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9
게시물ID : humorstory_332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14
조회수 : 107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3/11/05 13:49:12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23> 훈련소의 아침. 

" 기상~~~~~~~! " 

불침번의 목소리에 모두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소대에서 듣던 기상소리와는 

뭔가 다른 떨림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튀어 일어난 우리들은 2인 1조가 되어 재빨리 

모포와 매트리스를 개고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연병장으로 튀어 나갔다.   군화신고 

벗는데 아직 짬밥이 안차서 그런지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다. 

" 이자슥들이 모두 집합하는데 5분씩이나 걸려?  좋아.....내일 두고 보겠어...." 

육군도수체조를 새로 배웠다. 

육군도수체조는 국민건강체조랑 좀 다르긴 해도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군인은 

아침마다 웃통을 벗고 아침구보를 한 뒤 다시 막사앞으로 와서 이 체조를 실시한다. 

근데 최창인 상병은 이거가지고 아침마다 우리들에게 장난을 쳤다.   아직 체조를 다 

못외우는 우리 훈련병들은 앞에 서 있는 조교들을 보고 따라할수밖에 없는데 가끔 

최상병은 시치미를  뚝떼고는 엉뚱한 체조를 하는 것이다. 

허리운동 할차례인데 웬 손가락운동을 하고,  목운동할차례에 엉덩이돌리기를 한다. 

물론 실수로 그걸 따라했다가는 최상병의 뜨거운맛을 볼수있었다. 

훈련소에서의 구보는 장난이 아니었다. 

훈련소의 큰 연병장을 돌아가는 도로를 한바퀴 돌아 오는건데 얼마나 힘이 들던지... 

뛰기도 힘든데 발소리에 맞춰서 박수를 치라고 하질 않나, 군가를 부르라고 하질 

않나.... 그 와중에도 구보를 인솔하는 최상병의 딸랑거리는 개목걸이(군번줄)가 

얼마나 부럽든지.. 

" 군가 한다  군가는 멸공의 횃불.........요령은 악으로  깡으로......군가시작... 

하나, 둘 , 셋, 넷! " 

"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헉헉...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헥헥 ♬" 

안개를 헤치며 달려 다시 막사에 도착하고 나면 숨소리가 폐병환자 같다. 

" 크허어억......크허어억......크허어억......." 

" 줄 똑바로 못서?   국군도수체조 시작....." 

체조가 끝이 나면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이놈의 팔굽혀 펴기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아침운동 핑계삼아 50개 가까이하고, 훈련받다가 얼차려로 팔굽혀 펴기를 하고, 

훈련받기전 워밍업으로 팔굽혀 펴기 하고....여가선용으로 또 하고....하고...하고.. 

으....뻥 안까고 하루에 적어도 200개에서 500개까지 하곤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가 넓어지고 팔뚝에도 근육이 붙었지만, 그때 한순간이 

괴롭고 힘든 우리는 내내 불평만 했다. 

똥국에 짬밥 말아먹으면서 이렇게 힘을 빼야 하다니... 




<24> 소병훈 하사의 제대. 

우리는 우리를 훈련소로 데려온 소 하사와는 단 하루도 훈련을 받지 않았다. 

소하사는 우리가 훈련소 입소식도 채 하기전에 제대를 했기 때문에 그냥 작업이나 

같이 하고 다녔던거밖에 기억이 안난다. 무척 인상도 좋고 생각도 깊고 정도 많이 

가는 분이었는데.... 

그는 제대를 며칠 앞두고 ... 

" 음...제대하면 뭘하지? " 

" 애들아 ...뭐 할만한거 없을까?"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전역자들의 공통된 걱정이지만...) 

지금 당장 제대만 시켜주면 그 무슨일이라도 할수있을 것 같았던 우리에겐 

사치스러운 고민 으로 보였지만........ 

소하사는 작업이 끝나면 모여서 한명씩 노래를 시켰다. 

