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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후배가 전여옥에게..(펌)
게시물ID : humorbest_33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진사랑
추천 : 189
조회수 : 4720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3/29 02:25:30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3/28 23:41:44
제목을 전여옥 선배라고 붙이긴 했지만, 본문에서는 선배라는 호칭은 빼겠습니다. 아쉽게도 전여옥씨와 제가 같은 학교를 나왔기에 이 사회가 말하는 기준으로는 분명히 당신은 제 학교 선배이긴 하겠죠. 

그렇지만, 오늘 당신이 강금실 장관과 문재인 전 수석을 두고 한 대변인 논평을 보고 나니, 전 이화여대가 학교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이름을 동창명부에서 삭제해주기를 바랍니다. 그건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이화인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비열하다 못해 야비한 발언이었으니까요. 


한 때는 당신이 쓴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를 좋아하며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만 하던 저로서는 kbs라는 거대조직에서 여성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묘사되던 그 책의 내용이 꽤나 근사하게 보였으니까요. 


남성적인 조직이었기에 본인의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 kbs를 떠나기로 결정한 부분에서는 무조건 싸우기만 해서는 안되는 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비록 당신이 쓴 다른 책들은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는 일치하지 않지만, 적어도 당신이 여성주의적 관점은 유지하고 있기에 같은 여성으로서 일정한 부분은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중에 여성으로서 어느 정도 지도적 위치가 되면, 나 역시 후배들을 위해 훌륭한 멘터가 될 수 있어야겠다고 다짐도 했구요. 당신이 이문열씨의 '선택'에 대하여 이문열씨와 논쟁을 벌였을때, 당신의 거친 말투는 거슬렸지만, 적어도 주장하는 바의 본질인 '여성성'에 대한 존중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기에, 주변의 남자들과 논쟁을 할떄 당신을 옹호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어느 틈엔가 당신은 조선일보 칼럼에 그저 써갈긴것 같은 느낌밖에 주지 않는, 혹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낸것 같기만 한 칼럼을 써오면서 당신이 그다지 자기 글에 책임을 지지도, 자기 말처럼 공부를 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당신을 선배로 어느 정도 존경하려던 마음은 사라져갔습니다. 


이제 탄핵 정국을 전후해서 당신은 여기저기에서 독설을 퍼붓습니다. 네 독설은 당신의 경쟁력이니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존재가치를 겨우 세치 혀에서밖에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아마도 대학 학보사를 다니면서 당신도 익히 읽고 공부했을 그 계급론적 가치 속에 스스로 함몰되어 버린 것도 느끼지 못하는 당신에게 뭐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그러나, 전여옥씨! 이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직접 쓴 책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 않습니까? 잘 나가는 여성을 둘러싼 잡음에 대한 더러운 시각들에 대한 울분을 당신도 토한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신과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 하더라도, 어떻게 당신 입에서 더러운 구시대 꼴통보수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것같은 망발을 대변인 자리에 서서 뱉습니까? 불륜남녀인가 불순한 관계인가 라니오??? 


이제까지 당신이 나온 학교를 당신은 얼마나 이용해먹었습니까? 비록 같은 대학을 다녔고,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기는 하지만, 이화여대에서 제가 얻은 것은 같은 여성에 대한 연대감,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말의 허구성, 그리고 조직적으로 후배를 이끌어주는 선배들의 존재 등입니다. 


묻겠습니다. 정치적 지향이 다르면(강장관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지요, 정치적 중립을 가진 정무직 장관이니까요), 아니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고 생각되면, 당신은 당신이 그렇게 배웠다고 주장한 여성의 동지적 연대감 따위는 땅에 떨어진 껌보다도 못하게 됩니까?? 


2003년 12월에 당신이 입당한 한나라당 소속 이경재 의원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의 김희선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앉아 있으면, 그것은 나를 좀 주물러 달라는 뜻이다" 라는 망발을 지껄여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총선시민연대에 의해 낙천대상자로 선정된 전력이 있습니다. 


당신이 대변인으로 지명된 후에 삭막한 정치풍토를 바꾸겠다며 한 방송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을 했었죠.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발탁됐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제가 아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아마 여성의 부드러움, 또 너무도 품위없는 언사가 오가는 우리 사회에서 그 사람이 어떠한 언어를 쓰는가는 그 사람의 인격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여성들이 좀더 조심스럽고, 여성들의 언어는 좀더 친근한 존재가 아닐까…. 이래서 발탁된 점도 있는 것 아닌가 싶고…" 


자, 오늘 논평이 삭막한 정치 풍토를 바꾼 것입니까? 당신이 여성의 부드러움이나 여성으로서의 인격을 드러내며, 좀더 조심스럽고 친근하게 논평한 겁니까? 조직안에서 여성이 승진하면 할수록 '남성적' 가치를 체화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당신이 그 조직안에 들어간지 일년이 됐나요? 십년이 됐나요? 당신의 오늘 발언은 이경재 의원의 망발과 너무나 놀랍게도 일맥상통하지 않습니까??? 


오늘 부로 당신은 김활란 박사 이래 가장 수치스러운 이화인 넘버 1이 될 겁니다. 이화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나 오해와 싸우면서 자기의 삶과 행동과 지식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선배, 동기, 후배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성적 불평등을 해소시키고, 여성 지위 향상이나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더러운 논평을 규탄합니다. 



당신은 동창으로서뿐만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존재입니다. 일말의 양심이 꿈틀거린다면, 당신의 그 더러운 발언을 취소하고 강장관님과 문 전수석 그리고 그들의 가정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으로 인해 또 한번 수치스러운 선배의 이름을 걸게 된 수많은 이화인들에게 사과하고, 아무리 그래도 남자보다는 같은 여자가 더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겠지라고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사과하십시오. 


비열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양...그렇게 살지 마시란 말입니다. 안그래도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인데, 당신과 같은 존재로 인해 허탈함 위에 부끄러움 마저 얹지는 말라는 말입니다. sk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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