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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 글 혹시 보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33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술좀먹는형님
추천 : 230
조회수 : 9352회
댓글수 : 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2/03 18:40: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03 09:31:51
가끔 아버지 오유 하시는거 보았습니다. 회원은 아니시더라구요.

무뚝뚝한 아버지께서 끌끌거리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게임이라면 가끔 고스톱도 치긴 하십니다만,  이제 내일모래 60대신 아버지께서 오유에 들어오셔서 

유머글을 읽으신다는게 제딴엔 굉장이 경이로운 광경 이지요.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래미 컴퓨터 사용하는게 미안하시나봐요.

퇴근 후, 집에 도착할 쯤이면 제방에서 나오시는 아버지.

왜 거기서 나오시냐고 물으면 스킨 로션 좀 쓰려고 그랬다며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러던 어제 저녁에 회식이라 늦게 들어간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생각보다 회식이 빨리 끝나서 집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지요.

근데, 아버지께서 어제 제방에서 늦은시각에 컴퓨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문을 열며 '아빠!!' 라고 부르자 당황하며 잽싸게 모니터를 끄십니다.

이윽고 발로 파워를 끄려고 하여 왜이러시냐며 컴퓨터 고장날까봐 겨우 말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피곤할탠데 빨리 자라 미안하다 라고 하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축처진 어깨의 뒷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무뚝뚝하신 아버지 이젠 나이가 많이 드셨지요.

외투를 벗으며 아버지께서 끄신 모니터를 다시 켰습니다. 

바탕화면에는 오유로 추정되는 싸이트가 보이며 , 

그 하단으로는 시스템 트레이에 무언가가 올라가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선택하신 파일의 다운로드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C:\Documents and Settings\MyHome\바탕 화면\어치\갈매기\조롱이\솔개\왜가리\러시아미소녀_1.avi 

저 프로그래머 에요. 

컴퓨터 8비트 때부터 만져왔구요.

폴더를 이런식으로 하셔도 저는 다 발견할 수 있구요.

경우의 수를 두셨는지, 솔개 부터는 빈폴더가 3개나 더 있네요.

아버지.

다운이 완료된 파일들은 그위치에 고대로 두었습니다. 

패킷 다되셔서 15,000 원 충천을 해두었고 아버지의 취향대로 몇개 더 다운받아 놓았습니다.

받으신거 알고보니 총 3편으로 시리즈더라고요.. 왜가리 폴더로 가시면 3개 있으니까 당황하지 마시구요.

남자끼리 왜 이러세요 아버지. 

이러시면 바탕화면이 굉장히 지져분해지잖아요. 보신 파일은 휴지통 비우기로 좀 지워주시고요.

이러지 마시고 필요한거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 주세요. 

14년전 저 중학교때, 제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친구의 비디오테입 그거 아버지가 가져가신거 다 알고있습니다.

가져가셨으면 제자리에 두셔야죠. 어린나이에 무슨 말도 못하겠구 덕분에 친구한태 욕많이 먹었습니다. 

그때, 대학학원 단과 수강료 7만원 미안해서 그 친구한태 줬어요.

앞으로 그냥 남자끼리 속시원히 말씀 주시고요.

저 지금 사무실 입니다. 

아침식사 거르고 출근하신것 같은데, 아침식사는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10년만에 목욕탕이나 같이가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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