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안의 슬픔」 - 이광재
어떤 죽음은 슬프고
어떤 죽음은 슬프지 않고
또 어떤 죽음은 반나절짜리인데
또 어떤 죽음은 한 달짜리다
죽음에도 값이 있어서
죽음에도 값을 매겨서
산 자는 가슴도 지갑 속에서 꺼낸다
안다,
슬픔은 추슬러야 하는 것이고
일상은 돌아가야 하는 곳이며
산 자에겐 산 자의 땅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산다는 일은 그저 하루하루를 온전하게 만드는 일일까
죽음은 떠나는 것이고 삶은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이 떠나는 것이고 죽음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한 자리가 문득 허전했다
들고 났기 때문이 아니라
하루가 짧다며
가슴 안쪽 주머니 속에서 가용한 슬픔 몇 장을 꺼내
그 값을 다 치러 버린 탓이었다
(2018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