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잖아요. 지금은 과거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과 기술력으로 ‘망한 부자’처럼 버티는 거예요.”
참여정부시절 ‘IT839’ 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28일 ‘한국 IT의 현주소’를 이같이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IT관련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분해되고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IT산업이 건설·자동차·조선 등 이른바 ‘굴뚝 산업’보다 가치없는산업으로인식되는 등 IT강국의 위상이 몰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경영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니트(EIU)는 한국 IT산업의 경쟁력이 2007년 3위에서 2008년8위, 2009년에는 16위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또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총무성이 선진국 IT인프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했다.
‘무어의 법칙’을 누르고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년마다 갑절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 같은 한국 IT 신화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1990년대 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해 놓고도 애플의 ‘아이팟’에 시장을 뺐겼던 것처럼 신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제대로 엮어내는 콘텐츠 부족으로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가속화된 한국 IT의 몰락은 첫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000년과 2001년 일본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우정성을 해체하고 IT와 관련된 기능을 총무성, 문화성, 경제산업성 등으로 쪼갠 것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 실책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IT 하나 갖고는 먹고 살 수 없으니 굴뚝 산업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창출하자며 ‘뉴 IT’를 주창했다. 컨버전스(융·복합)라는 명분 아래 IT를 굴뚝산업의 하위 산업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예산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추경예산 중 IT 관련 예산은 4대강예산의 1%에 불과했다. 뒤늦게 정부가 IT특보를 신설하고 IT융합 등 5대 핵심 전략에 5년간 190조원을 투자키로했지만IT산업에 대한 홀대는 그대로다. 실제 5대 핵심전략은 IT산업 자체의 발전보다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더 중시하고 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IT산업에서 6개월은 다른 산업의 3년과 같은데 현 정부 들어 IT산업 홀대로 세계 시장에서 상당히 뒤처졌다”며 “이번 정부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차기 정권에서는 정통부가 아니더라도 IT부문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