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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원
게시물ID : readers_33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나다람.
추천 : 1
조회수 : 2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1/25 13: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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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목이 말라 자판기 앞에 섰다. 음료를 훑어보니 800원짜리 콜라가 마시고 싶어졌다. 지갑을 열었다. 만 원짜리 지폐 두 장과 체크카드, 신용카드가 있었다. 천 원짜리는 없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달그락거리는 동전을 한움큼 잡아 펼치니 동전이 여러개 있었다. 오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둘, 오십원짜리 하나, 십원짜리 넷. 다 합쳐 790원이었다. 콜라를 마시기에는 10원 부족했다.

나는 얼굴을 찌뿌리고 주머니를 다시 꼼꼼하게 뒤졌다.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셔츠의 주머니까지 만졌다. 그러나 먼지 외에는 잡히지 않았다.

한숨을 쉬고 자판기를 노려봤다. 콜라 800원, 커피 700원, 사과, 오렌지, 망고 쥬스 500원, 다시 커피 500원.역시 콜라 말고 다른 음료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판기의 반환 레버를 괜히 당겨보고, 잔돈 반환기에 손가락을 넣어봤다.

갑자기 불쑥 화가 났다. 고작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없어서 못 마신다는 말이야? 만 원짜리도 있고 카드도 있는데!

특히 화가 난 이유는 동전들, 그 중에 90원에 있었다. 그 90원을 만든 동안의 내 노력을 생각해봐라. 50원은 편의점에서 950원짜리 빵을 사느라 생겼다. 50원짜리 동전을 받기는 싫었지만 천 원 이하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기에는 미안해서 받아들였고 따로 쓸 일이 없어 한참동안 내 주머니 속에 잠들어야 했다. 10원짜리 세 개는 집 안을 청소하다 나왔다. 다른 하나는 길에서 주웠다. 그렇게 다 합쳐 100원도 못되는 다섯 개의 동전이 한참동안 내 주머니에서 찰랑거리며 거슬리게 했다.

그런데 그 귀찮음을 견뎌가며 갖고 다닌 결과가 이거냐? 단 10원이 부족해서 콜라를 마실 수 없다는 절망을 주기 위해서? 언젠가 100원이 될 지도 모른다는 - 생각해보면 100원도 크게 의미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의미가 될 수 있는 최소 단위이다 - 헛된 희망을 주려고? 만약 내가 90원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가진 금액이 700원이었다면, 나는 콜라를 마시고 싶은 욕망을 깨끗하게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90원, 마치 계속 노려보면 반올림되어 100원이 될 것 같은 이 동전들은 고통을 준다. 동전 투입구에 꾸역꾸역 넣어봤자 이 차가운 기계는 10원이 부족하다며 내 간절한 부탁을 단호하게 묵살하겠지.

나는 다시 한 번 잔돈 반환기를 뒤졌다. 반환 레버를 당겼다. 잔돈 반환기를 뒤졌다. 자판기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건 쓰레기 뿐이었다. 자판기가 날 내려다보며 모터를 우웅- 돌렸다.

“날 비웃는거냐?!”

나는 일어서서 주먹으로 자판기를 내리쳤다. 쿵 소리가 나고 모터가 잠시 멈췄지만 다시 돌아갔다. 주먹이 아팠다.

눈물이 났다. 고작 10원 때문에 이러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덜컹-.

갑자기 자판기가 음료수를 내뱉었다. 왜? 내가 때려서? 천천히 음료를 꺼냈다. 사과 쥬스였다.

“날 동정하지 마!”

나는 쥬스를 제자리에 두고 100원이 되지 못한 찌꺼기들을 동전 투입구에 부었다. 그리고 떠났다.

그 뒤 나는 100원 미만의 동전들은 모으지 않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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