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9일 오후 8시경으로 흘러갑니다. 친분이 있는 분들과의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공덕으로 뛰어갔습니다.
네, 그때까지는 분위기 좋았죠, 좋았어요 한참을 그렇게 마시고 놀다가 전 막차시간이 되어 먼저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지하철로 뛰어갔네요.
네, 맞아요 거기서부터 일이 꼬였습니다.
격무에 지친몸과 체내에 흡수된 알콜의 양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죠 그러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목적지가 아닌 거여역! "대체 여기가 어딘거여?"
일단 집에 전화를 했어요
"중간생략...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돈 좀 주면 안될까?" "딸깍"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배려였는지, 제 전화기 밧데리가 다 달았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 집에 아들이 없었던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다른 분들에게 전화를 했지요
"뭐하고 지내?" "오빠 정말 보고싶었어! 잘 지내지 언제 한번 꼭 보자(웃음)" "내가 이러저러해서 택시비 좀" "뚜뚜뚜"
누굴 원망할 새 없이 보이스카우트때의 기분을 살려 노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때 마침 드라마처럼 초등학교가 보이네요? 들어갔습니다. 홍콩할매귀신이 튀어나올거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10분도 안되어 뛰쳐나왔지요
다른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에 껌 좀 씹고 침 좀 뱉던 경험을 되살려 십시일반 적선을 구하거나 아니면 강제로 빌리려고 결심했지요.
약 30분 걷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마주칠 수가 없었네요. 걷는동안 오금동이 보이더군요.
"여기가 좌칠현 우충재가 다녔다는 그 학교구나"
감상에 빠지는 순간도 찰나 시야에 자전거가 즐비하게 들어오더군요. 다시 또 새로운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차라리 하이킹기분을 내자"
네, 물론 열쇠로 다 잠겨있었어요. 서로 프루나처럼 공유하면 좋으련만 야박하더군요. 그때 마침 한 대의 자전거가 묶여있지 않은걸 발견했지 뭐에요? 전 잠깐 신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앙탈을 부리며 잘 움직이지 않는게 아닙니까? 자세히 살펴보니 뒷바퀴의 바람은 심히 미약하였으나 앞바퀴의 바람은 창대 했습니다.
"내리막길에서만 타고 가야지"
그렇게 자전거와 대화도 나누면서 대충 눈에 익은 곳까지 올 수 있었답니다. 그날따라 택시가 제 주위를 얼쩡거리기 시작했어요, 물론 전 튕겼죠 하지만 조난 계속되는 구애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습니다.
"어디까지 가요?" "늦은데 고생하십니다, 요새 경제도 어렵고 민심도 흉흉한데 힘드시지는 않으신지요? 저도 그 마음 이해합니다.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아내를 생각하면 또 쉽게 그만둘 수 있지 않으시겠죠, 저 그렇게 멀리 안갑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 가는데?" "하남시까지 쩌스트하게 3000원!"
전 신에게 다시 한번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침 그때만 하늘에서 비를 뿌려주시지 않으셔서 말이죠 클럽에서 성실하게 비즈니스를 수행하던 언니들에게 눈웃음도 치고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사랑도 해주고하니 저 멀리 표지판에 <안녕하세요 여기서부터 하남시 입니다> 라는 문구가 보이고 해태가 후덕한 미소를 짓는걸 발견하고
"캐새퀴야, 내가 옥탑방을 얻어서라도 이사간다 안녕못한다." 라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네요.
이건 비밀인데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은 담배입니다. 그 먼 거리를 참 쓸쓸할뻔 했지요 마치 지우와 피카츄, 따끈따끈한 야동과 곰플레이어 처럼의 관계가 아닐까도 사료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