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등과의 회견에서....총선 앞둔 호남 표심에 영향?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최근 대구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합 가능성을 시사했음이 알려져 당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조 대표의 발언은 한·민 공조에 분노하는 호남지역 민심을 역행하는 것으로, 8일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지지성향 표심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일자 영남일보에 따르면,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한 조 대표는 지난 2일 대구시지부 사무실에서 '전국지방신문협의회(전신협)'와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총선후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의 법통이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른 당하고의 연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한·민 공조에 대해 비판도 지지도 있지만, 예를 들면 특검 같은 것은 반드시 같이 해야 하고 또 옳은 일은 다른 정파와도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조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한·칠레 FTA 등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조해서 법을 통과시킨 것은 공조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국민들이 한·민 공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해부족이고, 당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면 소신부족"이라고 일축했다. "한·민 공조로 지지와 이탈 있지만, 옳은 일은 타 정파와도 협조해야" 당대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를 지켜봐야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조 대표의 이날 발언은 총선 이후에도 통합까지는 아니라도 한·민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조 대표는 또한 "당 내분은 수습단계에 들어갔다고 본다. 총선을 거치더라도 50년 전통과 역사의 민주당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지도력도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조 대표의 구상이 드러남에 따라 총선 후 민주당의 진로를 놓고 조 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추미애 선대위원장 중심의 쇄신파 사이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탄핵 역풍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가 60∼70%에 이르고 촛불집회까지 벌어진 것은 의외였다"며 "방송이 우리나라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짓을 했다"고 방송에 책임을 전가했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는 조 대표 발언에 대해 "통상적인 정책연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장전형 선대위 대변인은 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와 보름 가까이 연결이 안돼서 의중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이후 상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대변인은 "정책 공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도 가능하고 대북송금 특별법 등에서 이미 보여주지 않았는가? 여야를 불문하고 정책연합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선대위 "통상적인 정책연합 염두에 둔 발언일 것" 장성민 총선기획단장의 반응은 한결 강한 톤이었다. 장 단장은 "선대위가 총선전략을 관장하는 상황에서 조 대표의 발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어차피 6월 정기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교체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 단장은 "여기에 대해 자꾸 언급하게 되면 선거국면에 내분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으니 총선 이후 문제는 총선 후에 얘기하자"고 잘라 말했다. 한편, 조 대표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김태일 후보는 조 대표의 '한·민 공조'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과 손잡고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과 통합할 수도 있다니 민주당의 역사적 정통성은 어찌되는 것이냐"고 물음을 던졌다. 김 후보는 이어 "조 대표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훼손해가면서까지 한·민 공조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면 조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를 결코 지역주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6일자 영남일보에 실린 조 대표의 인터뷰 전문. ― 민주당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상 의석수는 몇석 정도로 생각합니까. 또 전반적인 득표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예상 의석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탄핵정국 전에도 지지도가 하락하고 탄핵정국 이후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방송의 탄핵에 대한 편파·불공정 보도 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이 돌아왔다고 보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탄핵 이전부터도 그렇고, 탄핵 후에도 일관되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당구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당구도는 국가적으로도 불행입니다. 모든 사안에 있어서 한쪽은 급진개혁, 한쪽은 수구보수의 양측간 이념노선의 대립·갈등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중도개혁 정당이니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총선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탄핵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깨끗한 정치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수구보수와 급진개혁이 충돌하는 양당구도, 국가적으로도 불행" ― 탄핵을 앞장서 결행했던 것을 혹시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탄핵의 정당성과 불가피성, 역사성 등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헌재의 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총선의 쟁점이 돼선 안되고 각 정파는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민주당은 가장 자유롭고 깨끗합니다. 특히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최대 국난이라는 IMF 외환위기를 수습한 것은 민주당이 경제정당이라는 점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두 정당 갖고 안 된다는 것을 널리 홍보하고 국민에게 설득시키겠습니다." ― 헌재 판결이 총선 전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 대표는 언제쯤 헌재의 판결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총선 전에는 물리적으로 탄핵심판에 대한 심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오래 돼선 안됩니다. 