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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좇대 안나온 전국의 씨발년들에게
게시물ID : humorbest_335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neMore™
추천 : 176
조회수 : 4956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3/28 13:47:08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3/28 10:46:38
간만의 휴가 였다. 며칠만에 돌아온 집, 남편은 뭐가 그리 신나서 사무실에서 글쓰며 사는게 좋다며 나돌아 댕기고, 집에 있는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열심히 시험공부하며 직장생활하는 우리집. 마누란 그대로 서방님이라고 집에 왔다며 좋아하는 모습 보면서, 일주일에 적어도 삼일 정도는 들어가 줘야지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내 아내의 생일이었다. 못난 남편이지만, 그래도 남편 노릇 하겠다며 나름대로 준비한다 했지만, 며칠 무리했다고 맛이 갔는지 오전중에 서둘려 병원을 들러야 했다.

- 이대로 가면 맛 갑니다...와이프 과부 만들 겁니까?

의사 선생님이 내 몸 걱정을 하더니만, ‘헤딩라인 뉴스’ 만드는 곳에 있다는 말을 듣더니 눈을 번뜩이셨다.

- 담배 끊고, 술 마시지 말고, 스트레스...안받을순 없을 거 같고, 내가 급하게 먹을때 필요한 약을 좀 처방해 줄테니까 정 힘들면 그거 먹으면서 일하면 그나마 좀 괜찮을 터인데...

의사 선생님 헤딩라인 뉴스를 보셨단다...덕분에 잔소리 듣고 그럴거 없이 한달치 약과 몇가지 주의사항을 들어야 했다. 헤딩라인 뉴스와 미디어 몹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끼는 찰나였다. 돌아서 나가는 나에게 의사선생님의 한마디가 귓가에 울렸다.

-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한달치 약을 받아들고 나오는 병원, 뭐 나름대로 기분이 괜찮았다. 그리고 아내를 데리고 좀 괜찮은 일식집으로 향했다. 내 한달치 용돈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그곳에서 아내는 즐거워 했고, 나 역시 웃으며 그런 아내를 보며 좋아했다. 

에피소드 1

어제 아내는 내 품안에 잠들었다...몇주째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로선 오랜만에 가져보는 ‘제대로 된 부부’로서의 몇시간이었다.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보는 나...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순간 ‘직업의식’이 스물스물 기어올랐다. 

- 지금 SBS ‘이것이 여론이다’랑 MBC의 신강균의 ‘사실은’ 할텐데...

결국 난 TV로 향했다. 어쩔수 없는 미디어 몹의 기자 펜더라는 이름을 여기까지 와서 버릴순 없었나 보다...노회찬씨가 자민련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정당으로 말하는 걸 보면서 난 MBC와 SBS를 번갈아 돌려보며 눈이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결국 못볼걸 보게 되었다.
송만기...그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이 떠드는 말을 들어야 했다.

- 우리나라에 국모가 있습니까??

이렇게 시작한 송만기의 말을 들으면서 저 아저씨가 명성황후를 말하면서 일본을 무너뜨리자라는 선동을 하려 했는줄 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

- 고등학교도 못나온 여자를 국모로 모셔야 합니까?

난 리모콘을 떨어뜨렸다. XX년으로 자막처리된 말들...비방용 욕이라는 건 알겠는데, 앞뒤 문맥을 맞춰보니 “씨발년”이었다. 1천 5백명이 모였다는...독립신문의 신대표께서 정정당당한 “합법집회”라 말하는 그곳에서 나는 일국의 영부인을 “씨발년”이라 말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었다.(합법집회는 아니었다...그들 역시 집회신고를 내지 않았기에 말이다)

에피소드 2

이번 탄핵사태를 접하며 난 한민자 3당 야합의 치졸한 정치술수에 분개하면서도 한편으론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위급상황에서도 별무리 없이 돌아가는 이 나라의 시스템에 감탄을 하였다. 그랬다...적어도 200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정치적 풍랑 앞에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능력을 갖추었던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느낌을 뒤로 하고 난 다시 한번 절망하기도 하였다.

- 이 나라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었구나.

