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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333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10
조회수 : 75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3/11/06 13:20:12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42> 비상식량.
군인이 지켜야 할 규정중에는 별 이상한게 다 있다.
물론 군대에선 중요한 규정일지는 몰라도.... 그중 취식물에 관한 규정중에
' 그날 사거나, 배급받은 취식물은 그날 다 먹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즉, 먹다 남긴 것은 몰래 짱박으면(숨겨두면) 안되고 버리거나 그날 다 먹어야
한다는것이다. 아마 내 생각엔 쥐가 들끓는다고 이런 규정이 생긴게 아닌가 싶다.
그날은 PX에서 너무 많은 과자를 사온 탓에 다 먹어치우질 못했다.
▩ 논산에서는 개인적으로 PX에 갈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소대대표 한명이 쿠폰을
거두어가서 똑같은 종류의 음식물들을 왕창 사온다.
음료수와 빵, 아이스크림과 비스켓이 주류다 ▦
그래서 틴틴크래카는 먹지 않고 군화속에다 짱박아 놓았다.
물론 난 바보가 아니기에......아무도 안보는틈을 타서 재빨리 숨겨놓은 것은
당연한일..
근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그게 없어진거다. 세상에.....이런 썩을놈들이 있나..
분명히 범인은 불침번들중에 한명이겠지만 난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별의별 물건들을 다 도둑맞아 봤지만 오늘처럼 과자를 도둑맞았을때처럼 슬펐(?)던
날이 없었다. 근데 이걸 하소연 할 수 있는 날이 왔다.
하루는 박하사가 모두를 내무반에 불러모으더니 훈련소에서 느낀점이나 하고픈 말을
한마디씩 해보라고 한다.
" 취침시간을 늘려 주면 좋겠습니다."........씨알도 안먹히는소리.
" 모르던 녀석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참 잼있습니다 " ........정신나간녀석.
" 때를 벗길수 있도록 뜨거운물로 목욕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맞아죽고싶어 환장한 녀석.
내 차례가 오자 나는 웃으면서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 전 훈련소에 와서 별의별 것을 다 도둑 맞아 봤습니다. 치약, 치솔, 구두솔,
숟가락, 바늘, 우표, 팬티......하지만 며칠전 처럼 슬펐던 경우가 없었습니다.
과자를 도둑 맞았던 겁니다. 훔쳐간것도 괘씸하지만 군화속에 숨겨둔걸 어찌알고
가져 갔는지..정말 신기합니다. 여러분. 제발 과자만큼은 훔쳐 가지 마세요...."
애들이 마구 웃고 난리였다. 박하사도 웃었다.
" 푸하하하.....무슨물건을 그리 많이 도둑 맞았냐? ...하하.....근데 과자까지?
음............아니 이것들이 취식물을 짱박는단 말야? ./ "
" 울컥 "
" 오늘 점호부턴 취식물 검열할테니 그리 알아 "
" 윽...."
하사가 나가자 모두들 무서운 얼굴로 나를 째려본다. 헉!.~~~
그뒤로 애들은 나 때문에 일석점호전까지 억지로 과자,빵,음료수 등을 다
먹어치운다고 고생을 많이했다. 과자나 빵을 질리도록 먹어본적이 있는가?
그것도 시간내에 다 못먹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안고서 먹어 본적이 있는가?
이건 정말 얼차려였다 얼차려...
<43> 군대귀신.
군대에는 귀신이 많다. 귀신얘기가 많은게 아니라 귀신이 많다는거다. --;
워낙 죽은사람도 많은 장소이고, 또 인적이 드문곳이라........전방일수록,
그리고 산속의 부대일수록 귀신은 군인보다 더 설치고 다닌다. -_-;
훈련소에 갑자기 귀신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9월초라 아직 더운 늦여름인데다가 야간 근무를 많이 서는 관계로 생긴 이야기
들일게다.. 물론 신빙성있는....아니 있어보이는 얘기도 많았다.
그 당시 한창 떠돌던 얘기는 외곽쪽 불침번을 서고 온 애들이 하는 얘기였다.