다만, 탄핵이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심리를 하려면 선거법 위반 경우는 사안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경제 실책·국정파탄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는 앞서야 합니다.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6개월이라는 규정도 있는데 이 역시 강제규정은 아닙니다." ― 탄핵정국과 관련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역풍이 불고 있는데,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했을 때 이같은 역풍은 예상하지 못했는지요? "탄핵 전 여러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했을 때 반대여론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 못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탄핵 후 반대가 60∼70%에 이르고 촛불집회까지 벌어진 것은 의외입니다. 방송이 우리나라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그런 것을 했습니다. 탄핵소추는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한 정권이 물러나는 것인데 쉽게 되는 것이 아니지요. 야 3당이 했으면 각오해야 합니다. 어쨌든 역풍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심한 것은 사실입니다." ― 당내 문제와 관련해 일부 후보들이 탈당하고 있습니다만. "민주당이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이 무엇입니까. 거슬러 올라가 분당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까지 전부 다 탈당했는데, 대통령과 정권이 정치세력을 내세워 분당한 것이 근본적 원인입니다. 또한 이 같은 작업이 체계적·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이 제일 큰 원인입니다. 개혁국면에선 열린우리당이 우리가 아무리 개혁을 한다 하더라도 뒤지고, 한나라당에게도 뒤지고 숙명적인 것이 두 번째입니다. 세번 째는 당내 내부적 요인입니다. 내부적으로 인적구성이 복잡하고, 호남지역 역시 스스로의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완전히 집단지도체제이고 당대표라고 해도 권한 하나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지역적 기반이 있나, 아니면 재정권과 인사권이 있나. 공천권도 상향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3가지 요인이 합쳐져 어렵게 된 것입니다." "민주당은 5.16 쿠데타 이후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나" ― 그런 원인 진단 외에 당 내홍의 극복 방안도 밝혀 주십시오. "내분은 수습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고, 총선을 통해 어느 정도 의석으로 살아남느냐가 관건입니다. 총선을 거치더라도 50년 전통과 역사의 민주당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5·16 쿠데타에서도 완전히 해산된 적이 있습니다. 불사조처럼 살아났습니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지도력도 회복될 것입니다." ― 총선 후 정계개편이 돌파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변화도 많고 그래서 민주당의 법통이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른 당하고의 연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하신다면? "야당입장이니까 총선 후 국회의석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은 의석분포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민 공조에 대해 비판도 많고 지지도 이탈도 되는데, 그러나 예를 들면 특검같은 것은 반드시 같이 해야 하고 또 옳은 일은 다른 정파와도 협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한·칠레 FTA 등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조해서 법을 통과시킨 것인데 그것은 공조가 아닙니까. 국민들이 한·민 공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해부족이고, 당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면 소신부족입니다." ― 그 말씀은 총선 후 당대당 통합까지 다 포함되는 것입니까? "총선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 호남권 지지 유도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할 계획은 없습니까? "당에서 그런 말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본인이 전직 대통령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전직 대통령은 역시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 참여정부 1년 동안 치적 가운데 지방분권 등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있습니다. 지방화 정책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고 지방언론 육성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나 지방분권화, 국토의 균형발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협력해 왔습니다. 경제도 그렇고, 금융도 그렇고 중앙집권적입니다. 언론도 중앙과 지방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특히 지방언론을 활성화해야만 지방분권이 이뤄집니다." "주변에서 '대통령' 얘기해도 스스로 엄중경계" ― 조 대표와 관련해서 대망론도 나왔습니다만. 정치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1등 국회의원 소리를 들었습니다. 1등 국회의원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 생각하고 시작하면 대통령병에 이르게 됩니다. 이 병에 걸리면 나을 수도 없고 대통령이 돼야 고칠 수 있습니다. 저 자신이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다 하는 생각을 했을 때 그런 자질과 능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변에서 들떠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 스스로 엄중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 지난 1월19일 대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당내 상황이 변하면서 불출마와 비례대표 얘기도 나왔는데 심리적 갈등은 없었습니까? "솔직히 탄핵 역풍으로 어려웠습니다. 탄핵정국이 없어도 어려운 데…, 이중으로 어렵게 됐습니다. 일부에서 그런 얘기(비례대표 등)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대구 시민에 대한 약속이고 대국민 약속입니다. 꼭 되리라는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으로 검토하면 당선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념대로, 소신대로 한번 해볼 것입니다." ―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약속을 안 지킬 수 있습니까." ― 당락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대구시민께서 받아주신다면 저 자신 기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 지역주의 극복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 한 사람이 당선됐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걸음 나아간 것은 되지요. 대구시민이 결심하면 광주시민도 결심하지 않겠습니까. 부산도 그럴 것이고요.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했고, 약속을 지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개성도 강하고, 지적 능력도 탁월하고, 전도가 촉망되는 정치인이다." |
- 2004년 4월 7일(수) 오후 9:11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