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그치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았다
말라붙은 입술로 숨을 쉬면 딱딱한 공기가 씹혔다
창자라는 미궁에서 길 잃은 공복의 메아리마저 지쳤다
바쁜 시계 건전지 수명 다한 지 오래고
손때 묻은 전자제품 전부 방전된 채로다
낡은 창틈으로 가난처럼 불허할 새 없었던 바람이 온다. 때가 됐다
이날을 위해 분수 어기고 장만한 만년필과 들기름 먹인 종이를 목전에 꺼냈다
마침내 제 팔자에 이다지 고상한 필기구로 한 번 사치 부려보는 것이다
눈꺼풀이 간신히 들리고 펜대를 쥘 기력만 남겼다
육신의 생장점을 하나둘 소등한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고독의 무게를 손끝에 눌러 담아 한 자 한 자 찧노라
그렇게 유산 없는 유언처럼
세상 그 어디 내놔도 초라한 시구만을 적게 될 뿐이었어도
그것이 글 쓰는 하루를 늘 마지막같이 여긴 내 간절함이다
글 쓰는 이날을 위해서면 가난한 고독사도 원망치 않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