훈련병중에는 키작고 얼굴이 동글동글한 녀석이 한명 있었는데 '영일만 친구'를 

아주 멋드러지게 불렀다. 

아무 영양가 없고 힘들기만 한 작업이 끝난 뒤 풀숲에 앉아 그녀석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것도 작은행복중에 하나였다.  사제노래는 사제를 생각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소하사는 가고 꽤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을 한 박만수하사가 휴가 복귀를 했다. 

우린 그 박하사와 훈련을 같이 하게 된다고 한다. 

누구와 하든 어서 훈련이 빨리 시작되었으면.... 




<25> 유명무실한 유급제도. 

오늘은 훈련소에 온지 이틀째 되는날이다. 

모두들 내무반 침상 끝선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텔레비젼이 있었지만 

감히 아무도 틀어볼 생각도 못했다.  정적이 계속 흐르는 가운데...... 

TV와 제일 가까이 있는 녀석이 다른 훈련병들의 말없는 눈초리협박(-_-+)에 못이겨 

할수없이 목숨걸고 TV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 딸칵 '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복도를 울리는것만 같다. 

" 야야....망 잘 보고 있니? " 

문과 제일 가까이 있는 나보고 묻는 소리다. 

" 그래....임마.......복도엔 아무도 없어 맘놓고 봐 " 

하지만 화면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못보게 조작이 되 있는것 같았다.  그때 사제에서 대리점에서 일했다는 한녀석이 

과감하게 TV로 가서 이리저리 손을 보더니 '탁' 하고 튼다. 

텔레비젼이 나온다. 

하지만 텔레비젼의 화면이 채 밝아지기도 전에 복도에서 하사가 걸어오는걸 보고 

내가 신호를 줬다.   스위치를 끄자 하사가 들어왔다. 

' 으..........조금만 빨랐으면 볼수있었을텐데......' 

사제에서도 TV를 보지않던 내가 TV가 얼마나 보고 싶던지 환장할지경이다. 

박하사가 모두 소지하고 있는 돈을 거두라고 해서 잔돈을 뺀 나머지를 몽땅 줬더니 

돈의 액수만큼 PX 쿠폰으로 바꾸어서 준다. 

혹자는 말하길 사병끼리의 도둑질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도 했지만 진짜 목적은 

탈영방지다.    탈영을 해도 PX구폰은 사제에서 무용지물일테니까....! 

박하사가 훈련소에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얘기해 줬다. 

그중 '유급'에 관한 문제가  애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유급이란 바로 훈련소에서 

점수미달을 받은 훈련병을 퇴소 시키지 않고 또다시 교육을 시키는 제도였다. 

모두들 놀래서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게 과연 정말일까? 


▩유급이라........말은 좋지만 사실상 유급은 거의 없었다. 
훈련을 제대로 못받거나 기타 지시사항들을 어겼을때마다 벌점을 매겨서 30점 
이상이면 유급이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누가 유급을 시키겠는가?  제살 깍아먹는짓인데... 
하지만 요즘은 명목상의 허울만 좋은 이 유급제도를 부분적으로 살렸다고 한다. 
2주차에 벌점 30점이 넘으면 확실히 유급을 시키고, 
일주일에 벌점이 15점이 넘으면 토요일 오후 자유시간에 따로 모여 군기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 




<26> 천삽뜨고 하늘보기 운동. 

어딜 가도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기 전에는 대기하는 시절이 있게 마련.. 

그리고 그 대기란 그져 내무반에서 뒹굴뒹굴 노는걸로 보내는게 아니라 온갖 작업으로 

시간을 만땅 채운다는 것은 이제 기본 상식이다.   작업집합을 해서 줄지어 가고   

있는데 저앞에 보니 한 훈련병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그녀석이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최상병이 호루라기를 빙빙 돌리다가 머리에 

때린 것이 잘못 맞았던것이다.  최상병은 그 이름모를 훈련병을 의무실로 데리고 가고 

있었다.    ' 시범케이스가 줄줄이구나....쩝. ' 

드디어 작업장에 도착을 했다. 

