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0년 전 일입니다.
모 공군기지에 의무전대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요즘도 간혹 들리지만 낡은 비행기로 인해
해마다 한 분씩은 조종사가 추락사를 당하곤 했습니다.
우리 비행단에서도 그런 사고가 나면 출동해서 시신 수습하는게 제가 담당한 부서의 일이기도 했는데
다행히 제가 근무 할 당시는 비행기 사고가 없었어요.
하지만 수습한 사진을 보며 일주일간 밥을 제대로 못 먹은 적은 있었죠.
그리고 들리는 고참들의 이야기는 본관 위에 예전 숙소에 시신을 놓아 두곤 했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당직사관(병원은 인원이 적어 병장들이 당직사관을 했음)을 하면 거기 뒤에 가스통이 있어서 꼭 중간밸브를
확인하고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둑 고양이도 많아서 가뜩이나 긴장하고 밤에 거기 가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쭉쭉 서기도 하고
유리창에 비친 제 손전등 불빛에 흠칫 놀라기도 했었죠.
그날은 달빛도 별로 없는 밤에 무서움을 뒤로 하고 역시나 순찰을 돌고 있었죠.
근데 아무래도 건물 안이 이상한 겁니다.
문을 열면 중간이 통로고 양쪽으로 예전 침상인데 한번도 확인을 하지 않았던 그곳을 무슨생각이 들어서인지
문을 열고 들어가 본 거죠.
손전등을 비추는 데 왼쪽 침상에 버려진 침구 중에 이불이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이불이 피라미드 같이 서 있더군요.
깜깜한 밤에 그걸 보는 순간 입에서는 헉 소리와 함께 전신에 소름과 숨이 탁 막히면서 아무 생각도 안나데요.
이십여년 평생이 그날 처럼 소스라치게 놀란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겁에 질려 서 있는데 그 이불덩어리가 천천히 절 보더라구요.
튈까 말까 생각 중인데 자세히 보니 사람 얼굴이 보입니다.
누..누..누구세요?
얼떨결에 물어보니 이불 속에서 무어라 합니다.
수송대 XXX입니다.
엥? 수송대 사람이 왜 병원에 와서 그것도 안쓰는 건물에 혼자 전등불도 없는 곳에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놀란 가슴 쓸어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당시 눈병이 전국으로 확산되서 부대 안에도 환자가 많았는데 환자들은 전부 특박을 보냈대요.
그런데 수송대에서는 그 사람을 특박 안보내고 병원에 보냈는데
병원에서는 병실에 두면 다른 환자들도 옮으니까 격리를 한건대
격리 할 곳이 없으니 예전 숙소였던 곳에 혼자 둔 거지만
말이 숙소지 전기도 안들어 오는 창고 겸 시체 보관소 였거든요.
차마 당신이 있는 곳이 어떤 곳이다라는 말은 못해주고
더운 여름에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이유가 산모기가 너무 극심해서 자지도 못하고 이불 뒤집어 쓰고 있더군요.
사연이 너무 불쌍해서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어보고
배고픈거 같기에 건빵이나 챙겨주고 내려왔었죠.
듣고 나면 아무일도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오줌이 지릴 뻔한 아찔한 기억이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군생활 헤프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