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아래로 익사한 노을의 너비만큼
넘친 심해가 만든 밤
갓 죽은 노을의 신음을 녹음해 운 기러기 떼가
낮이란 경계에 머릴 처박고 별이 되었다
새하얗게 질린 달이 익사체로 보였다
죽은 이들이 다 저기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바람이 전달한 별빛의 무게에서 물맛이 났다
입맛을 다시니 혀의 밀도가 물에 녹은 거처럼 안 느껴졌다
치열 사이로 선회하던 뜨거운 언어의 흔적도 헹궈져서
마냥 아 입 벌린 채 말이 필요 없이
그 어쩐지 서글프고 후련하게 어제의 죽음을 받아마셨다
나는 그냥 밤의 맛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