴게 부식이 좀 모자르게 들어오는게 있단 말야. 그 사건날에는 내 영원히 잊혀질리가 없겠지만 콩나물이 부족하게 들어왔었어.

 

그 날 아침밥때였는데, 조리 다 마치고 배식을 해주는데 우리 취사반장님께서 내 이름을 호명하더라.

 

"야 강XX"

 

"상병 강XX"

 

"너 가서 콩나물 배식해. 콩나물 좀 부족한거 알지? 배식 잘해라"

 

"알겠습니다."

 

순간 나는 생각한게 이 새끼가 나 좆되바라 하고 일부러 콩나물 배식하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밖에 없었어.

 

나도 그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여태까지 울분이 있었는지 콩나물을 폭풍배식해주기 시작했지. 진짜 포크레인처럼 ㅋㅋㅋ

 

진짜 얼마 퍼주지도 않았는데 콩나물이 떨어지게 됬고, 배식 받던 아저씨들의 원성이 쏟아지더라. 그리고 취사반장이

 

"무슨일이야?!" 하면서 다가오는데 나는 아무생각도 안들더라.

 

콩나물 통 한 번 보더니 취사반장이 나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네.

 

그 때 취사장안에 사람 겁내 많았거든? ㅋㅋㅋㅋ 배식기다리는 이름모를 수많은 아저씨들.

 

"야 너 이새끼야!"

 

"상병 강XX"

 

"너 이 새끼 너 배식 일부러 이따구로 했지 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새끼야? 이 새끼 나 엿멕일라고 작정했네. 너 이렇게 병사들 밥 안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너 영창이야 이 새끼야"

 

"......................"

 

"말해봐 이 새끼야 너 어떻게 할꺼야 이거?"

 

"죄송합니다."

 

"다 됬고 너 이 새끼 지금 하는거 명령 불복종인거 알아 몰라? 평소에도 새끼야 뭐 만 시키면 명령불복종에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됐고 너같은 새끼 필요없어 내려가.. 당장 내려가 이새끼야!"

 

라고 소리를  질러쌌는데 나야 뭐 아무말 없이 바로 나왔지. 취사장 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취사장 문 앞에가 우리 분대원들 밥먹는 식탁이거든

 

근데 마침 거기 우리 분대원들이 다 앉아서 밥 먹고 있더라. 그냥 철모 눌러쓰고 문 밖으로 나오는데 우리 분대원들다 말 없이 밥 먹으면서 걱정스레

 

쳐다보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중대 내려와서 내무반에 앉아 있는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행정반에서 어제 당직부사관 섰던 병장

 

목소리가 들리더라. "상병 강XX 행정반으로"...

 

또 힘없이 터덜터덜 행정반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행보관 얼굴이 용처럼 변해 있더라고.

 

"야 강XX 이 새끼야. 너 위에서 뭐 했어? 내가 이런 전화를 받아야되?"

 

"죄송합니다."

 

"너 이거 어떻게 할꺼야?"

 

"죄송합니다."

 

"됐어 나가서 기다려"

 

"알겠습니다."

 

조용히 다시 내무반 들어가 있는데 마침 우리 분대원들 식사 끝마치고 내려오더라.

 

다들 그냥 아무말 없이 관물대에서 뭐 챙기는 듯 부산스럽길래, 안에 있기도 민망코 해서, 혼자 담배피는 데로 나가있었어.

 

아무말 없이 하늘 바라보고 있는데 하늘이 그날따라 더럽게 맑더라. 그때 왜 하필 금연중이었는지. 담배 생각도 안나. 그냥 멍 하니 하늘보면서

 

내가 왜 이따구 대우 받아가면서 이러고 있어야 되나 싶더라고.  그때 우리 분대장이 문열고 들어오더라고. 그러더니 내 옆에 걸터 앉더니 그냥 혼자

 

담배 한 모금을 쭉 들이키더라고. 

 

한 몇 초간 정적이 흘렀나. 분대장이 말했어.

 

"XX아. 힘들었지?"

 

한 마디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데 주체할 수 없더라. 진짜 군대 오기전에 내가 자신한테 약속한게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않는거였는데. 진짜 처음 뭐 훈련소에서 부모님 편지, 자대와서 첫 통화. 이런 것때도 다 잘 견디고 힘든 일있어도 다 견뎠는데.

 

그 몇 개월간 그 개고생 해가면서 실실 웃으면서 힘든거 없는척 지냈던 내가 병신 같더라고.

 

쪽팔리기도 해서 "XXX병장님 죄송합니다." 라고 하고 바로 분리수거장으로 뛰어가서 거기서 혼자 쪼그려앉아 진짜 서럽게 울었다.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분대장의 그 '힘들었지'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어. 맨날 힘든 내색 안보이려고 밝은척하고 다니고 했던 나에게

 

지금은 잠깐 다 내려놔도 되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거든. 

 

뭐 그렇게 짧게나마 앉아있다가 이내 마음가다듬고 분대장이랑 다시 얘기나누는데 분대장이 너 힘든거 다 안다고. 니가 원하면

 

정비대대나 이런곳으로 전출 건의 하겠다고 얘기해주더라고. 하지만 나는 그냥 됐다고 했지. 내 사수들과 똑같은 모습 보이기 싫었거든.

 

그리고 이렇게 나가버리면 다음 내 부사수도 힘들꺼고. 결국에는 우리 대 취사반장님께서 나를 다 용서해주겠다 해서 다시 거기서 일하게 되었지만

 

뭐 똑같았어 일하는 거는. 나중에서야 취사반장이 바뀌고 그때부터 좀 괜찮았었지. 이야기가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읽어준 분들께는 너무 감사해. 내가 글을 엉망진창으로 쓴 것 같다 ㅠ 아무튼 더운데 지금 취사장에서 밥하고 있을 취사병들 생각하면

 

시원한 쉐이크 하나씩 갖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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