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과 3일에 걸쳐 방송된 <싸인> 17화, 18화에서는 한 게임기획자가 자신이 작성한 시나리오 대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게임으로 인해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최근 게임의 폭력성을 다룬 여론과 겹치며 게임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싸인>은 SBS에서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드라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으며 주로 부검을 통해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로 박신양, 김아중 등이 출연한다.
17화, 18화에서 등장하는 용의자 이호진(김성오 분)은 학창시절 전교 1,2등 다투던 수재지만 첫사랑에 실패하고 연이어 원하던 대학에 실패하자 자괴감에 빠진다. 이후 게임에 빠진 이호진은 게임업체에 입사해 사회적으로 억압을 받은 기억을 토대로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게임을 기획한다.
하지만 게임업체는 게임 시나리오가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제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이호진은 현실에서 자신이 기획했던 게임 시나리오에 맞춰 게임 속 피해자와 비슷한 인물을 차례차례 죽이기 시작한다.
드라마에서는 이호진이 게임으로 인해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식의 직접적인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호진이 입시 실패 후 게임에 빠진다는 점과 게임의 시나리오 그대로 살인을 하는 장면, 그리고 게임의 지문 중 “각 미션을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상대를 확실히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상대의 목숨을 끊어라.”등의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줬다.
드라마의 흐름상 위 내용은 이호진의 범행동기와 다음 범행의 방향을 알려주는 실마리이자 자신의 고통을 분출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한 시청자는 “예전에 소설로 등장했던 시나리오가 게임으로 바뀐 것 뿐이라며 크게 감흥은 없었다. 다만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업체가 졸지에 살인자를 2명이나 배출한 회사가 된 것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현의 수위가 높아 게임으로 인해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다른 시청자는 “보는 내내 너무 무서웠다. 게임으로 인해 사람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게임에 대한 폭력성을 더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장소를 제공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촬영장소만 제공했을 뿐 드라마의 내용은 전혀 몰랐다. 우리도 방송을 보고 나서 놀랐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우리도 촬영을 거부했을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게임에 대한 폭력성 연구가 나오는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만큼 앞으로 내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촬영에 협조하겠다. 또한 이런 부정적인 내용이 아닌 긍정적인 이슈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