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단 줍던 닭뼈들을 얼른 쓰레기통에 넣으며 할머니께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늘은 빨리 올라 오셨네요. 날씨가 참 춥죠?"
"응 그려. 요즘 참 춥자? 방은 뜨뜻혀?"
"아 네 그럼요. 물도 따뜻하게 잘 나오고 좋아요."
이쯤에서 선수를 쳐야겠다.
"할머니 누가 밤에 통닭을 먹고 그대로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모양이에요. 밤새 고양이들이 죄다
들쑤셔놨네요. 에이 참 드럽게."
"그러게말이여. 좀 묶어놓던가. 응 고냥이들이 닭이라면 환장하고 덤벼드는데."
"쟤네들은 절대 이런거 입에도 안대요. 맨날 여기서 먹고 마시고 하니까."
"그러컸지 뭐. 맨날 지 밥 먹는데 이런거 뭐할라구 뒤지겄어."
"아무튼 할머니 들어가세요 이건 제가 다 치울게요."
"응 그럴텨?"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넘어갔다. 사실 글에서는 할머니와의 조우가 위기인것 처럼 적지만 할머니와 나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전에는 신정에 할머니께서 떡국 먹으라고 부르셔서 쇠고기와 조개가 들어간 초럭셔리
할머니표 떡국도 얻어 먹은 적이 있다. 귤도 먹으라고 주시기도 하고.물론 나도 가끔 사과나 귤 박스로
시켜먹을때 할머니께 소쿠리로 몇개 갖다드리기도 했다. 너나 먹으라고 다시 돌려 주시지만 얼른 놓고
가버리면 잘 먹겠다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작년 가을에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집앞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고 계시길래 감 따는걸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 올 겨울 작년에 니가 딴거라며 홍시도 주셨다. (난 홍시가
서늘한 기온에 장독대에 넣어놓으면 자동으로 되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눈 쌓인 장독에서 꺼낸 홍시는
그야말로 아이스크림)
아무튼 할머니께서 그렇게 내려가시고 치킨 닭다리 하나를 들고 녀석들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도 역시
나비는 뒤에서 귀를 ㅤㄴㅜㅍ히고 으르릉, 새끼녀석들 중 눈물 녀석만 앞에서 안절부절이다. 먹을까 말까 왔다
갔다 하던 녀석은 내가 계속 들고 있자 슬금슬금 다가와 먹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가만 있을 수 없지. 녀석이 다리를 뜯을때 다리를 잡고있던 검지로 녀석의 턱을 만졌다. 몇개월
만의 첫 터치다. 녀석은 처음엔 깜짝 놀라 떨어졌다가 내가 그대로 있으니 다시 다가와 먹는다. 나는 또
녀석의 턱을 건든다. 이런 상황의 반복이다. 이 과정에서 고개를 숙인 녀석의 콩알만한 뒤통수도 만졌다.
눈으로 보기보다 만져보니 훨씬 더 작다. 요 쪼그만게 어떻게 그리 빨리 달리지.... 뼈도 작아서 톡 건들
면 부러질거 같은데.....
이와중에 사료가 걱정이다. 저번에 주문했던 사료가 2킬로 짜리인데 벌써 다 떨어져 간다. 사실 그때는
그정도로 적어도 두달은 갈줄 알았는데 성장기 어린이들의 식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야말로 엄청 먹어대
니 그 많은 사료가 순식간에 동났다. 하필 그 날이 금요일이었던 터라 남아있는 사료 조금으로 주말을 견
뎌야 했다. (택배로 사료를 시키니 말이다.)
아유 또 눈이 온다. 요놈들 지붕 밑에서 모여서 오들오들 떨고 있겠지.....
밖에 나가 보니 엇 꼬맹이들은 보이지 않는데 나비 너 거기서 뭐하니?
누군가 우산을 펴놔서 나비는 그 밑에서 눈을 피하고 있었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