외곽불침번은 훈련병 3명과 조교 1명이 같이 갔다온다. 논산의 밤은 불빛이 전혀
없어서 그야말로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다... 후랏쉬가 없으면 정말 한치 앞도
안보인다. 그로인해 별빛은 상대적으로 더더욱 반짝거린다. ☆ ★ ☆
외곽 불침번을 서고온 세명은 어제 본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두들 내무반에 모여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 기간병과 26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갑자기 기간병이 옛날얘기를 해주는거야..."
" 무슨얘기인데? "
기간병이 해준 얘기란 초소옆에 있는 한 외곽 화장실에서 자살한 훈련병 얘기였다.
한 훈련병이 저녁 점호때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기간병이 총출동하여 찾아 다녔다고
한다. 암만 찾아도 없어서 탈영을 했나부다..하고 생각하던중 한 기간병이 숲속에
떨어진 외곽 화장실에 가보았는데 문을 열자마자 뭔가가 '툭' 하고 머리에 부딪치길래
소스라치게 놀라며 살펴보니 사라진 훈련병이 판쵸우의 끈으로 목을 매달아
죽어있었다는거다. 그 화장실의 위치는 낮에도 좀 어둑어둑하고 음산한 그런 숲에
있었는데 훈련병이 자살 하고는 아무도 그곳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 으흐흐........하필 그런곳에서 자살을....."
우리들이 말을 도중에 끊자 그녀석들은 더더욱 끔찍한 얘기를 해주었다.
" 얘기는 지금부터야....그 얘기를 듣고 우린 바짝 쫄아서 그 화장실이 있는쪽은
쳐다보지도 못했지....근데.....어제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쌀쌀한 새벽이었어.
좌 경계총을 하고 초소근무를 서고 있는도중...... 어디선가 우리 초소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거야.."
" 히익....그래서? "
" 저벅, 저벅, ....저벅.. 우리들은 잔뜩 쫄아서 소리나는 쪽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어. 물론 기간병도 벌벌 떨더군...소리가 나는쪽이 바로 그 훈련병이 자살한
화장실쪽이었던거야..."
" 으으으으..... "
" 근데 갑자기 우리앞쪽에 나타난 형체는............"
" 형체는? "
" 목없는 훈련병이 완전군장을 하고 사박거리며 걸어오고 있더라구.."
" 꺄악......"
갑자기 소름이 확..돋는다.
" 그래서 우리들이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그 귀신은 우리쪽을
한 번 휙....하고 째려보더니 계속 가던길을 저벅저벅..하면서 가더라구.......
얼마나 떨리고 오금이 저리든지 몸이 그대로 굳어져서 한동안 아무도 말도 못했어 "
그들은 못 믿겠으면 기간병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호원장담을 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허황된 얘기같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훈련병들이 그 얘기를 믿었다.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 3명에게 따로 질문을 해봤는데 각각의 상황설명이
정확히 일치 하길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영이란 녀석이 그들에게 물었다.
" 음...정말인가 보군....야 근데 궁금한게 한가지 있어...그 목없는 훈련병이
어떻게 니들을 휙하고.. 째려봤냐? 목은 없어도 눈은 있었나보지? "
" ............-_-; "
그 질문에 녀석들이 당황하였다.
" 아 그야...뭐....얼굴이 아니라 몸을 홱...돌려서 봤다는거지 뭐..."
" 음.........수상하다 "
쩔쩔매는 녀석들을 보니 귀신얘기는 거짓말 같았지만 내가 불침번서러 갈때는 웬지
자꾸 그얘기가 생각이 나서 근무를 제대로 설수가 없었다.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근무였는데(외곽 불침번은 2시간임)근처에서 돼지를 키우는지
돼지 냄새가 진동을 했다. 게다가 모기가 얼마나 많은지 군발이들의 뻥을 좀 보탠
일명 '군화도 뚫는다는 모기'가 좌경계총을 한 내 팔뚝을 엄청 물어댄다.