다른건 모르겠다. 내가 미디어 몹의 영상취재팀들과 함께 향했던 여의도에서 난 이 나라의 [보수주의자]라 자처하는 그들의 면면을 보며 절망하였다. 그들이 과연 같은 하늘아래 살아가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한눈에 봐도 교회에서 동원된 젊은이들, 성경책을 들고 흔들며 “사탄 노무현을 하나님의 십자가로 찍어 죽입시다!”라 외치는 전도사처럼 보이던 중년 아줌마, 내가 인터뷰 했던,

- 집에 가고 싶어요...여기 있기 싫어요

라고 말하던 “탄핵찬성” 피켓을 들고 있던 자칭 고려대생

그들을 뒤로하고 “과소비 추방 운동본부”부터 시작해 “반핵반김”까지 각종 어용단체를 만들어 혹세무민하며 대중을 선동하던 우익단체의 대표 노릇을 자처하던 박모씨...

그리고 독립신문의 대표 신모씨...나는 그를 볼때마다 어쩌다 젊은 사람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해야 했다. 물론 한 나라의 이념적인 스펙트럼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각각의 목소리를 높힌다는 건 건전한 사회의 올바른 현상이란 점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가 과연 [제대로 된 목소리]인가 하는 점이다. 

- 반미 친북 용공세력!!

- 적화통일의 야욕!!

-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빨갱이 노무현!!

지금이...6,70년대인가? 아니면 80년대인가? 생각해 보자 노무현이 실정을 했다거나, 통치가 미숙하다는 말은 이해하겠지만,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을 [간첩]으로 만들 정도로 북한의 대남공작이 월등하였던가? 빨갱이? 반미는 무조건 빨갱이이던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냉전]의 한가운데를 달리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고려한다 하여도 너무도 받아들이기 민망한 구호들이었다.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난 빨갱이였고, 주사파이며, 친북 용공세력이어야 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사고를 70년대에 고정시켜 놓은체 21세기에서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에피소드 2

내 아내는 대학 졸업을 못했다. 4년제 대학을 다녔지만, 가정형편상 3학년때 휴학을 하였고, 지금까지 나머지 1년 반을 채우지 못한 고졸출신 마누라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자금 빌려쓴걸 갚느라 제대로 청춘을 즐기지 못하였고, 처가의 넉넉지 않은 형편 덕분에 마음고생 몸고생 하며 여기까지 와야 했다. 겨우 만난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 녀석은 글쓰겠다며 천방지축 뛰어다니느라 역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여야 했다. 그런 아내에게 난 늘 미안해 해야 했다...

오늘 내 아내는 달게 잔 어제의 기억을 뒤로하고, “울어야 했다”
인터넷 신문에 나와 있는 송만기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내 아내가 눈물이 많은 건 알겠지만,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아내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난 눈만 껌벅였다. MBC 홈페이지를 들어가 신강균의 “사실은”을 다시보기 하려 했지만, 접속 폭주인지 열리지 않는 파일을 보며 난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만약 진짜 저걸 봤다면 나에게 사제폭탄 제조법이라도 알려달라 해서 폭탄이라도 던질 것 같던 아내...난 제일먼저 내가 정리해 놓은 사제폭탄 제조법 파일을 치워야 했다...

내 아내와 내가 권양숙 여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지난 2002 대선때 그녀를 수행했던 한 방송사의 카메라 기자와의 대화였었다. 시장 방문을 하던 권여사가 카메라 기자에게

- 아유 힘들텐데...배고프죠? 우리 이거 같이 먹어요 예? 카메라 놓고 이리 오세요

그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칼국수집 좌판에 앉더니 카메라 기자를 불러세웠다. 자연스럽게 수행비서와 카메라 기자를 불러 앉히고, 뜨끈한 칼국수 국물을 훌훌 받아 넘기는 그녀를 보며, 내 가슴까지 따뜻해졌던 그때 그모습, 아내는 그런 권양숙 여사를 보며,

- 진짜 우리 엄마 같다...

이렇게 말했었다. 정말 그녀는 우리 주변의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에피소드 3

내 아내는 오늘 분노하였다. 이 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내뱉은 그들의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한마디에 내 아내는 분노하였다. 

나 역시 내 아내의 눈물을 보며, 그들에게 분노하였다. 언제부터 영부인은 이화여대 출신이어야 했단 말인가...언제부터 대한민국 영부인은 이화여대 출신이 필요조건이 되어야 했던 것일까?

