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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이 덕후임을 부정하는 순간이 찾아오죠.
게시물ID : star_3311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구리찡
추천 : 12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1/10 0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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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서든, 일코를 위해서든, 얘한테는 알리고 싶지 않아서든... 뭐,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에서요.
저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4년 8월.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공식 백수가 된 저는 집에서 노느니, 토익 공부라도 하자 싶어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가서 종로에 위치한 모 어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저희 스터디 조의 조장이 미인이었죠.
스터디라는 게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들 공부하려고 온 거다 보니 자연스레 매일 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안면도 익히고, 사소한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아침반이라서 수업과 스터디가 끝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조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됩니다.
그 날도 조원들과 함께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게 되었습니다.
조장님은 일이 있어서 먼저 가고, 저를 제외한 남학생 둘은 각자 약속이 있어서 떠나서 결국 저+여학생 셋이 치킨을 먹게 되었죠.
그리고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날의 대화 주제는 덕후.
저 말고 다른 여학생 한 명이 엑소 팬이더라고요.
엑소는 몇 명인가, 멤버는 누구누구 있는가, 그 여학생은 그 중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제가 덕후인 게 까발려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저는 단지 엑소 멤버가 몇 명이고, 이름은 무엇무엇이고, 그 학생은 누구를 가장 좋아할 것 같다 하고 맞춘 것 뿐인데...
아무튼 이대로 가면 조장님에게도 제가 덕후인 게 들통날 것 같았고, 덕후임을 감추기 위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날렸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덕후가 아닙니다. 저는 머글입니다."
그 순간 엑소 팬이던 여학생은 풉 하고 웃었고, 다른 두 학생은 '머글이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죠.
왜 하필 머리에 떠오른 단어가...
뭐, 그랬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여전히 덕후가 아닙니다. 머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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