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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ow] 이별의식 #3 - 블랙 러시안
게시물ID : lovestory_17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rrow
추천 : 11
조회수 : 10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5/06/28 16: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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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륵..톡.톡.톡.

녹아내리는 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공명과 일치하는 소리를 내며.

작은 술 잔에 넘치지 않게 채워주는 너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은영아.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해?

 

응? 갑자기 그건 왜?

 

아.. 그냥.

그냥 갑자기.

술 마시니까 그 날이 생각나서 말야.

 

풉.

그때 우리는 남들 이야기 하던 그런 사이 아니었었나?

 

어떤 그런 사이?

 

응.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만났고,

남들 눈에 채팅이라는 부정적인 매개체로 서로 만난,

그렇다고 처음부터 친하지도 않았던,

그런 사이 아니었나?

 

아..

그랬지.

내가 기분이 우울하다고 가까운 거리면 술 한잔 하자고 했었지.

 

그랬지.

우연인지 몰라도 근처에 서로가 있었고,

아! 그때.

내가 너보고 찾아오라고 했었지?

 

응.

가까이 있었지만, 가지는 않았던 곳인데,

너 때문에 처음 갔구,

무작정 그쪽에서 헤메다가 찾아갔었어.

 

그래?

그때는 아무말 안했잖아.

뭐야? 그때 그 아는 척은?

 

응.

이젠 내 여자니까 이야기 하는건데,

모르는 곳이라고 이야기 하기 부끄러웠구,

또 남자는 그런것 있어.

몰라도 아는척 해가면서,

여자를 리드 하려는.. 음..

그런 동물적인 습성이 있어..

 

피..

그런게 어딨어.

모르면 모르는 거지.

 

이제와서 묻는건데,

그때 내 느낌 어땠어?

 

어느새 비어버린 잔에 술을 채우며,

우걱 우걱 안주를 집어 삼킨다.

아...

슬픔도 이렇게 원하는 만큼 삼키고 뱉지 않을 수 있다면..

어리는 눈망울을 담배연기로 가리며 말을 이었다.

 

아..

말해야 하나?

솔직히 그때는 '여자친구가 필요해' 라는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그때 너 처음보고..

 

야..말해 뭐야 얼머부리는 건?

응? 말해 어서!

 

응. 반했지.

그냥 작은 몸짓이며 웃음.

서툰 말투까지. 다 맘에 들었었어.

 

' 그래 반했었지, 반한만큼의 감정과 비례하는 감정이 뭐였는지 알아? '

' 이 사랑은 서글픈 결말일꺼라는 두려움이었었지. '

' 어쩜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몰라. '

' 난 늘 위태로웠고, 또 흔들렸었으니까. ' 

 

나는 목젖을 치고 올라오는 단어들을 쓴 소주로 밀어 넣으며

담배를 물었다.

 

정말?

 

그럼.

덕분에 한 달 동안 마시지도 못하는 술 너따라 다니면서

많이도 마셨지.

못보는 날은 쳇으로라도 널 만나고,

만날수 있는 날은 가깝다는 핑계로 찾아가구 그랬지.

 

아..

그랬구나.

난 술 쎈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부네?

 

응.

남들 다 말하는 진부한 스타일.

술 보다도 술 자리를 좋아하고,

조금은 흥청이는 느낌을 좋아하는,

평범한 비주류의 변명을 내세우는 타입이야.

 

머야?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잘 마셔?

 

너때문이지 ..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너와 같은 취미 하나를 이어갈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 때문이지.

 

' 그래 너 때문이지.

  이렇게 마시지 않으면 감정을 숨기기 어려우니까.

  이렇게 마시지 않으면 슬픈척 숨기고 웃을수 없으니까. '

 

그거 순 억지다. 너.

지금은 혼자서 잘만 마시면서..

 

아!

하나 비밀 이야기 해줄까?

 

뭐?

 

우리 자주 가던 바 -bar - 알지?

 

그럼. 왜 몰라.

네가 프로포즈 하구 또 우리 처음 만나구 또 처음 키스한 곳인데,

모르면 내가 네 여자친구겠니?

