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희노애락이란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많은 시간을 지냈던 회사를 이제 떠나고자 합니다.
2003년 월드컵 4강의 열기가 잊혀질 쯔음 대학을 막 졸헙한 27살의 그야말로 싱상한 청춘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던, 일하는 즐거움, 속타는 쓰라림, 사랑의 열병, 이별의 고통, 밤샘의 즐거움과 성과의 만족.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경기를 잘탄 업종 덕분에 중소기업이던 회사는 매출액 1조를 웃도는 나름 탄탄한 중견기업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땀흘려 움직였고 그안에 저도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힘든일이 많지만 회사가 커가고 진급을하고 월급이 오르고 성과에 만족을 느끼다 보면 힘든일들은 자연스레 소주한잔에 흘려보내게 됩니다.
나름 성격이 밝은 편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먼저 생각하고 힘든 직원이 있으면 으싸으싸 분위기도 만드는 나름 팀내에서는 분위기 이끌어가는 대리입니다. 9년간 회사생활을 했는데 어떤 위기가 없었겠습니까. 웬만한건 다 씻어 내릴 수 있는 성격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번엔 너무 힘이 듭니다.
제작년 2년간 사귀어 왔던 사내여직원에게 버림받았을때도 꿎꿎히 버텨가며 잘 다녔습니다. 작년에 팀 직원들이 갑자기 퇴직할때도, 고객에게 쌍소리 들어가며 모욕을 받았을때에도 이게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며 잘 버텨왔습니다.
작년에 팀장이 직원들의 성과급을 가로채려 할때 그 사건을 목격하고 팀장과 언성을 높여가며 싸웠습니다. 참고로 팀장은 마흔살 저와는 5살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멱살잡이까지 하는 몸싸움을 하고 나서야 사건이 종결되고 팀장은 그 양아치 짓을 못하게 되었지만 불씨는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그 팀장은 실장한테 다른 건으로 보고해 저를 다른팀으로 전출 시켰습니다. 머 저야 어짜피 그 팀장 안마주 쳐도 되고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자존심을 상했습니다.
그게 6개월 전일입니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무능해서 팀을 옮겼다고 이해하고 있는 실장은 제 보고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보고서만 올라가면 쌍욕이 날라옵니다. 지난주 내내 시달리니 더이상은 참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 실장은 제가 전팀에서 9년간 쌓아왔던 실적은 머리속에서 사라졌나 봅니다. 옮긴팀에서 업무 파악 할 시간도 주지않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욕의 대부분이 무능입니다. '니가 제대로 못하니 애들이 저러지' '넌 이새끼 매일 그모냥이야' 등등 직원들 다 있는 곳에서도 소리를 질러댑니다. 가끔은 안쓰럽기도 합니다. 키가 150정도에 아주 작은 사람이 최선을 다해 빽빽 대는거 보면 저게 복식호흡인가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제가 이번에 과장진급 예정입니다. 실장은 '너 올해 진급없어'를 아주 못박았습니다. 말 끝마다 '넌 진급없어. 진급없어'
저는 중은 절을 싫어할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절이 싫어 중이 떠납니다. 정확히 절이 싫은건 아니지만 절속으 다른 땡중들이 너무 싫습니다. 월요일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심히 궁급합니다.
아쉽습니다. 결혼은 꼭 이 회사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그만두면 어디 조용한데 여행이나 다녀올 까 합니다. 생각좀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