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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도 때문에 진게 아니다.
게시물ID : sisa_3351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0
조회수 : 27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22 12:51:51

대구 사람인데요, 물론 대구가 답답한건 맞지만 이번 대선 패배를 특정 동네 탓 만으로 돌릴 문제만은 아니에요.


TK20~25%, PK40%가 목표치였을텐데 그에 못 미치긴 해도 19%, 39%씩 나온건 상당히 선방한 거죠.(경북과 경남이 암울하긴 했지만 대구 20%, 부산/울산 40%는 엄청 잘 한거임)


이제야 살짝 변화가 생기려는 동네입니다. 막 걸음마 떼는 아이한테 왜 달리질 못하느냐고 욕해봤자 어쩔수가 없죠.


그리 따지자면 행정수도 이전 목숨걸고 막았던 당에다 표를 던져준 충청, 인천 빚더미에 앉혀놓고 도망간 놈을 가계부채특별위원장으로 올려놓은 당을 찍어준 인천은 그럼 뭡니까...


흥분하지들 맙시다. 어느 지역이 잘했네, 어느 지역이 못했네를 갈라 싸우지 맙시다.

서울+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배했음에도 겨우 3%차이라는 것은 영남에서의 열세를 서울 호남에서 커버해냈고 나머지 지역에서 패배했다고는 해도 그렇게 큰 표차로 완패한게 아니었다는 이야기죠. (단순히 지도에다 우세지역 색칠놀이를 해서 시뻘겋게 보일 뿐이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까지 완패는 아니었습니다) 이전 실패한 대선들에서 이정도로 많은 지역을 내줬으면 3%차이 패배 어림도 없습니다. 최소한 8%, 크게는 10몇% 넘게까지 벌어졌죠.


저는 이게 지역구도가 슬슬 깨지는 징조라고 봅니다.

이번 대선 패배는 어느 지역을 잡고 못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별 관심없던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그들의 '탈정치'가 너무 과하다 보니 '탈역사'해버리고 '탈도덕'해버린게 문제입니다. 나름대로는 공약을 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고들 있겠지만 새누리당이 여태 걸어온 행보를 보면 이번에 내 건 공약은 자기네 인생과 정 반대되는, 남의 당의 공약들을 깊이도 없이 대충 짜집기 해 입은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걸 알수 있을텐데... 게다가 민주공화정에서 독재를 옹호하는 이를 덜컥 지지해놓고 '공약으로 뽑아야지' 드립을 친다는 거 자체가 문제죠.


이번 대선 패배는 콘크리트층을 못 넘은게 아닙니다. 새누리 부동층은 약간씩이나마 점점 줄고 있어요, 연세 있으신 분들이다보니.. 묻지마 지지층이 1500만이나 되지는 않습니다. 또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를 못 넘은것도 아니에요. 지역구도에 의한 패배라면 충청/강원/경기를 내 준 시점에서 이미 최소 8%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완패를 당했어야 맞습니다.


1000만의 표만 받아도 대통령 될수 있는 나라에서 1400만이나 표를 얻어놓고도 1500만에게 패배했다, 이것의 의미는 양측의 부동층(물론 이 부동층의 숫자는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외에 정치에 별 관심없던 사람들이 다들 투표장으로 나왔으나(그리고 이건 온전히 가카-의 실정-덕분이죠 5년사이 이렇게나 높아진 투표율은 가카 치세에 대한 혐오와 피로탓이 큽니다) 그 표가 그냥 양분 되었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100만의 차이는 아마 양측 부동층 간의 양적 차이가 반영된 거겠죠(영남쪽 인구가 호남쪽 보다 많으니) 나머지 부동층이 그냥 반반 나뉜거에요.


모든 부동층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치참여를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선이 있는건데 지금은 그 선이 희미해져 있기에 문제라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시절 '부패하면 어때 잘 살게만 해주면 되지'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 '독재자면 어때 잘 살게만 해주면 되지'로 남아있는게 문제죠. 모든 사람이 선행을 하고 남을 도우며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도둑질은 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건데, 지금은 그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럴해저드인게 문제란 겁니다.


이미 지역구도는 깨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달려오게 된 이상 지역구도는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이 도덕의 부재, 역사인식의 부재를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탈정치라고 나쁜것만은 아니에요. 좌파든 우파든 내게 이익되는 이에게 표를 던진다는건 나쁜게 아니죠. 문제는 그 이익이 남에게 도적질한 부당한 이익이라면 그에 대한 지지도 나쁜게 되는 거고, 그 이익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짓말에 불과하다면 그에 대한 지지는 사기놀음에 순진하게 놀아난게 되는 거죠.


어차피 5년 뒤엔 사람들의 피로감이 지금보다 더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낮지는 않을겁니다. 가카 치세 5년에 공주님 치세 5년을 더한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때가 되어서 이 거대한 '탈정치 세력'이 '누굴 뽑아도 똑같네'소리하며 좌절하지 않게, '니들이 사실 똑같은놈 뽑아둔거다'라는 걸 알리고, 그들의 모럴해저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누구때문에 졌다, 어디때문에 졌다, 이런거 다 무의미해요. 우리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도덕과 역사와 철학의 부재 때문에 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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