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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2부
게시물ID : readers_33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2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09 23: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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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절망에 부딪치자 최모는 당황스러웠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니 남자는 진드기같이 쫓아오고 있었다.

계속 생각해봤지만 역시 도망밖에 떠오르질 않았고
소름끼치게 씨익 웃는 미소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무리한 덕분인지 무서움 때문인지 다리가 후들거려왔다.

거리를 대충 재보자 20발자국이면 잡힐거 같았다.
자기 다리를 두드리며 힘을 비축한 최모는 
10발자국정도 다가오자 힘겹게 땅을 박차고 뛰었다.

다급함과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가 교차하며 어두운 거리를 울렸다.
그러나 그 교차의 간격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최모는 자신이 뛰는건지 비틀거리는건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젠 그럴 힘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일어서려던 의지도 계속 주저 앉던 그때 우미 아파트라는 현판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경비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그래 저기까지만'

최모는 마음속으로 최후의 희망선을 그었고 
거기에 기대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했다.
다시 들리는 저벅저벅 소리에 놀란 고양이처럼 청각을 쫑긋 세운 최모는
걷는건지 뛰는건지 모를 속도로 열심히 달려갔다.

[순찰 관계로 자리를 비웁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문을 넘어 어찌어찌 경비실 앞에 도달했지만
환하게 켜져있는 불빛과는 다르게 좌절이 최모를 맞이했다.

"씨발 왜! 안돼! 안된다고!"

절망이 최모의 눈앞을 깜깜하게 물들였다.
납득할수 없는 분노가 속안에서 치솟아 제어할수 없었던 최모는
주먹을 마구 휘둘러 애꿎은 경비실 문에 분풀이를 해댔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되었을때 다시 최모의 귀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꾸물거릴 시간은 없었다. 좌절을 부추기듯 발걸음 소리는 최모와 가까워졌다.
몇방울 남은 희망에 기대를 건 최모는
순찰중이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거라고 아니면 최소한 아파트 사람들이라도 봐줄거라고
생각하며 다리를 지팡이 삼아 짚은 뒤 걷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폐에서 쥐어짜낸 숨으로 인해 최모의 목은 이미 가열된 상태였다.
몇번 소리를 지르고 나니 소리대신 기침이 튀어나왔다. 

최모의 애처로운 비명이 아파트 이곳 저곳에 부딪치며 메아리쳤다.
밤과 새벽이 확성기가 되어 그 소리를 부추겼지만
호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끄러워서라도 쳐다볼만 한데 어찌 된 모양인지
아무도 고개를 내밀어 최모를 쳐다보질 않았다.
침묵에 동의라도 하는 것인지 불 켜진 아파트도 한군데도 없었다.

"이 씨발!..."

무시에 대한 대가로 최모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제 쉬어버린 최모의 목은 작은 소리를 낼때에도 밤송이가 낀것처럼 아파왔다.
결국 아파트 뒷문에 도착할때까지 최모는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마지막... 마지막이야'

최모는 절망에서 희망을 쥐어짜냈다.
살려는 본능이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뒷문을 벗어나자 희망을 차단하듯 담벼락이 서있었고
왠지 모든게 자신을 방해하는거 같아 최모는 화가났다.
그러나 좌절할 시간도 없었기에 가까이 다가가자 
다행히 좌우로 골목길이 있었다. 

'왼쪽? 오른쪽?'

어쩌면 마지막 선택일지도 몰랐다.
마지막이란 희망으로 몸을 이쪽까지 끌고온것도 기적이었다.
땀을 잔뜩 머금은 옷이 매달리듯 최모의 몸에 들러붙었고 
물에 빠진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최모는 모든걸 포기하고 싶었다.

얼굴에서 비오듯 떨어지는 땀이자꾸 눈치없이 눈커풀을 타고흘러 억지로 
눈을 감기려했다.

왼쪽으로 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담벼락이 최모를 가로막았다.
최모는 흐느적거리며 다가갔지만 이젠 길도 없었다.

힘이 풀린 다리가 꺽이자 최모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혀졌다.

최모는 힘겹게 몸을 돌려 지금까지 우직하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남자의 모습이 어둠을 헤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한점의 흐트러짐 없이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두꺼운 후드티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었지만 
남자는 조금이라도 땀에 젖은 흔적조차 보이질 않았고
여전히 투박한 올가미는 오른손에 그대로 들려있었다.

공포도 지친 모양인지 최모는 이제 저벅 저벅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호기심만이 남아있었다.

"너 대체 누구냐"

당연하게도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가까워질뿐...
그럴줄은 알고 있었지만 최모는 왠지 모르게 허탈해졌다.

최모는 천천히 삶에 대한 미련을 체념했다.
이제는 그저 자고싶은 생각만이 간절했다.
최모는 커튼을 내려 눈동자를 덮어버렸다. 이제 남은건 죽음뿐이라 생각하며...
그 순간 감겨지는 최모의 시야 사이로 남자의 행동이 호기심을 불렀다.
커튼콜처럼 힘겹게 최모는 시야를 다시 불러왔다.
 
정중하게 무릎을 꿇은 남자는 최모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한 손으로 후드 모자를 뒤로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 일련의 동작들이 경건하게 까지 보일정도였다.

"마 말도 안돼!"

경악이 최모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 남자의 얼굴은 자신이랑 똑같았다.
거울을 보듯 눈동자 색깔, 점의 위치, 미세한 흉터까지 모든게 똑같았다.

"너 너...대체 누구야?"

그러나 남자는 씨익 웃을뿐이다.
남자는 묵묵히 밧줄을 들어올려 최모의 목에 들이댔다

목이 졸려와 숨이 막혔다.

힘겹게 빠져나오던 공기도 목에서 콱 막혀버렸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잊혀져갔다.
대신 호흡이 절실할 뿐이었다. 

'제 제발 제발 숨...'

힘겹게 허공으로 뻗었던 손이 추락하듯 떨어졌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편해짐을 느낀 최모는
온몸을 축 늘어트린채 눈을 감았다.





"안녕하십니까 9시 뉴스입니다. 첫 소식부터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20대 최모씨가 취업을 못한걸 비관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이디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아나운서를 비추던 화면이 순식간에 전환돼 삭막한 자취방을 내보낸다.
벽에는 장식물인 십자가 목걸이가 처량하게 흔들리고
임종을 맞이한 선풍기는 쓸쓸히 고개를 숙인채 멈춰있다.
누렇게 변색된 장판 위로는 내용물을 잃어버린 소주병 여러개가 
널부러진 옷가지 위로 굴러다녔고
무언가 있었던 것 같은 자리에는 형태로만이 남은 먼지가 쌓여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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