수시로 우경계총과 좌경계총을 교대했지만 모기는 막무가내로 물어댄다. 그러다보니
이윽고 날이 밝아왔다. 쌔까맣게만 보이던 담너머의 풍경이 차차 밝아옴에 따라
사제집들과 논,밭이 보였다. 겨우 담하나 사이를 두고 생활이 이리도 틀리다니....
입대전엔 군에서 자살하거나 탈영하는 녀석들이 그렇게 바보같고 어리석게 보일수가
없었지만 이젠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때는 나도 탈영계획을 세워볼 정도였으니...
모든게 한순간의 생각차이에서 오는 실수겠지...
' 터널은 끝이 있기에 그 어둠을 사랑할 수가 있다 ' 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 제대하는날까지 꿋꿋히 한번 견뎌 보자...
<44> PRI
또 하루가 밝았다.
논산에 온지도 이젠 2주째를 맞이했다. 시간이 왜이리도 안갈까?
사제에 있을때는 휴가나오는 형들이 금방 금방 휴가 나왔다가 제대하던데......
휴가나온 친구나 형들에게 " 어? 또 나왔어? 햐..정말 자주도 나온다.." 라고
했을때 날 죽일 듯이 쳐다보는 그들의 눈빛을 이제야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PRI(Prelimitary rifle instruction: 사격술 예비 훈련)를 하는날이다.
PRI는 일명 P(피)가 나고 R(알)이 배기고 I(이)가 갈리는 훈련이라고들 한다.
( 쓸때없는거 만들어내는데는 그저 군인이 최고다......크크 )
무슨 훈련이든 다 그렇지만 이 사격훈련만큼 그 과정이 지루한게 또 없다.
총 몇번 쏠거 가지고 일주일을 넘게 사격예비훈련을 하는거다. 가장 위험한 훈련이기
때문에 주의를 철저히 하는것일게다. 첨엔 엎드려서 쏘는 자세를 배웠다.
엎드려서 숨을 들이쉬고서 2/3만 내쉬고 숨을 멈춘다. 그리고 다리를 옆으로 쫙...
펴고 목표물에 총을 겨눈다. 그리고 가늠쇠(총구 끝에 달린 조그만 쇠)와
가늠자(총열 중간에 있는 동그란 목표물 조준용 쇠)를 일치시킨다.
새총쏠때 목표물과 Y자 중간에 돌멩이를 겨냥하는거랑 별반 틀릴게 없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아주 살짝 누르면 된다. 조교의 설명이 잼있다.
" 그러니깐...방아쇠는 애인의 가슴을 만지듯이 부드럽게 다루란 말이다..알았나? "
" 예...알겠습니다.^_^ "
그때 영화배우 이대근과 외모와 말투가 똑같다고 별명이 대근이가 된 녀석이
한마디했다.
" 지는 아직 한번도 안 만져 봤는데 어째야 합니꺼? "
" 푸하하...."
모두 엎드려서 폭소를 터뜨렸다. 조교가 즉시 대답해 주었다.
" 그럼 사제 나가서 애인가슴 만질 때 방아쇠 다루듯이 하면 된다 -_-"
오잉? 말되네.... 암튼 그 정도로 부드럽고 살며시 누르란 거겠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 음........여군들 사격훈련 받을때는 조교가 뭐라고 가르칠까?
설마...남자의......? 으히히히 '
<44> 바둑알훈련.
엎드려 쏴 자세 훈련이 끝나자 이번엔 바둑알 훈련이란걸 한다.
두명씩 짝을 지어 한명이 엎드려서 총열 중간에 또는 총열 끝에다가 바둑알을 1개
올려놓는다. 그리고 엎드린 사수(射手)는 앞서 배운대로 방아쇠를 살짝이....쏜다.
거의 대부분이 처음에는 진동으로 인하여 바둑알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호흡도 중지하고 몸을 전혀 움직여서는 안되는거다. 오직 검지손가락 하나만
움직여야 한다. 사격시 총열이 조금만 움직여도 명중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는
바둑알 훈련..
● ┛이렇게 총끝에 바둑알을 올려놓는다.
────────────┐
────────────┘
흔들~흔들.
처음엔 어려웠는데 차츰 해 가는동안에 모두들 바둑알을 떨어뜨리지
않을수가 있었다. 노력과 훈련의 결실이라구? 천만의 말씀.........
