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m/?humorbest_1280942
이 글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다가 글을 써봅니다.
우선 저는 스물아홉 청년이고 미혼입니당. 미혼은 결게에 글 쓰면 안되는 건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단 결혼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의사소통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을 이성적이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단점을 발견할 때마다 언제나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링크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선득선득해졌어요. 왜냐면 몇 년 전에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애인은 아니었고, 같이 학생회 일을 하는 후배이자 동료였는데...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로 계속 투닥투닥 잡음이 많았었어요. 어느 날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좀 시원하게 싸우고 풀자고.
오빠는 왜 계속 싸움을 피하기만 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그냥 넘어가냐고. 그런 거 싫다고.
진심으로 납득한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싸움을 피하려고 억지로 납득한 척 하는 것 같다고.
어어...
맞아요. 저는 분쟁보다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훨씬 좋아합니다. 그래서 약간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일단 일단락을 지어놓고 다시 차분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대체 뭐가 문제지? 싶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때부터 15년이 넘게 친구로 지내온 녀석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삐걱거렸습니다
그 친구가... 논쟁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치 투계 같은 느낌의. 계속 말꼬리를 잡고 나름의 논리로 말싸움을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저는 그게 싫거든요. 솔직히 귀찮고 귀찮고 귀찮습니다. 왜 그런 쓰잘데기 없는 문제로. 내 삶에 하등 영향을 주지 않는 문제로 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지?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래서 무슨 논쟁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아 그렇구나.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네 얘기가 맞는 것 같다. 내가 틀렸어. 미안하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뭐 비아냥거리고 그런 건 하나도 없었어요. 솔직히 좀 비꼬고 싶긴 했는데, 그래봐야 성질만 돋굴 것 같아서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사과하고 친구의 생각을 지지해줬습니다
근데
그게 불만이었던 모양이에요-_-;;;;
뭐랬더라. 자길 무시하는 것 같아서 짜증난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래서 결국 대판 틀어졌습니다. 지금은 연락도 안 하고 지냅니다.
음... 또 하나는 가족과의 의사소통에서 느낀 점인데
울 엄니는 가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으면 말을 정말 마구마구 던지십니다. 뒷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과감한 화법을 구사하시죠. 저는 화가 나면 날수록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논리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평생을 투닥거렸는데
최근에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논리정연하게 근거를 들어서 조목조목 반박하면 무섭다고. 당신께서 가방끈이 길지 못해 제대로 말대꾸를 못 하나 싶어서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무섭다니,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거지, 했는데...
하나뿐인 이쁜 남동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편인데.
저랑 얘기하다보면 가끔 자기가 할 말이 없어진다고 그러더라구요. 다 맞는 말 같긴 한데, 그래도 반박은 하고 싶은데, 반박을 못 하겠다고.
그래서
최근엔 슬슬 이거 뭔가 좀 고쳐야 되는 게 아닌가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몇 차례의 연애에서 저는 연인과 심하게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대부분의 경우 그럴 만 한 일이었고, 넓게 보면 제가 잘못한 점도 보이고, 그래서 무슨 트러블이 생기기도 전에 먼저 토닥토닥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음.
어렸을 땐 그냥 무조건 참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 참고 쌓아두고 쌓아뒀다가 결국엔 헤어졌어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끄으음.
저는 평생을 타인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어요. 물론 전반적으로 봤을 땐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그쳤지만... 그건 다행입니다만
특히 집안에 평지풍파가 잦았던 학창시절에는 또래집단. 동성 또래집단과의 의사소통에서 계속 삐걱거렸어요. 그러다가 집단 따돌림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내려갔다가 가까스로 기어나온 적도 몇 번이나 있었구요.
어렸을 때 바둑을 배우면서부터 계속 느꼈던 거지만
시야가 좁아요. 미시적입니다. 넓은 판도를 잘 보지 못하고 좁은 부분에서 생각이 그칩니다. 생각이 깊지만, 넓지 못해요.
문제는 이게 뭐 저한테 심각한 병이 있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이게 바로 저 자신이라는 점이죠. 만약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고 해도. 그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그 때도 여전히 제 단점일 거예요.
물론 장점도 마찬가지겠지만... 단점이 먼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머니께도 종종,
내가 만약에 만약에 결혼하면 어머니는 어떤 시어머니가 되실 지에 대해서 평상시부터 많이 고민을 해 보시라고 잔소리를 하는 편이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 저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지만. 정말 결혼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도란도란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제 인생 목표였어요. 제 어린시절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 아이에겐 기댈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어 주고 싶었고. 동료 같은 남편이 되고 싶었고... 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 링크의 글을 읽으면서 저 스스로가 오버랩되더라구요
저도 싸울 일이 생기면 대개 회피하거나 외면해버리고, 그랬던 주제에 뚱한 마음은 있어서
어쩌면 한마디 퉁명스러운 소리를 툭 던질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건데...
끙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그 가상에 상황에 대한 가상의 해결책을 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참. 어지간히 어불성설인 것 같네요. 욕심만 많아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 같다는 얘기랍니다. 네에.
상대방과 나는 달라요. 나와 너는 다른 사람입니다. "뭔 당연한 소리를" 싶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요.
심지어 어머니와 저도 타인입니다... 요즘에서야 어머니에게서 어린 소녀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제 안에도 어린 시절의 제가 아직 생생히 살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가끔 투정도 부리고 어리광도 피우고. 고집도 부리고 그러는 거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리든 나이 들었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예 다른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그러니까
내가 저 사람을 전혀 모른다는 전제 하에. 언제나. 검색 기록을 지워버린 브라우저에서 오유에 접속하면 추천을 누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차근차근 공을 들여가며. 늘 정성을 다 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참 비효율적이기도 하겠군요. 결국 선입견과 편견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기 위해 저는 오늘도 뻘글을 씁니다. 어떻게든 경험치를 늘려서 레벨을 올리고 싶어요.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