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송년회 손학규 상임고문 인사말씀
2012. 12. 10
존경하는 박형규 목사님, 바쁜 연말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참석해주신 여러 국회의원님들, 지방자치단체장님들, 경향 각지에서 찾아주신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새로운 나라 건설을 염원하며 저와 재단을 위해 헌신해 오신 송태호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재단의 임원 여러분, 중앙과 각 지방에서 회원을 확충하고 재단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오신 중앙위원과 회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저 손학규를 위해 몸을 던지고 희생해 오신 민심산악회, 학규마을, 실사구시, 자유광장, 함께 잘사는 나라, 손사랑, 손수레, 손바닥 등 팬클럽 회원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울러 재단의 연구 활동의 중추를 이루고 정책개발에 진력해 주신 최영찬 교수를 비롯한 자문교수단 여러분과 세종미래포럼, 삼의정책연구원의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6년 전,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동아시아미래재단이라는 작은 배 한 척을 만들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21세기 새로운 한반도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사회의 구체적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같이 공부하고 함께 토론했습니다.
매주 자문교수단과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비전과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학습과 토론의 자리를 가져왔고, 여러차례의 공개적인 정책토론회도 가졌습니다. 대통령선거에 대비한 정책개발은 민생정치와 민생경제의 기본 틀을 제시했고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 재정과 분배, 교육과 노동, 환경과 에너지,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정책, 새로운 성장동력과 한반도 정책 등 각 분야의 정책을 개발해, 우리가 제시하고 발표한 정책은 금년 대선 정국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후보가 제시한 정책과 공약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제시한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 사회의 미래비전을 함축하는 시대적 화두가 되었으며, 특히 협동조합 기본법을 성안해서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경제질서의 대안을 마련하는 회기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우리는 금년 2012년 깊은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기 위한 정권교체에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를 맞추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국민을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교체를 원한 것도, 맹목적으로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이 원한 것은 일자리 걱정 없고, 아이들 마음 놓고 낳고 기르고 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대통령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지켜 본 것은 누가 우리의 노후를 편안하게 보살펴 주고,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정치세력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소박한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정권교체의 구호와 단일화의 구도면 무조건 이긴다고 하는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국민이 우리를 어떤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지 제대로 자신을 살펴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 자신 이번 대선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동지 여러분 앞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개 숙입니다.
민주당을 쇄신하지 못하고 대선에 나선 것, 저의 책임입니다. 통합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서 저의 모든 것을 버리고 통합을 이뤄냈지만, 국민의 바람은 그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통합에 대한 저의 뜻을 순수함만을 자부심으로 삼았지 통합세력이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고 대변할 수 있도록 바꿔놓는일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담을 세력을 만들어 그 중심에 서야 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동지 여러분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매일매일의 어려운 삶 속에서도 여러분은 자신을 버려가면서 오직 손학규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겠다는 뜨거운 열정 하나로 목이 터져라고 손학규를 외쳤고 ‘저녁이 있는 삶’을 노래했습니다.
