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흥행했던 영화 <황산벌> 중 한 장면.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여"라는 계백 장군의 발에 그의 아내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제.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것이여"라고 맞받아친다. 요즘 이름 때문에 죽고 싶다는 이들이 있다.
한나라, 한민자(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탄핵의 주역들과 이름이 같은 이들이 바로 그들. 행정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한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390명, 한민자 324명, 차대기 3명이다. 또 서울지역 114 전화안내에는 조순형 30명, 최병렬 80명이 등록돼 있다.
▲ 직격탄
'한나라'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최근 강금실 장관 홈페이지에 "정말 요새 자살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이 한나라예요"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한나라 씨가 포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동병상련을 호소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제 이름은 한민자예요. 시집가기 글렀습니다"(한나라님께) "차대기예요. 별명은 차떼기입니다"(제이름은) "저는 이름이 추미애지만 그냥 살아간답니다"(추미애) "성은 여 씨, 이름은 옥. 그래서 전 여옥이랍니다"(전여옥)등.
이들 외에 탄핵 주역 2명의 이름이 섞여 2배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조병렬(조순형+최병렬)이요"(댁들은 좋겠수) "최순형도 있다우"(동병상련) 등이다.
▲ 시한폭탄
탄핵 정국의 핵심에는 비껴 서 있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있다. "제 이름은 박관용인데 사람들이 아직은 잘 몰라요. 박관용이란 이름도 유명해지면 저도 살맛 안납니다"(나는 다행) "태어나면서부터 영감 소리 들은 내 이름은 김종필입니다"(김종필) 등이다.
이들에게 대부분의 네티즌은 '이름은 이쁜데 참 안됐다. 시대의 불운이다'라고 위로를 했지만 일부는 "차라리 개명을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대학생 한나라 씨(24)는 "요즘 들어 이름 때문에 놀림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내가 한나라당보다 먼저 태어났고 오래 살 것이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