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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우리나라는 참 의사짓 하기 힘든 나라네요.
게시물ID : gomin_3830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meiet
추천 : 5
조회수 : 619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2/08/14 17:03:54

스압이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현직 정형외과 전공의입니다.

 

대학 졸업 후 면허 따고 인턴 짓에 레지던트까지 도합 10년 째 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의사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준다는 聖스러운 직업이죠.

 

물론 수입도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글을 적을까요?

 

이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로, 제가 본 우리나라 사회에서의 의사에 대한 시선과 편견, 현재 의사들의 생각에 대해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실제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으니, 비판하실 것이 있으면 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 아는 의사는 의느님이고, 의사집단은 도둑놈들이다.

 

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일을 해도, 주변에서 별의 별 인맥이 동원됩니다.

 

아파서 저에게 연락이 오면 성심성의껏 제가 아는 지식 안에서(정형외과 의사라고, 정형외과만 아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면허딸라면 다 공부합니다...)

 

자세히 가르쳐 드립니다.

 

안아파도 연락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아는척을 합니다. 친하게 지내자는데 만날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의사 집단은 도둑놈들이라고 합니다. 국민의 건강을 상대로 협박을 한다고 합니다.

 

80~90년대 선배 의사분들은 정말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사회에 환원할 줄 몰랐습니다.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때 잘못 만들어놓은 의료 실정은 현재 의사들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에 대해 하소연 하면, 그게 협박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말도 못꺼내겠습니다.

 

 

둘째, 의사는 행복한 직업이다?

 

제가 본 의사들은 불쌍하기만 합니다.

 

수입? 월 260(대학병원 레지던트 3년차 평균 봉급쯤 될겁니다.)쯤 됩니다. 네. 만 30 안되서 이 돈이면 큰돈입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시급으로 따져본적 없죠?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 1~2년 차때 한달에 한번 집에 가기 힘들었습니다.

 

시급 따지면 6000원쯤 나오더군요. 돈쓸시간 없으니, 통장에 차곡 차곡 쌓여 갑니다.

 

그럼 그렇게 말하더군요. 레지던트 끝나면 고생끝 아니냐.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

 

네 맞습니다. 그때는 수입이 3~4배는 뛰죠.

 

아 그런데 군대가 있군요.. 3년 2개월짜리..(여성분들은 군대 안가니까 좋을것 같죠? 과 선택의 차별이 훨씬 심합니다..)

 

갔다 오면 서른 중반 쯤 되겠군요. 이때 의사들 몰골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돈은 신나게 들여서 학교 나왔는데, 막상 의사되서도 고생만 신나게 하고, 돈은 얼마 못 모은 상태에서 군대를 왔다.

 

전부 동생들 같던 신병들은 2~3년 지나면 귀찮게만 하는 존재가 되고, 의업을 聖스럽게 여기던 마음은 퇴색해져버린지 오래..

 

나와서 취직은 잘 됩니다.(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아직도 의사들이 모자르죠. 물론 취직을 위해서 지방으로 가겠다는 남자를 따라갈 여자분들이 몇이나 있겠습니까만..)

 

근데 돈벌려면 환자를 많이 봐야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100명은 우습습니다.

 

하루 8시간 100명 보려면 한사람당 5분이상 못봅니다. (환자 이동시간 검사시간 빼면 3분도 안됩니다.)

 

젊음 다 바치고, 의사되서 나와서는 기계적인 약 처방만 하고 있습니다.

 

행복? 아니오.. 그렇게 일하는 의사가 행복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의사는 유복한 직업이지만 행복한 직업은 아닙니다."

 

 

셋째, 의료 실정을 아는 사람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의 의료체계를 부러워합니다.

 

좋습니다. 예를 들지요.

 

우리나라에서 감기가 걸리면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습니다.

 

진료비 3000원을 내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으로 갑니다. 약값이 1500나옵니다.(현재 정확한 수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전공의신분이라 그런것까지 찾아볼 시간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감기가 걸립니다. 내과? 전문의 얼굴보면 100불입니다. 아이쿠야.. 안되겠다. 일반의 진료? 50~70불선입니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이 미국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 미국  의료 체계입니다.(실제적으로는 가장 상업적이고, 가장 복지국가와 거리가 먼 의료 체계죠)

 

잘 모르시겠다구요? 미국에서 MRI 검사하면 얼마드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우리나라에서는 입원비까지 약 300만원정도가 듭니다. (그중에서 implant 값이 약 160만원정도입니다.) 미국은 4만불정도 듭니다.

 

그럼 유럽 어떻습니까? 유럽 좋습니다.

 

의사 월급의 72%까지 세금으로 매기는 유럽. 하지만 전 부럽습니다. 하루 10명을 진료하면서 정말 온 정성을 들여서 치료를 합니다.

 

독일에서 만났던 한 의사는 자신이 의사인 것에 대해서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전 우리나라에서 의사짓 하는것이 무섭습니다.

 

주 100시간이 우스운 현실에서 보안도 잘 되지 않아 보호자에게 멱살 잡히는 응급실에서 새벽잠 새어가는 일을 하는것이..

개업하는데 몇억씩 드는 의원 차려서 하루 100여명씩 봐야 이윤이 생기는 의료 진료를 행하고, 밤에 늦게 들어가 가족들 얼굴 보는것이..

남들은 멋지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의사 저 도둑놈들이라고 욕먹어 가면서도, 그래도 나는 의사니까 하면서 좀더 환자들을 위해서 생각하려는 것이..

 

전 우리나라에서 의사짓 하는것이 슬픕니다.

 

전 아직도 의사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윤리적이라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몇몇 인간 말종(?) 들때문에 의사들 전체가 욕먹는것은 그만큼 의사집단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윤리적으로 바르게 살아야한다는 사회 통념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절대 옳은 말입니다.

 

그래도.. 전 우리나라를 사랑하기에, 다른 나라로 갈 용기도 없기에, 오늘도 무섭고 슬픈 일로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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