 

그래..

거기 웨이트리스 참 이뻤잖아.

 

머야? 그 말 뜻은?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웨이트리스가 너 화장실 간 사이에 뭐라구 한 줄 알아?

 

뭐?

뭐라구 물었었어?

 

 

-------------------------------------------------------------------

 

1999년 7월 어느날.

 

' 저기 손님 두 분 혹시 채팅으로 처음 만난거에요?

 막 대화명 같은 것으로 서로 부르고 존댓말 하구,또 어색하게 이야기 하는..?

 그런 만남이에요?'

 

' 아. 왜 그렇게 생각하시고 묻는지요? '

 

' 아..그게..

  처음 이름을 부르지 않고 생소한 명칭으로 서로를 칭하고,

  동갑처럼 뵈던데,

  일어서서 존대로 인사하구,

  여전히 대화조차도 존댓말로 하시더라구요. '

 

' .............. ! '

 

' 저기. 그게. 엿들을려고 엿들은것은 아니구요.

  그저 담당손님 이다 보니 그렇게 신경을 쓰게 되었네요.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 드릴께요. '

 

' 블랙 러시안 한 잔 드릴까요? '

 

' ...... 아뇨. 괜찮습니다.

  기분 상한것도 아니구요. '

 

' 짐작하신데로, 저희는 인터넷으로 만났어요.

  우연히 가까운 곳에,

  아 물론 여러번 온에서는 약속을 정해서 봤었어요.

  그렇게 이어오다가,

  이번에 연이 닿아서 오프로 보게 되었네요.

  생소하시죠? '

 

' ...네..

  상당히, 아니 처음 보는 광경이라서,

  그래서 실례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씀을 드렸네요. '

 

' 아. 괜찮아요.

  근데 저희를 볼때 색안경끼게 되구 이상하게 보이시죠? '

 

' 아.. 그게.. '

 

' 그럴꺼에요.

  방송에서는 아니 주변에서는 번개팅이다 뭐다 해서,

  일회적인 만남의 안좋은 점만을 지적하고 떠드니까.. '

 

' ....... '

 

' 하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오프로 보기전에 온으로 오래,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기간에는 말이죠.

  알아왔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

 

' ..아..네.

  저기..

  일행분이 오시네요.

  말씀 고마웠구요,

  다음에 또 오세요.

  담당으로 제가 한 번 대접할께요. '

 

' ?

  아.. 네. '

 

-------------------------------------------------------------

 

뭐야 정말?

정말 그랬어?

 

응.

 

풉.

하긴 그때 상당히 드물었으니까,

그리 보일만도 했지.

 

아마 우리 첫 키스 할때도 봤을꺼야.

그치?

근데 다음에 오라는 말은 은근히 질투 나는걸?

훔..

그래서 갔어?

 

아. 너 기다리려구 몇번 너보다 일찍가서 있었던 적은 있었지,

혼자서 갔어도 늘 그 얼마간의 시간후에는 네가 왔었잖아.

 

하긴..

그런데 왜 그때는 말하지 않고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

이제보니 너..또 죄 진거 있구나.

 

...........

 

어. 정말 죄 진거 있나보네?

흠.

말해봐 이 누나가 넓으신 아량으로 들어보고 이해해줄 수 있는 거면

넘어가도록 해줄께.

호호호..

 

...........

 

뭔데? 사람 궁금하게,

말해 어서 응?

 

우리.

헤어지자.

그리고 잊어. 우리는 만난 적 없는거야.

 

 

Post Script

 

비는 감정의 기복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연현상의 하나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인데,

그것에 조차 감정을 심으니, 기억을 이어주게 하는 매개체가 되네요.

 

몸의 더러움은 비누로 씻고,

세상의 더러움은 비로 씻고,

마음의 더러움은 눈물로 씻는다는 말처럼,

 

모든 이들의 마음이 비온뒤 맑은 하늘 만큼이나,

눈물 흘린 뒤의 털어내버린 순간 처럼,

그렇길 바랍니다.

 

또 하루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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