군대는 제대하는 그날까지 요령과 잔머리를 굴리지 아니 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약아빠진 애들은 이훈련을 좀 하고나더니 바둑알을 땅바닥에 대고 쓱싹쓱싹 갈아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바둑알을 평평하게 만들고는 연습을 한다. 재수 좋으면 앞서간
훈련병들이 이미 갈아놓은 바둑알을 배당받아서 이런 수고 마저 할필요가 없게
되지만...
사격연습을 하다가 총구멍을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상상외로 총구멍이 작다.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총구멍의 지름은 약 1cm정도였다. 이런구멍에서 나온
총알이 사람을 죽이다니....캬....신기하다. 어차피 탄피(彈皮)는 팅겨져 나가고
통과하는 것은 총알뿐이니 그 구멍이 작은 것은 그리 신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콩알만한 물질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을 단번에 죽인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했다.
총알은 그냥 발사되어 나가는게 아니라 총열 내부의 무늬결때문에 360도 회전을
하면서 날아간다는 것은 동네꼬마도 아는 사실..(정말 알까? ^^;)
그래서 총맞은 시체를 보면 앞엔 콩알만한 상처가 있어도 뒤쪽엔 엄청나게 큰
상처가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하여튼 이 훈련을 하게되면 팔꿈치가 다 까진다. 하루종일 엎드려 있는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여름이라 소매를 모두 걷었기에 팔꿈치는 더더욱 쓰리고
아팠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요령이 생긴다.
소매를 팔꿈치에 딱 맞게 걷어서 훈련하는놈, 모래로 푹신푹신한 언덕을 두개
만들어서 그곳에 두팔꿈치를 대고 훈련하는놈, 휴지를 팔꿈치에 받치는놈....등등.
요령도 참 다양했다. 군인의 잔머리여......영원하여라......
*아래는 15-1 유머입니다.
-군대 못 간 사연
지금 AFKN에서 월드씨리즈를 재방송 해주고 있다.
언제나 이렇게 팝콘과 프로야구로 얼룩(?)지는 나의 주말이 비록 원망스럽긴
하지만, 야구란 언제보아도 감칠맛나는 스포츠가 아닐수 없다.
아직도 광적인 야구팬인 나는 씨즌중 한가한 주말이면 꼭 야구장에 다녀오곤
하니까.. 예전에 잠시 연애를 하던때를 제외하고는 스포츠신문을 정독하여
그날의 경기결과를 숙지(?)하는게 하루일과의 가장 큰 관심사 였으니 말이다.
내친구 녀석들도 예외는 아니여서 "메이저리그" 라는 영화에 나오는
찰리쉰의 조금은 황당스러운 3명의 열성팬을 생각한다면 야구장에간
윤지원과 그 일당들에 관한 이미지엔 큰 무리는 없을듯 하다..^^
내가 국민학생이었을땐 몸이 무척 약골이었나보다.
맨날 얻어터지고 병든 병아리처럼 골골~ 거리는데다 잔병치레도 많이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귀하게 키워놨더니 맨날 바깥에서 동네북처럼 이리저리
채이는걸 보시고는 무척이나 가슴아퍼하시던 우리 부모님이 태권도장에도
보내보고 어린이회관에서 하던 검도교실에도 보내보고 그러셨었는데
내가 한 일주일쯤 나가면 항상 재미없고 하기싫다고 짜증을 부려 매번
부모님의 기대를 무위로 돌렸던 기억이 나곤 한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넌 도대체 뭘하고 싶니?"하고 물어보시면 난 서슴없이
"야구요!" 하고 대답했었단다.. 사실 나도 그때 내가 왜 그런 대답을
하게되었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으며 그당시 출범했던 프로야구열풍에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는 멋진 유니폼의 남자들이 막연히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밖에는...
그래서 유머틱 하게도 나는 4학년 2학기때부터 야구부가 되어버린거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공찾으러 다니는 볼보이에 물주전자 당번!..
그래도 난 항상 재미있어 했었던걸로 기억하고 있다.