오늘의 작업제목은 '바위돌 나르기' 

기존에 있는 연병장옆에 더 큰 연병장을 새로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양쪽 

가장자리에 관중석을 만들 커다란 돌을 나르는 작업이다.   그동안 앉아서 잡담이나 

하던 잡초뽑기작업이랑은 차원이 틀렸다.  한사람당 하나씩 커다란 쌀푸대가 주어졌고 

그걸로 채석장에 가서 커다란 돌을 넣어 연병장까지 나르는 작업이었다. 

오전내내 죽도록 했다.  돌은 날라도 날라도 끝이 없었고, 손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한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이 타들어가도 멈출수도 

없었다.   

" 이제그만!  식사집합 ! " 

식사집합을 외치는 조교가 천사로 보였다. 

행여나 밥 한톨, 물 한방울이라도 흘릴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점심식사를 하느도중 

또 조교가 외쳤다. 

" 그만..! 작업집합 ! " -_- 

조교가 악마로 보였다. 

오후에도 내내 작업을 했다. 

훈련도 한시간 교육하면 10분휴식이 있다는데 이놈의 작업은 단 10초간의 휴식도 

없었고 단 한마디의 잡담도 할수가 없었다.   정말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땡볕 때문에 이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사과장수였나? 

우리도 쓰지도 못할 연병장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한다니..  나도 

모르는새 나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가고있었다.  원래 새로 생긴 

부대같은데 배치 받으면 엄청 고생을 한다.  작업이 하루도 그칠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사제서 노가다라도 해볼걸 하는 생각마져 든다.  입대전 내가 해본 

아르바이트라곤 롯데리아, 신문배달, 카페서빙, 뿐이었다. 

시간은 지독시리 안가고, 바위는 점점 더 무거워 지는거 같고, 손은 뽕맞은 듯이 

벌벌 떨린다.  하루종일 내가 한 말이라곤 혼자 투덜거린 말뿐이다. 

" 에이 쓰벌, 월급 8천원 남짓 받으며서 이렇게 힘든 노가다를 시키다니.. 

  일당 겨우 290원정도 받는셈이쟎아? " 

" 그냥 트럭으로 몇번만 나르면 이런 많은 인력낭비를 안해도 될텐데......" 

" 우리가 무슨 지치지도 않는 로보캅인가? 제길.." 

내 불평은 작업처럼 한도 끝도 없었다. 




<27> 사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군화도 닦고, 속옷 빨래도 했다.  근데 이놈의 빨래는 왜 이리도  힘든지.... 

그리고 왜 이리  해도해도 끝이 없는지..... 아마 세탁기란게 안 나왔으면 우리나라 

여자들, 제명에 못살았으리라.  어머님이 하루종일 빨래하시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오늘 입을옷인데 안 빨아놨다고 어머님께 고래고래 소리를 치던 

철없던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나오려한다. 


' 덜커덩...' 하고 캔이 떨어지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수가..... 얼른 사이다를 집어서 

마개를 여는순간............펑!   거품이 샴페인 솟아 오르듯 튀어 나온다. 

" 으윽......이거 뭐야? "      겨우 사태를 수습했지만 남아있는 것은 겨우 반 

정도뿐이었다.  그거라도 먹겠다고 입에 대고 벌컥벌컥 마시는 순간...... 

" 어?  이거 사이다 맞어? " 

사이다가 하루종일 햇볕을 받아서 그런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던 거다.   

정말 허무하다.  몇배를 지불하고서라도 시원한 음료수 한 번 먹어봤으면...흑흑 

하지만 그나마 동전이 없어서 못 사먹는 훈련병들이 침을질질 흘리며 구경만 하고 

있는걸 보고 그래도 난 행복한 놈이라고 자위하며 씁쓸히 웃을수밖에 없었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음껏 들이킬수있는 사제인이었을때가 너무 그립다.




-다음에 계속...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