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얼마 전에 전쟁날거같다고 사람들 막 군복 꺼내놓고 할때 혹 내가 전쟁나서 나가 싸우다 죽으면 우리 부모님 너무 슬퍼할까봐
살짝 적어서 책장 뒤에 숨겨둔 유섴ㅋㅋㅋㅋㅋㅋㅋ
전쟁은 개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땐 정말 나름 심각하게 적은거라 그냥 없애버리긴 좀 뭐하고
여따 살짝 적어두고 불태워버려야겠네요
부모님 전 상서
하고 싶은 말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막상 펜을 손에 잡으니 무엇을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부모님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화를 내실 것 같기도 하고, 울고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쯤은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슬퍼하라고 적는 편지가 아니니까요.
뉴스를 보면서 제가 넌지시 '전쟁이 난다면 나가서 싸울까요?' 라고 물어보았을 때
부모님은 '너까지 개죽음 당하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어머니. 저는 제가 개죽음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터에 서는 것은 제 형제들이고, 제 친구들이고, 제 동료들입니다.
그들은 부귀영화를 위해 그곳에 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목숨 하나를 바쳐, 다른 사람의 목숨 하나를 구하기 위해 그 곳에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부모님을 지켜주리라 믿기에, 저 역시 그들을 위해 싸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숨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버린다면, 저는 앞으로 남은 수십년의 인생동안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게 지금 제가 이 편지를 적고 있는 이유입니다.
병사 한명이 전쟁터에 있고 없다고 크게 바뀔 것도 없다고, 너 하나 있는다고 변할 것도 없다고 말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저 한명이 전쟁터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개짓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날개짓이 또 다른 날개짓을 만나고, 그렇게 점점 자라나 전쟁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게 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전우입니다. 수많은 나비들. 너무나 작고 여리게만 보이지만, 그 날개 끝에는 태풍의 씨앗이 잠들어있는 겁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나비는 이 곳에 두고, 저는 누구도 그 앞을 막을 수 없는 태풍이 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갑니다.
혹 제가 전사하게 된다면, 부모님의 마음에 새겨질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참 불효자식인가 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합니다.
부모님이, 그리고 친구들이, 가족들이, 전우들이 제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실 테니까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