월,수,금요일날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연습을 하고는 했엇는데 난 뭐가 제일
좋았냐하면 알루미늄 베트에 공이 맞을때 나는 "까앙~"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으면 그시절 어린마음에도 가슴이 확! 뚫리는거 같은 그런 기분..^^
프리배팅때도 난 공이 얼마나 멀리나가냐 그것보다도 얼마나 예쁘고 깔끔한
"깡~" 소리가 나는지 그게 제일 관심사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내가 6학년이 되었을쯤 나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제법 실력있는 어린이로 감독님눈에 들어 주전으로 공식시합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그때 같이 야구하던 친구들은 지금 유명해진 친구들이 꽤 많다.
LG트윈즈의 유지현은 내 2년 후배였으며 올해 스카우트 대어로 떠오른
국가대표 출신인 곽현희란 녀석은 몸집이 쪼끔한데도(아직도 나보다 작다^^)
어찌나 공을 맵고 빨리 던지던지.. 난 손도 못대던 기억이나곤 한다.
그녀석 말고도 고규남(투수) 제준석(포수)등등 지금 프로야구단에서 "X억!"
줄테니 오라고 하는 일찌감치 재벌이 되버린 친구들을 보며 연봉
천오백만원짜리 수학선생에 만족하고 있는 날 보면 왠지 한숨이 나는건..
내가 돈맛을 이미 알아버린 탓인지도..^^
아참 다시 내얘기로 돌아가서 난 6번 때로는 5번타자 였고 포지션은
외야의 좌익수였다. 비록 리틀야구 였지만 원바운드로 홈까지 빨랫줄같은
송구를 하는 나를 여러 중학교 감독들이 탐(?)내었다는 확인되지않은 후문이
있다. ^^;
난 어땠엇냐구..? 글쎄?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어린 야구천재! 소리는 비록
못들었지만 가끔 우리팀이 우승이라도 할땐 [소년동아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난
사진의 그 구석탱이 어디쯤엔 내얼굴이 항상 끼여있었던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난 평소엔 그저그런 평범한 선수였었는데 꼭
내앞에 주자가 나가서 스코어링 포지션이되면 팔자에도 없는 안타를 펑펑~
날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지원인 왜 그렇게 챤스때만 안타를 치니?" 하고 물어보면
난 눈을 똥그랗게 뜨고 " 앞에 암도 없음 김빠지잖아요~" 하고 대답하곤
해서 딴사람들을 한참 어안이 벙벙하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끔 떠올라
미소짓고는 한다.
그렇게 점점 야구에 재미를 느껴가며 스타(?)가 되어가던 어느 10월의
서울시장기 대회였걸로 기억된다. 내가 다니던 성동국민학교는 그당시에는
무적이었던 충암국교(박찬호 모교인 공주국민학교와 충암은 그때 리틀야구계의
괴물같은 존재였다)를 맞아 지금 동국대옆 장충동의 리틀야구 전용구장에서
4강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6-4로 뒤지는 4회말에 내가 역전 2루타를 터뜨렸고..
난 아직도 그때의 손맛-공이 배트에 맞을때 느껴지는 찌르르~ 하는 느낌과
내생에 최고로 예쁘게 "깡!"소리를 만들어냈던 기억을 아직도 선명히
회상할수 있다.
멋지게 2루에 슬라이딩 세잎~ 을 하고 헬멧을 벗어 흔들며 본부석의 엄마에게
의기양양해 하던 그기분..^^
"오늘 이기면 교감선생님이 또 불고기 파티 열어 주시겠구나" 하던 생각..
응원나와있던 (4강전에 올라오면 5,6학년과 밴드부는 오후수업 빼고
스쿨버스타고 응원을 온다) 친구들이 내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던 순간 난 그
이후로 10여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그토록 영웅이 되었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린 야구천재였던 그 순간을 말이다.
...우습죠?
그때의 기억들이 오늘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천천히 기억속에 다시 흘러가는건
지금 TV에 나오는 저 야구장면 때문일까?
그땐 6회초였던거 같다.
