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미국 금융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엊그제는 한국 경제에 대해 (조중동의)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아니냐는 (그러므로 부동산 규제 풀어라-_-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공황...그나마 미국은 금리 조절로 부동산 폭등을 한 차례 잠재운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20% 정도 다운되면서 안정세로 접어들었었죠. 지금은 또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공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는 커녕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아 왔습니다. 이제 좀 떨어질까 하면 규제 완화가 따라나오는 형국이었죠. 이십ㅅ...천지교님이 당선되면 앞날은 훤합니다. 하긴 누가 되든 미국발 공황 혹은 버블 붕괴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만...우리나라가 또한번 대공황을 막는 총알받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기인지우일 뿐일까요? ================================================================================================== 뷰스 앤 뉴스에서 퍼왔습니다. ================================================================================================== <뷰스 칼럼> 대선 D-100, '공황'을 아는 지도자가 없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 전의장이 며칠전 현재의 금융 상황을 87년 블랙먼데이, 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태와 비견할 만한 위기로 규정하며, 이 과정에 위기의 근원을 "낙관"과 "공포"라는 표현을 동원해 설명했다.
재임기간 십수년간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렸고 퇴임후에도 버냉키 현 미연준 의장보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큰 그린스펀이다. 당연히 세계는 화들짝 놀랐고 주가도 폭락했다.
세계경제계가 경악한 것은 그가 현 금융위기를 87년, 98년 위기와 비교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낙관"과 "공포"라는 표현 때문이다. 87년, 98년 위기도 큰 위기였다. 그러나 극복가능한 위기였다. 그러나 "낙관"과 "공포"라는 표현은 다르다. '공황적 위기'를 애둘러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황학에서는 공황의 두 얼굴을 보다 적나라하게 "탐욕"과 "공포"로 표현한다. 그린스펀은 "탐욕"을 애둘러 "낙관"이란 점잖은 수사로 표현했을 뿐, 바로 "공황"을 말한 것이다.
과거 인류가 자본주의 시절 몇차례 경험한 공황 전야의 공통점은 "탐욕의 분출"이었다. 땅값, 주식값 등이 미친듯 올랐다. 합리적 경고나 비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장참여자 모두가 밝은 면만 보려 했다. 거품이 너무 심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전망이 밝다고 해석해 주가 등 자산값이 폭등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져 금리를 내려도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폭등했다. 모든 경제학의 기본법칙이 무력화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공포"가 찾아온다. 1929년 대공황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출난 악재도 없었다. 몇몇 시장의 큰 손들이 "너무 오른 것 아니냐"며 시장에서 발을 뺐다. 삽시간에 그 소식이 알려졌다. "가만히 있다가 물리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을 사로잡았다. 묻지마 시장 탈출이 시작됐다. 누군가 외친 "불이야"라는 한마디에 삽시간에 깜깜한 극장 출구에 수많은 관객이 몰리면서 깔리고 짓밟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아무리 경비원이 "불난 게 아니다"라며 진정시키려 해도 별무소용이었다. 이것이 공황이다.
공황전문가들은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공황의 전주곡으로 풀이한다. 최근 전세계 증시, 그리고 한국 증시에서 빈번히 목격되는 현상이다.
'월가 대통령' 그린스펀의 비겁한 면피성 해명
그린스펀은 공황을 경고하면서 "인류는 절대로 거품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 책임은 없다는 전형적 면피성 발언이다.
그린스펀은 물론 지난 1,2년간 여러 차례 "거품"을 경고했다. 전세계적인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고, 중국의 "묻지마 주식 거품"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재임기간중 두가지 결정적 잘못을 했다. 하나는 과잉유동성 조장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자본에 대한 감독 기피다.
첫번째 잘못은 2001년 9.11 테러직후 범했다. 9.11 테러는 경제외적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번에 금리를 1%까지 끌어내렸다. 월가를 비롯한 전세계 자산가는 환영했으나 이때부터 부동산, 주식, 국제원자재 등 모든 분야에서 거품이 폭발적으로 양산되며 오늘날의 공황 조건이 만들어졌다.
두번째 잘못은 헤지펀드,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투기자본에 대한 감독 기피다. 그린스펀은 재임기간중 이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를 깡그리 묵살했다.
헤지펀드는 100명미만의 큰손들이 돈을 모아 투자를 하는 펀드로, 이들은 금융감독기구에 그 어떤 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다. 당연히 온갖 투기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거나 직접 헤지펀드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에 1989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 등 크고작은 헤지펀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들도 금융감독기구의 감독아래 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으나, 그린스펀은 이때마다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논리로 거부했다.
그린스펀은 또 최근 세계금융 불안의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대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브프라임의 투기행태를 우려한 미연준 이사가 그린스펀 의장시절 그에게 이들에 대한 금융감독 강화를 제안했으나 매몰차게 거부당했다.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요즘 세계경제계에서 "미스터 버블"로 불리며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그린스펀은 "세계 경제대통령"이 아닌 "월가 경제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월가의 풋내기들
며칠 전 국내의 대표적 금융-외환전문가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당연히 화제는 "공황"이었다. 모두가 금융공황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시인했다. 책임 소재를 놓고 여러 가지 진단이 나왔다. 당연히 그린스펀도 도마위에 올랐다.
월가와 자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월가 풋내기들" 책임을 거론했다.
"요즘 월가에서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모두가 2, 30대다. 겁이 없는 것은 물론, 불과 10년전에 발생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 사태가 뭔지도 모른다. 무조건 수익률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포를 모르는 월가 풋내기들이 작금의 공황적 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월가 풋내기들의 공통점은 시장만능주의자라는 사실이다. 즉 "시장은 완벽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과거 수차례 공황이 가르쳐준 교훈은 "시장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만능주의자들이 판을 쳐왔고 그결과 인류는 또다시 공황이라는 공포 앞에 떨게 된 것이다.
'대선 D-100', 한국의 비극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대선주자들은 지금 "경제대통령"을 주장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고도성장 시대, 경제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7% 성장도 하고, 일자리 5백만개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불안하다. 공황의 위기를 직감하는 후보가 아무리 둘러봐도 없기 때문이다. 자산거품의 심각성을 말하는 후보가 없다. 자산거품을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빼겠다는 위기돌파책을 말하는 후보도 없다. 모두가 "내가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뭐가 좋아진다는 얘기인가. 부동산값이 다시 오르고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인가. 금융이 뭔지, 공황이 뭔지를 아는 후보가 없다.
"공황"을 아는 지도자, 루즈벨트 같은 지도자가 보고 싶으나 지금 안보인다. 한국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