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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PORT (김경주 산문집/ 랜덤하우스)[독후감]
게시물ID : readers_3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F*any
추천 : 0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8/11 06:22:28

PASSPORT from gobi to siberia
글 김경주 / 사진 전소연[티양(teeyang)]

    자신에게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책을 만나기 전의 일이 하나의 복선으로 여겨지거나 후의 어떤 일을 겪고 나서 책이 하나의 복선으로 다가온다. 설령 매우 사소한 사건이라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을 만난 다는 것은 삶을 좀더 특별한 것으로 유지 시켜준다는 점에서 소중 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집기 하루 전, 치기로 여권없이 로마까지 갔다는 유럽 소년의 기사를 읽었다. 나는 자주 떠나는 상상을 하지만 그 소년 처럼 훌쩍 떠날 수 있는 치기는 없다. 떠나는 데 있어서 소년에게 치기가 있었다면, 나에겐 무엇이 필요할 까 고민하는데 'passport'란 이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passport' 아래, 반절의 크기로 적혀진 'from gobi to siberia'를 보지 못했더라도(나는 주의력이 부족한 건지 바로 보지 못하고 반절을 읽고 난 후에야 봤다.) 제목만 보면 이 책 속에는 여행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원래 이 제목으로 하고 싶었다 밝힌 '배낭여행자의 인형극'이 제목이 되지 못하고, 패스포트가 제목이 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행에 사진을 빼 놓을 수 없는 듯, 이 책 또한 글과 사진이 함께 한다.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사진과 함께 해서 그런지 그렇게 많은 텍스트가 들어있지는 않아 빠르게 읽힌다. 누군가는 내용이 없다는 말로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시인임을 밝힌다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책은 분명한 산문집이지만 때때로 운문을 느낄 수 있고 어느 문장 하나 버릴 수 없다. 


    책을 읽다보면 글자의 색이 변할 때가 있다. 대게는 초록이지만 파랑이나 주황으로 한 문장, 몇 줄에 걸쳐 이뤄진 그 변화는 무언가 깊은 의미가 있을 거란 기대감과 함께 다시 한 번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상상을 하면서 작가를 더 알아가는 것 같아 초록 줄이 나올 때마다 설렜다. 


    고비의 황량한 사막과 러시아 도시의 사진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곳의 쓸쓸한 바람을 담아 어색하지 않았다. 사진은 글 중간에 몇 장에 걸쳐 있기도 하고, 사진 위에 글이 써져 있는 경우도 있다. 비행기 창가에서 날개를 바라보는 사진 부터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사진 까지, 사진들은 작가의 시선을 보여 주면서도 마치 다른 한편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사진가의 이름이 표지에 작가와 함께 있지 않았다는 건 이 책에 유일한 아쉬운 점이었다. 


    책을 펼치고 작가가 아직 고비사막에 있을 때에는, 도서관까지 오느라 땀흘리던 몸이 시베리아 까지 오는 동안 식혀져 있었다. 실상은 에어컨에 식혀진 것 뿐이지만, 이런 계절에 이 책을 집었다는 것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는 바로 서점을 향했다. 여권을 신청하기 위해서. 하지만 여권의 운명이 그러한지 'passport'의 유효기간도 상실된지 오래였다. 직원은 신청해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면서 나에게 포기하라 권했다. 직원의 말대로 포기할까 했지만, 일단 신청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하고 힘없이 돌아왔다. 내 책상에 여권하나 꽃지 못할 줄 몰랐으니 실망감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된 나 자신을 책망도 했다. 이것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상상만 했던 결과물이다. 갑작스럽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인 치기가 없다면 준비라도 철저히 했어야했다.
    후회되지 않는 삶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준비된 것은 없지만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전 무엇을 준비 해야 할까. 지도, 여비, 옷가지, 펜, 공책, 사진기 .. 종류나 그 양은 달라도 한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국외, 국내를 결정짓는 것은 여권 뿐일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으나 아직 나에겐 여권이 발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내를 갈 수 밖에. 다행히 나에겐 국내에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때가 언제 일지 모르지만, 여권이 발급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떠돌아 다녀도 좋을 것 같다.

 



끝이 엉성하네요 ;;;
예술 게시판에서 돌아다니며 김경주 시인의 이름을 들었었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소개하는 란에는 야설작가, 대필작가, 극작가 라는 말이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항상 붙더군요.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이후에 김경주 시인의 글을 보게 된다면 다른 시집이나 극장에서가 아닐까 했는데
뜻밖의 산문집이라 수신인 불명의 선물처럼 반가웠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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