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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펌]사이비 퇴마사의 은퇴록 - 뼈 파는 할아버지
게시물ID : humorbest_331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1
조회수 : 326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2/12 00:54: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1/29 01:10:14

아... 드디어 제가 오유를 처음 접하고 

오유공게에 첨 들어왔을때 본 글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그런 어영부영한 양의 자료들을 퍼나르면서

참 여러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많은분들의 반응과 응원들...

기쁘고 쁘듯해서 글을 더욱더 올리게 됬었고 그게 지금 현재 까지 왔네요 ㅋ

이제 슬슬 쉴때가 된듯합니다 ㅎㅎ







태어나면서부터 내가, 아니 내 눈빛이 이러지는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무대공포증에, 사람과도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한, 반에서 한 명 정도 다들 있는, 있으나마나한 학생이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귀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가위에 눌린 적도 없었지만(등교하기 싫어서 등교가위 - 일어나서 세수하고 문 열고 나가면 그게 꿈이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는 현상 - 에 걸린 적이야 몇 번 있지만) 최소한 그 때는 심지어 사람과도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하는, 참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무대공포증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사람과도 눈을 잘 마주치고 심지어 지금처럼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휘어잡는 쾌강의 명수가 된 것은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2년 정도 먹었던 꿀에 잰 수삼과 매실 액기스 때문이었으리라. 이 둘 덕분에 나는 체질 자체가 바뀌었고,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소심남에서 쾌남 - 멋지다는 의미의 쾌남이 아니라 쾌변할 때 쾌남이다. 개운한 남자라는 뜻 - 으로 종특 변경).

사실 그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 눈이 그 시점부터, 즉 수삼과 매실을 장복하여 내공(?)을 쌓은 이후부터, 영적인 존재를 인지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울퉁불퉁하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점이다. 눈빛이 울퉁불퉁하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왜 그런 사람들 있잖은가, 근육이 울퉁불퉁해서 한 대 때리면 열 대 맞을 것 같은 조폭들. 그런 식의 울퉁불퉁함이 눈빛에서 느껴진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사실 눈의 모양 자체는 어렸을 때 속눈썹이 눈을 찔러 약시가 될 뻔해서 쌍꺼풀 수술을 한 이후에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눈의 모양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원래 좀 내공이 있었는지, 나는 한 번도 귀신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공을 얻은 후로, 내 눈빛에는 신기한 기능이 하나 추가되었다고들 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귀신을 쳐다보면(물론 난 귀신이 보이지 않으므로 내가 귀신을 본다는 것조차 모른다) 귀신이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고 한다. 도망친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들로부터 사이비 퇴마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수삼과 매실을 장복하기 전에부터 사귀던 영적 능력자들이 없어서 과연 이 능력이 원래 나에게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수삼과 매실 덕분인지는 모르겠는데, 수삼과 매실 덕분에 내가 무대공포증을 극복한 것을 보면 아마 귀신이 나와 눈을 마주치기 싫어하게 된 눈빛의 능력도 이 둘의 내공이 내 눈빛과 합작한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여름이면 공포 이야기가 대세가 아닌가, 요즘 올라오는 많은 귀신 관련 이야기들을 보며, 나도 내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졌다. 일에 치이고 생활에 치여 사이비 퇴마일을 하지 않은 지도 근 5년, 이제는 나도 슬슬 은퇴기를 사랑하는 오유에 남길만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첫 번째 퇴마(?)는 대학교 1학년 때, 엉겁결에 이루어졌다. 엠티를 갔는데, 심장이 약한 여자 동기가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고 나랑 같이 가자고 부탁했었다. (지금도 그런 곳 많지만, 그 때는 거의 대부분 엠티촌 화장실이 방에서 마당을 지나가야 갈 수 있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녀를 호위하여 화장실을 다녀왔고, 계속 술을 퍼마셨고, 그러다 잠들었고, 일어났다. 일어났을 때, 그 여자 동기는 내 바로 옆에 딱 붙어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난 처음에 이 여자애가 날 좋아하나 했었다.

아니었다. 그녀가 심장이 약한 이유는 하도 귀신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놀래서 그랬다고 한다. 나중에 내가 그녀의 의중을 떠보던 중에 그녀가 말해 주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그래, 나 그 때 그녀에게 대쉬했다가 차였다. 난 천성 오유인인가보다)

하도 귀신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와 심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 그런데 엠티촌은 다들 그렇듯이 조금 으스스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녀는 또 뭔가가 튀어나와 놀랠까봐 화장실도 못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술자리가 한참 달아오는 한밤 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나가서 보니 엠티촌 우리 방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에 할아버지 한 명이 땅을 파고 있더랜다. 하얀 것을 꺼내는 것이 마치 뼈를 꺼내는 것 같고, 계속 그 뼈들을 맞추며 땅을 파는 할아버지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는 파지지 않는 땅 때문에, 그녀는 포기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내가 화장실에 가더랜다. 그런데 내가 방문을 열고 그 할아버지 있는 곳을 본 순간, 그 할아버지가 날 보더니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나는 그 할아버지가 사라진 길을 유유히 지나쳤고, 그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내가 지나간 것을 보더니 다시 내려와 땅을 팠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 또 그 할아버지는 하늘로 솟구쳤고, 나는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 동기는 나에게 화장실을 같이 가달라고 한 거였다고. 그러면서 보니까, 그 할아버지가 내 눈빛과 눈이 마주치면 나를 피해 하늘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래서 잠도 내 옆에서 딱 붙어서 잔 거고. 뭔가 내 옆에 있으면 귀신을 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나.

사실, 그 때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냥 내가 싫다면 싫다고 하지 뭐 이런 거절의 핑계가 다 있냐' 싶었다. "그냥 너의 착각이었어, 난 너를 좋아해서 화장실 데려다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니 옆에 붙어서 잔 거야. 걍 니가 만만해서 그랬던거야." 이랬으면 내가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한 거냐, 그래서 이런 핑계를 지어내는 거냐 싶었다. 뭐 그 여자 동기도 그렇게까지 '이 말이 진실이야'라는 태도로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해서 참 거절 핑계 잘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 내가 원치 않는 퇴마행(?)은 계속 이어졌다.

다음 은퇴록은 내가 스스로 한 번 날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저질렀던, 흉가에서 노숙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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