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전에 '재미없다, 이게 뭐냐' 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기대를 많이 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강렬하더라구요. 옛 영화에서 본 듯한 영상기법도 인상깊었구요.
기대했던 최민식이 악독한 모습으로만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그게 더 영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루시와 반대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루시가 약을 운반하게 된 계기부터 감독이 던진 클루라고 생각되는데,
루시에게 약을 부탁하던 남자가 최초 인류로 추정되는 유인원이 '루시'라며
같은 이름을 가진 루시에게 농담을 던지던 장면말이죠.
박물관에 있는 루시가 현 인류의 기원이라면
스칼렛 요한슨의 루시는 다가올 인류의 기원이라고 보면 되겠더라구요.
모건 프리먼이 강의를 할 때 인간은 존재하려하기 보단 소유하려 한다 라는 말이 인상깊었는데
그것이 결국 최후의 루시가 왜 그렇게 USB가 되었느냐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완전 쎈데, 그냥 최민식 일당을 루시 혼자 다 처리하면 되는거 아닌가?' 했는데
루시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소유하려 하기 보다 존재하려 하는데 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USB만 덩그러니 남은 듯 했지만 델 리오 형사의 핸드폰을 통해
'나는 모든 곳에 있다'라며 존재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구요.
영화적인 요소 요소 모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치들이여서 특히나 몰입하며 보았는데,
감독이 그렇게 생각했건 아니건, 영화에 등장하는 장치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이유를
달아보면서 보니까 굉장히 흥미롭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싶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