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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담그면 물이 몸의 연장선 같았다
게시물ID : readers_33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빠아빠손자
추천 : 3
조회수 : 48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2/24 00: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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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바닷가 벼랑 끝 누군가 꽂고 간 바람개비처럼 살았다
내려다보인 갯바위엔 빨간 국화문이 오목하게 새겨져 있었다
내 영혼의 모습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있었고, 바람이 준 것만 받아먹었다.

눈알 부신 파아란 수평선
흰 뱀이 쏴아 모래톱 치대는 울림
외딴섬 물그림자를 사랑한 고래 숨 파공음에
화들짝 산개하는 철새 떼, 총성이 유전자에 각인된 걸까?
어머니신 바다 주름살 간격에 채워지는 윤슬의 미백
만조가 찬다. 하혈은 물에 풀려도 멀게지지 않았다
노을이 산통으로 보인 탓은
만삭의 과부가 옥토끼를 낳을 터이긴 밤
음기가 탱천하고 달빛 아래서만 드러나는 조개
펄을 모아 진주 만드는 무지개색 압력
진흙 속 진주와 칠흑 속 만월이 상통한다
밤새 꽃이 되었던 뭇별의 향기
혜성 충돌을 담은 눈초리
미증유의 운석우가 퐁당퐁당
가루로 변하는 꿈속 세계와 동시에 조립되는 벽지 곰팡이
끔벅끔벅 천장에서 이마까지 깃털 하나가 아련한 잔상으로 사라져

내 육체의 모습은 납작한 고독 속에서 무게가 있는 어둠을 받아먹었다.
배를 가르면 흑진주가 있을 것이다. 모르핀 향 짙은.
신경계가 마비된 후 찾아오는 탈력, 물처럼 마디를 알 수 없는 몸의 느낌에서 겨우 건져진 손가락 끝
바람이 부는 쪽을 상상한다

아픈 게 없으면 욕심 없이 살고 싶었다
그저 하늘 아래 있는 것만으로 제구실 하는
바람개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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