직장을 휴직하고 발벗고 나선 동지들, 가게 문 닫고 경선장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국을 누빈 충주의 심퉁이와 동지들, 디스크 수술을 하고 바로 그 다음 날로 경선 지원에 나서 전국을 다니며 손학규를 외치다가 디스크가 터져 재수술을 하고 한 달 넘게 입원 한 이청미씨,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다가 교도소 감방까지 다녀온 정영태 동지, 전주의 최은희씨가 김밥을 많이 해 와서 아직 남았다며 행복한 얼굴로 나머지를 먹던 동지들, 불의에 항의하여 김밥을 던지고 삭발까지 한 동지들, 이 분들에게 저는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토요일을 반납하고 매주 한번도 빠짐없이 정책토론에 참여 해 준 교수님들 하며, 전국을 돌며 회원을 모집하고 독려 해 준 손광현 교수, 김태승 교수, 이제학 총장 등 역대 사무총장과 스탭들의 노고, 조직도 없이 돈도 없이 오직 뜻 하나만으로 정권교체하고 새로운 세상 만들거라고 온갖 고생을 다한 캠프 식구들, 전국 각지에서 중앙의 아무런 지원 없이 지역을 책임지고 경선 승리를 위해 진력한 동지 여러분들에게 저는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노래를 헌정하여 주신 박치음 교수에게는 이 노래를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장에 울려 퍼지게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평생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덕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이 사랑과 은덕은 제가 평생 갚아 가야할 커다란 부채가 되었습니다. 개인으로 일일이 갚지 못하면 이 사회를 통해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저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대선 패배는 민주당을 비롯한 전체 야권, 진보적 정치 세력 전체의 대오 각성과 성찰을 준엄하게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뼈를 깍는 반성과 성찰로 시작해서, 살을 에이는 혁신과 진화로 야권 전체가 새로 태어나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번 대선 기간을 통해 새정치의 구호는 난무했지만 정작 새정치의 내용은 공허했습니다. 기껏 의원정수 줄이기, 의원 세비 감축 등의 말단지엽적인 논의가 있었으나 포퓰리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권교체 구호는 진영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시대교체를 말했지만 아무도 새로운 시대의 내용을 설득력있게 제시해 주지 못했습니다. 새정치공동선언은 국민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곧바로 휴지통으로 던져졌습니다.
그러나 동지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선거는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비록 그것의 내용은 비어있지만,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소망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가 된 것입니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그 내용이 아직 미진하고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사회의 변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이제 우리는 그 내용을 충실히 채워야 할 책임을 지게 된 것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어쩌면 너무 일찍 내 놓은 비전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당장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정시 퇴근하고, 비정규직을 일시에 없애고, 완전고용을 이루기에는 먼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환호와 열광이 분명 우리사회의 화두로, 미래 희망으로 자리잡은 이상,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우리의 실천과 노력은 이제 시작일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과제도 이제 평화를 넘어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이를 통한 공동 번영의 길은 그동안 진보진영이 제시하고 실천해 온 한 단계 진전된 한반도 문제 인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와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적 역사적 환경 속에서 우리는 한민족과 함반도를 둘러싼 이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이보다 한걸음 더 진전된 통일의 상황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개혁 또한 이번 대선이 던져준 중요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다양화된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를 대변할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용하면서 사회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정치제도, 정부와 정당제도를 모색하는 것은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비록 설익은 화두로 제시되었지만 필연코 다가올 수 밖에 없고 감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정치의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좀 더 깊이있게 내일의 사회,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진정한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과제에 천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야 어느 한 쪽 만의 책임과 과제가 아닙니다. 여야가 기존의 진영논리로 대결하고 투쟁해서 얻어질 결과물이 아닙니다.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의 눈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경쟁하고 협력할 때 얻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철저하게 국민의 편에 서야 합니다. 정권교체도 국민을 위해서 추구했듯이 이제 그 정신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잘 해주기를 빕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박근혜정부가 성공적인 민생정부가 되기를 소원하는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저는 내달 중순, 우선 6개월 예정으로 독일에 가 있고저 합니다. 제가 이 사회를 위해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과연 이 사회가 저를 필요로 하는지, 있다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저 자신을 철저히 반성하고 돌아볼 기회를 갖고저 합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그려보는데 독일의 경험이 가장 훌륭한 모범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일을 선택했습니다. 복지제도와 교육, 노동, 환경과 에너지, 통일문제, 정당과 정부 제도 등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미래비전을 추구하는데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동지여러분!
저는 이제 어떤 지위나 공식적인 직함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비우고저 합니다. 다만 제가 어떻게 이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제가 19년 전 정치에 들어서며 서강대학교 학생들에게 마지막 강의에서 했던 말을 다시 기억합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내가 무엇이 되는가를 보지말고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주기 바란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지 여러분, 제가 앞으로 무엇이 되는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는가를 보고 저와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저는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를 드리면서 저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