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팀은 20일 1953~1962년에 태어난 50대 5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사는 지역과 직업이 달랐지만, 인터뷰에 응한 50대들은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불쌍한 세대, 투표로 존재감 드러내고 싶었다"
서울에서 투자자문업을 하는 허모(55)씨는 "50대는 이념적·정서적으로 예민하다"고 말했다. 허씨는 "우리 세대는 산업화 세대의 막내 세대로서 극빈했던 나라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갖고 있다"며 "야당은 민주화 세대는 높이 치켜세우면서 산업화 세대는 부정하고, 나라 자체까지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이모(여·52)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늘 '우리 50대는 참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50대는 진짜 불쌍한 세대예요. 50대에는 남은 게 없어요. 열심히 일했지만 손에 남은 건 없고, 쥐꼬리만큼 남은 것도 자식들한테 다 퍼줘야 하잖아요."
이씨는 "자식 세대한테도, 사회에서도 우리 50대는 그저 불쌍한 세대, 노후가 걱정되는 세대 아니냐"며 "우리 세대가 그런 처분을 받을 세대가 아니라는 걸 투표로 증명하기 위해 서로 투표하자고 진작부터 얘기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최모(52)씨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젊었을 때는 죽어라 일하다가 IMF 터져서 쥐뿔도 남은 게 없는 세대가 50대"라며 "젊은 세대가 우리를 천대하고, 세상을 갈아엎어야 한다니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도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하는 데 충분히 지분이 있는 세대잖아요.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젊은 애들이 바라는 것처럼 세상을 뒤엎을 순 없으니까…. 안정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서로 꼭 투표하자고 했어요."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여·57)씨는 "우리라고 자존심이 없어서 그렇게 박박 기어가며 이렇게 살아남은 줄 아느냐"며 "진짜 땀 흘리고 악착같이 해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안 하고 만날 대기업, 재벌 타령만 하는 모습에 질려버려서 꼭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50대, 위기감을 투표로 해소하다
무역업을 하는 임모(56)씨는 50대의 투표 열기를 '위기감' 때문이라고 했다. 임씨는 "젊은 애들은 인터넷에서 떠들어대고, 뉴스에서도 젊은 애들 얘기만 나오는데, 우리는 컴퓨터도 잘 못하지 않느냐"며 "지금 50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으니 투표로 우리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오가는 말들이 여론처럼 보이니까 그런 걸 잘 다루지 못하는 50대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 싶었던 거예요. 우리 50대 같은 경우는 안정적인 나라를 원하는데, 인터넷에서는 반대 이야기만 판을 치니까 꼭 나가서 투표해야겠다 생각한 거죠." 서울에서 임대업을 하는 김모(여·51)씨의 말이다.
중견 기업 이사인 공모(52)씨는 "다수의 국민이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내가 보고 듣는 인터넷이나 뉴스에서는 소수이면서 지나치게 목소리 큰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아 투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공씨는 "2030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걸 보고는 우리 세대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50대를 죽은 생각,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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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정희가 너무 공격적이라
2. 자식들이 반대하지만 뭔가 보여주길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