"깡~" 소리가 나면서 내앞으로 굴러오던 평범한 땅볼이 있었다.
빠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노크할때 아주 많이 잡아봤던 그런 볼이었다..
거의 잡으려는 찰라~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팍~ 하고 튀어 오르고 왼쪽눈
언저리가 화끈 했었고.. 잠시 주춤거린 나는 다시 공을 재빨리 집어 3루수에게
던져주고는 습관처럼 공맞은 자리를 글러브로 쓰윽~ 딱았을때 뭔가 끈적하고
빨간게 묻어나고 있더군.. 그때 까지만 해도 난 뭔지 잘 몰랐다..
연습(노크볼) 할때도 공 맞는건 다반사였지만 다친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눈이 잘 안보였었던것 같고.. 입안으로 비릿한 액체가 흘러들어왔을때쯤
감독님이 뛰어오셨고.. 그뒤로는 엄마랑 누나들이 막 울던 생각밖엔 나지않는다
다친건 무서웠지만 아프지는 않았던걸로 기억이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정신은 멀쩡했었구.. 장충정형외과인가?에 갔다가 다시
이대부속병원으로 가서 뭔지 모르지만 수술을 받았구 덕분에 난 열흘쯤 푸욱~
쉬었고 그때 누나들과 부모님이 많이 슬퍼하셨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병원에 있을때 친구들이 많이 문병을 왔었고 학교도 안가고 내가
좋아하던 만화책이랑 과자,초콜렛 같은걸 아버지가 매일매일 배터질 많큼
사다주셔서 정말 좋았던 기억빼고는..
눈에 안대를 풀던날 난 내얼굴이 혹시나 영화에서 보던 헐크처럼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눈밑에 바늘자국이 난거
빼고는 예전처럼 이쁘(?)더라구..
그래서 난 걱정 없었는데 엄마가 택시안에서 우시는걸 보고..
' 내가 뭔가 심각한 잘못을 했구나.'는걸 어린마음에도 조금은 짐작할수 있지..
그뒤로는 내 글러브도 베트도 모두 아버지께서 내다 버리셨고..
그리고 난 다신 운동장에 서보지 못했으며 뺑뺑이 추첨을 받아 원래
스카웃되기로 했던 배재중학대신 광진중학교에 들어가고..
그래서 정신없이 살아 문득 뒤를 돌아보니 바로 여기까지 흘러와 있었던 거다.
왼쪽눈이 잘 안보이긴 하지만 난 별로 불편을 느끼진 않는다.
가끔 술이 한잔 들어가면 거리를 잘 못맞춰(한쪽눈으로만 보면 원근감각이
없다^^) 남의 잔 대신 엉뚱한 곳(?)에 술을 따르는일 빼곤 ..
이렇게 나는 '수정체중벽결손증' 이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군 면제판정을
받고 스믈넷이란 나이에 민방위 훈련을 가야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긴 눈이 하나쯤 안보이는건 큰 흠이 아닌듯 싶다..
요즘 세상엔 두눈 시퍼렇게 뜨고도 사람구실 못하는 사람이 신문을 펴도
TV를 켜도 너무나 쉽게 눈에 띄는 시절이니까..
왼손으로는 화장실 뒷처리(?)를 비롯한 더러운것만 만지고 신성한 오른손으론
깨끗하고 성스러운 일만하는 인도사람들처럼 어쩌면 신께서 내게 세상의
나쁜 것, 악한것을 보고 배울수 있는 한쪽눈을 회수하는 축복(?)을 내리신거라
생각하면 그야말로 흐뭇한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놓쳐버린 기차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처럼..
아직도 못이룬 유년의 꿈에 더 미련을 가질 나이는 지났건만 가끔씩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 오는건 아직 내가 어른이 덜된 탓인거 같다..
혹시 이글을 읽게되는 사람은 몇년쯤 후에 스포츠신문을 부지런히 사보기
바란다.
만화에 나오는 외팔이 야구선수쯤은 못되더라도 어쩌면 외눈박이 야구선수의
인간승리에 관한 기사가 실리게 될지도 ...^^
나우누리...... 밝게큰나(윤지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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