여기서 이화여대의 창립자인 김활란 여사의 친일 행각까지 말하진 않겠다.
이화여대란 타이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화여대란 이미지...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전여옥이 영부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상고출신이라 욕을 얻어먹은게 엊그제인데, 이제 그 아내되는 이에게까지 학벌의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 모여앉아 촛불집회를 하는 이들을 “용공세력” “빨갱이”라 몰아붙히는 그들...그들이 정말 못마땅 했던건 이 나라의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고, 그 아내되는 자가 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미천한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은 못배웠고, 못배웠기 때문에 빨갱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내도 빨갱이다. 그리고 난 빨갱이 남편이되는 것이다.

내 여동생은 이화여대를 졸업하였다. 다행이다. 적어도 우리집안에선 “씨발년”이라 욕먹을 여자가 한명 줄어들어서 말이다. 대신에 내 여동생과 난 “씨발년의 자식”이 되어야 한다. 우리 어머닌 대학근처에도 나오시지 못한 빈농가의 장녀로 태어나셨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해 야학을 다시셔야 했고, 열다섯 되는 해에 마산 한일합섬에 들어가 공순이 생활을 하셔야 했다. 그렇다...난 “씨발년의 자식”이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우리 자식들을 사랑하셨고, 지금의 나를 키워 내셨고, 지금의 내 여동생을 키워내셨다. 아마 내 나이또래의 대부분의 사람들...그 분들의 어머니는 이화여대를 나오시지 못했을 것이다...아니 대학 문턱에라도 들어가셨던 분들 또한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그분들 다 “씨발년”이 되는 것이다.
이 나라가 학연과 지연에 얽히고 설켜 여기까지 왔다는 것...다들 아실 것이다. 이 부분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씨발년의 자식이 이런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씨발년의 자식으로 만든 송만기와 그때모인 1천5백명이 그렇게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한나라당과 그들이 그렇게 꿈에 그리워 하며 사모하던 이회창 후보는 그런 면에선 분명 “훌륭하신 분들”일 것이다. 

많이 배우면 좋은 것이고, 많이 배워 올바른 판단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 좋은 것이다.
엘리트 주의가 무조건 나쁜건 아니다. 그래도 이 사회를 이끄는 식자층을 형성하고, 올바른 방향 제시를 한다면 그들은 분명 이 나라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꼭 필요한 자들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그들의 지식을 그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까지는 난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 우매한 백성들의 눈과귀를 가리고 바보로 만들어가는 상황까지 우리는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어제 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난 오늘 내 아내의 눈물을 보며, 이 나라의 순수한 국민들이 느끼는 그 공분(公憤)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안타까워해야 했다.

송만기와 신혜식이 그렇게 추종하는 한나라당...그들은 전여옥 대변인 같은 사람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만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의 체면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것일까? 그들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그들의 말할자유에 대해서 난 인정한다. 그들 또한 엄현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기에 말이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를 [보수]라 자처하는 꼴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부터 [보수]라 불리는 자들이 이화여대 안나온 영부인을 “씨발년”이라 불러도 될 자유를 찾았던가? 그들이 그렇게 따르고 좋아하는 전두환은 그와 닮았던 이유 하나만으로 멀쩡히 있는 탤런트를 자기 임기동안 못 나오게 만들었고, 나와도 가발을 쓰고 나와야 했다. 그들이 그렇게 따랐던 이순자는 그의 남편이 임기동안 그 촌스런 이름을 “가정부”나 “하녀”같은 저급한 역할로 쓰이게 하지 않았다...그녀의 이름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은 드라마 작가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했었던 것이다.

전두환...그는 국가원수 모독죄를 가장 많이 들고 나온 인물이었다.
그들이 여의도에서 부르짖었던 과거로의 회귀와 민주주의로의 발전은 바로 이런것이었던가?
일국의 퍼스트 레이디를 방송 카메라 앞에서 “씨발년”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수 있는 나라...그것도 단지 학벌이 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말할수 있는 나라...이런 나라가 바로 독재이며, 빨갱이가 통치하는 나라이고, 영부인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정부로 쓸수 없다고 지침을 내려 보내는 나라가 바로 [민주주의 국가]였단 말인가....

한나라당이 말하는 그 숨어있는 유권자들이 바로 이런 자들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안정된 나라, 안정속의 개혁이 바로 이런 논리하에 나아가는 것이라면, 난 이 나라에서의 삶을 포기하겠다. 이화여대를 나오지 않으면 씨발년이 되어야 하는 나라...이 나라에 이화여대를 나오지 않은 수많은 씨발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키보드 자판만 두들기는 “씨발년의 아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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