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사라질 줄 몰랐다
포크레인이 한바탕 파먹은 기슭엔 뿌리째 드러난 벚나무가 기울어져 있었다
재개발 일대라 다른 토박이 식물들 사정도 처참했으나
유달리 연분홍빛 호소력이 도드라져 어린 까닭은
봄의 끝 오기도 전 일찌감치 가셔 없어질 정취라서였다
개화부터 몇 밤 남짓 뽐내는 단명을 보고
더 서둘러 시들어지라 재촉하는 실태라니
야속하게 봄볕 말간 하늘 아래
쉬고 있는 포크레인을 괜히 내 발만 부러지라 차는데
그새 벚꽃잎 휘날려 머리 위 앉는 것이다
아이, 정말! 왜 말리는 거야! 밉지도 않니?
연분홍빛 쓰다듬에 울컥했다
생채기투성이인 포크레인에도 반창고처럼 덕지덕지 내린 벚꽃잎
휴일에 소강된 공사판 아우르는 뒷산의 연두 피 내음
자연은 그토록 아름다운데...
파먹히면서도 편 가르지 않는데...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노라
발밑에 주운 갓털, 한숨으로 푸 불며 아쉬워했다
만국의 언어로 된 혼비백산한 절규가 듣고 싶었다
거름으로 치환하는 인류 말살이 가슴 속 사무친 꿈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